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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 기 홍 May 18. 2020

시골 장터

늙은 아낙의 하루

시골장터 늙은 아낙의

눈꺼풀에 졸음이 가득하다.

오긋한 손바닥엔 

다듬다 만 쪽파가 대롱 인다.


찌그러진 깡통을 엎어놓고

궁둥이를 얹혀, 다리는 편한 데로.

아마도 새벽밥 지어놓고

첫차 놓칠세라 애타게 왔을 텐데.


혼곤한 한낮의 장터는 인적은 드물고,

윙윙거리는 성가신 파리들은

분위기 파악 못하고 제 세상이다.

똥개 두 마리도 기웃거린다.


이놈의 바이러스는 거리를 비우고,

장터도 비웠으니.

오늘도 마음 비웠을 아낙의

통에는 동전 몇 개가 전부구나.


엷은 졸음에 겨워 벽에 걸친

늙은 아낙의 머리카락은,

좁은 틈 비집은 조각 볕에

희끗희끗 변해가고.


떨어져 나머지 햇살에,

애꿎은 채소들만 비틀어진다.

이놈의 바이러스는 돈 통을 말리더니,

명 짧은 채소마저 주눅 들게 하는구.


파장을 알려오는 긴 그림자의

그늘에서 툭툭 거리며 일어난

늙은 아낙은, 긴 하품 한번 하고 

대롱이던 쪽파를 슥슥 다듬는다.


장사 좀 해볼까 하니

파장 때라고 투덜은 대지만.

막걸리를 내미는 옆집 아지메에 

손뼉으로 웃어 젖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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