코로나 19로 외부 진료소에 나가신 다른 과장님 환자분인데, 한 달 동안 내가 대신 회진을 돌았던 할머니가 계신다.
미소가 유달리 이뻤고, 식사시간 근처에 가게 되면 내입에 쌈을 한가득 넣어주셨던 그분.
따님이 사주시는 캐릭터 있는 밝은 색깔 티셔츠를 입고 계셔서 84세가 무색하게, 못 걸으신다는 슬픈 사실이 다 덮일 정도의 화사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앉아계시던 그분.
외부 진료소에 가셨던 과장님 복귀 이후에도
다른 분은 굳이 다시 찾지 않았지만
이 할머니께는 종종 찾아뵙고 인사드렸다.
그 밝은 에너지가 참 좋아서.
분홍색 티셔츠가 너무 이뻐서.
왠지 모를 끌림에 찾아가면
늘 반갑게, 고마워하며 맞아주셨다.
그런데 2주 전부터, 매일 자리에 계시던 그분이 보이지 않았다. 차트를 뒤져보니 심장에 문제가 있어 급히 상급 병원으로 전원 가신 상태였다.
속으로 쾌유를 간절히 바라며
그렇게 평소처럼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오늘까진.
오늘은 '그냥' 할머니가 계셨던 병실에 가보고 싶었다.
봬야 될 환자분도 없는 그 병실에 하릴없이 들어갔다가 기웃거리고는 그냥 나왔다.
그리고는 1층으로 내려왔는데 휠체어에 타고 계신 그분이 보호자 분과 함께 원무과 앞에 앉아 계신 것이 아닌가!
너무 반가워서 화장실에 가려다 말고 뛰다시피 해서 그분께 갔다. 그리고 인사했다.
"어머님, 안녕하세요? 잘 다녀오셨어요?"
"음.. 눈매도 낯익은데.. 누군지 모르겠다.. 그런데 왜요?"
"아... 반가워서요^^ 조심해서 올라가세요."
당황스럽기도 하고, 조금은 민망하기도 했는데 그것보다 많이 슬펐다. 진짜로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눈빛이었다.
대체 2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심장기능 저하로 뇌손상이 (hypoxic brain damage)함께 온 것일까?
분명히 알던 사람이
모르는 사람이 되는 경험.
좋아하던 사람이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험.
이 경험을 하고 난 지금의 기분은 글로 설명이 쉽지 않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적당한 표현을 찾지 못해 한참 멈춰있는 중이다.
하지만,
확실히 다짐해 본다.
"내일 또 그 병실에 들러 인사해야지!"
지금은 모르는 사이지만
통한 게 있었던 우리 사이이니 다시 알게 되는 것은 더 쉬울 거라고 위안해 본다.
영화에서만 보았던
의사인 내게도 생소한 이 시작이 제발.. 성공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