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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담 Jul 24. 2019

애써 붙잡아 두려는 사이에게

그에게 다른 사람이 생겼다는 것을 받아들이며

평범한 일상이 지속되며 인생을 만들어 가듯 하루는 지극히 자극이 없었다.

어느 날 찾아오는 권태로움에 하나둘씩 늘어나는 의심의 눈초리와 생각의 의심이 싹을 틔워 표출하는 날 그들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빠졌다.

잃어버린 후에는 안다.

내가 조금 더 현명하지 못했음을.

내가 조금 더 이해심이 부족했음을.

그중 크나 큰 하나.

자만했음을 알게 되는 순간 마음의 소용돌이는 점점 가라앉게 되고 일상이 되고 삶이 된다.

그 시간이 짧을수록 잔잔한 삶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다 가끔 동등의 위치를 생각하면 나의 자만은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잃어버린 후에 알게 된 나의 내면을 마주하니 내숭으로 똘똘 뭉친 나와 마주한다.

마치 거울을 보듯.


적당한 거리를 예측할 수 없음을 알게 된 날

난 모든 것을 잃었는데 그가 얻은 것만 보여 숨이 턱턱 막히고 그제야 '나'의 존재에 대해 생각했다.

그는 제자리였는데 내가 너무 다가섰던 건 아닌지.

그런 생각조차 감정 소모였음을 알게 되는 건 너무 먼 시간이 흐른 뒤 만나게 된다.

다름을 인정하는 사이가 얼마나 될까.

사랑할 땐 마치 하나인양 착각하고 내가 그에게 스며들기보다 그가 나에게 스며들어야 한다는 우스운 망상으로 사랑이라 명하고 이별을 마주했다.

나를 버리지 못하고 둘 사이의 공통분모는 마치 내가 되어야 한다는 나의 법칙에 그를 끼워 넣고 애써 맞지 않는 사랑을 그려 나갔다.


그는 나의 정물화이다.


관계에 너무 몰입하다 보면 진정한 나를 만나기 어렵다. 남의 눈에 보이는 것을 너무도 당연시하며 지내왔다.

나의 기준이 아니다.

남의 기준이었으며 사회의 기준이었고 우리의 기준이었다.

그러다 보니 진정한 그를 마주 했을 때 낯설다.

그는 이미 내가 고 있는 그가 아니라 그들의 관계 속에 묻힌 하나의 모순 덩어리였다.

나의 눈으로 바라보는 안목을 알지 못한다. 만나지 못했기에 서툴다.

지금 나이에 나의 눈에 서서 바라볼 수 있는 혜이 생겼으면 좋겠다.

우리의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을 어떻게 만나야 할까?

늦게야 알아버린 우리의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이 멈춰야 했고 돌이키려 했는가를 알게 된 지금이 '관계'에 첫발을 내딛는 '나'일까.


부족했다.

사랑하기에 부족했고 아내이기에 부족했고 엄마이기에 부족했다.

그랬기에 나의 관계 선상에 놓인 이들을 잃고 아파한다.

되돌릴 수 없는 옛날의 나를 그들은 이해할 수 없기에 그저 고마워하며 나를 드러내지 않고 멀리서 바라본다.


내가 잘못했다 용서를 구하고 관계 개선의 여지를 짐작하고 마주하고 아파하는 그 틈새를 느끼지 못하는 그의 시선은 다른 곳에 있었다.

내 잘못이 진실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그가 다시 나를 바라볼 때 내가 바라본 그는 동정이었고 아픔이었고 어찌할 수 없는 관계였다.

잠깐 마주친 그와의 시선에서 나는 패배자였다.

다시 마주할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린 우리.

그 사이에 시간이 있고 따로의 삶이 있다.


나 또한 나의 삶을 향해 무던히도 애쓰는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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