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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담 Sep 21. 2019

슬픔이 주는 말들에 공감을 첨가해보세요.

슬픔이 슬픔만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은 눈물을 자주 흘리시나요?
저는 눈물을 자주 흘리는 편입니다.

드라마를 보다가도 내 이야기를 하다가도 그냥 눈물이 흐릅니다.

누군가는 그럽니다.
울지 말라고...... 울면 지는 거라고.
져도 상관없습니다.

이기려고 살아보지 않았습니다.

왜냐고 물으신다면 그냥 살았기 때문입니다.
목적도 의식도 없이, 태어났으니 그냥 살았습니다.
그곳을 탈피해보겠다는 생각도 의지도 없이 살았습니다.

독기를 품어보지도 못했습니다.

저는 생각 없이 그냥 하루하루 주어진 대로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이에게는 무엇이 하고 싶은지 꼭 생각해보라고 합니다.

엄마가 생각을 안 하고 살아보니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훨씬 성실하게 삶을 대하는 것 같습니다.


가끔 결혼을 하면 한 사람은 기타를 치고 또 한 사람은 피아노를 치며 대가족이 둘러앉아 웃으며 후식을 먹는  그런 상상은 했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지만 제가 20대 때 드라마 풍경이 그랬었나 봅니다.

그렇게 살아보지 못한 제가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요?

꿈이었지요. 그렇게 살아보고 싶은.
그리고 결혼을 하면 정말 그렇게 살 줄 알았습니다.
너무 절실하다 보니 현실을 무시하고 꿈을 좇았습니다.

결과요? 하! 하!

1회전에 주먹 한번 못 휘두르고 KO 패 참사를 겪었지요.

상대가 누구인지 궁금하시다고요?
저의 부족함이 저의 무지함이 저의 절실함에 무참히 짓밟혔답니다.

저는 눈동자에 슬픔을 가득 담고 있습니다.
철마다 눈병은 거르지 않고 걸리고,
20대 초반에는 눈 다래끼를 달고 살았습니다.

그 옛날 김포공항 국내선 안에 있는 약국의 약사가 제가 다가가면 항생제를 꺼낼 정도였으니까요.
다른 것은 감출 수 있어도

눈은 마음을 감출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힘이 들면 눈이 뻑뻑하고 한낮 태양 앞에서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을 흘립니다.

인공눈물과 선글라스가 정답이라는데 선글라스를 자유롭게 낄 수 없는 저로서는 인공눈물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보육교사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뒤

며칠  인조잔디구장에서 한 시간을 아이들과 구르고 달렸는데 인공눈물을 안 넣고도 잘 견뎠습니다.

왜일까요?


첫째. 최저임금을 받았기에 어딜 가도 최저임금은 받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부족함이 편안함을 선사합니다.


둘째. 아이가 아직 학원을 다니지 않아 학원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아이가 공부하고 싶다고 할 경우를 대비해 아이 이름으로 적금을 넣어 둔 게 12월이면 만기를 두 번째 맞이하네요.

제 월급이 많지 않아 학원비를 한꺼번에 충당하기 힘이 드니 서서히 준비를 한 게 이럴 때 마음의 안정을 줍니다.


제가 아이의 마음을 인정하고 기다릴 수 있는 건 욕심을 부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꼭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 않아도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행복해하는 아이를 인정합니다.

셋째. 나는 보육교사밖에 할 수 없다고 생각을 했는데 내 인생에 가장 젊은 날 다른 일에 도전할 수 있게 된 것이 너무나 감사합니다.
 


학교 종이 앱을 통해 중간고사가 다음 주 월요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아이가

중간고사 대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시죠?

시험공부는 따로 하지 않습니다.

학교 수업만 성실히 듣습니다.


아이는 요즈음 '아드리느를 위한 발라드'에 푹 빠져있습니다.

피아노 학원을 다녀본 경험이 없는 아이는

유튜브를 보며 피아노를 배우고 있습니다.

아드리느가 누구인지 곡에 얽힌 이야기도 해줍니다.

사춘기 아이와 대화하는 법?
어렵지 않아요.
그냥 지켜보고 응원해주면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주제로 찾아와 이야기를 먼저 합니다.

고개 끄덕여주 공감해주면 최고의 대화가 됩니다.


비 오는 오늘, 걸어서 극장에 갔습니다.

애드 아스트라」

브래드 피트가 주인공입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아이와 햄버거 먹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과 대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없는 것만 찾고 눈앞에 있는 것은 보지 못한다.

"주인공 눈에서 눈물 주르륵 흐르는 거 봤어?"

아이가 말하는 대사도 장면도 기억이 납니다.

기억이 나서 다행입니다......

(요즘 제가 방금 한 말도 잊거든요.ㅠ)


이렇듯 슬픔이 주는 말이 슬픔만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슬픔 뒤에 오는 말은 미래를 과거를 현재를 담고 있습니다.

공감이 주는 큰 선물입니다.
어떤 말을 담을 것인가는 욕심을 내려놓으면 가능합니다.

행복이오?

거창한 목표가 없으니 지금 이 순간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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