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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 기 홍 May 24. 2020

경춘가도 옥수수

뚝심의 아지메

길게 늘어지는

한낮의 태양.

어느덧 봄의 이별을 알리는

길어져가는 가로수 그늘.

틈틈의, 곳곳의 꽃 향기가

저물고, 세상은 온통

초록의 색채로 번져가고 있다.


길게 늘어진

옥수수수염 자락.

설익은 여름. 덥지도 않은 기온에

여자의 얼굴은 그래도 붉어있고.

솥단지 앞을 무심히 지나치는

한 없는 자동차를 바라보며,

여자의 손끝은 팔리지 않는

옥수수수염 만 만지고 있다.


지난 계절 수확한

옥수수는 아직도 멀끔하지만.

여자의 얼굴 주름은

그때와 다른 깊어진 바람골이라.


여름이 영글어 가는 햇살에

여자의 수심도 여물어 가

이제 곧 찾아 올 옥수수에

떠나지 않는 옥수수가 애가 탄다.


그래도 한낮의 모양이 깊어지니

기어코 몇몇은 떠나보내리라.

한낮도 모자라면 천막 머리

얹어 이별의 길을 밝혀주리라.


초롱한 별빛이 여자의 머리에 수북이 쌓일 때.

서늘한 바람 따라 잎사귀가 흔들리고,

불빛이 흔들리. 들락 거리는 자동차들을

바라보며 내일은 한마디 다짐한다.


"100미터 앞 옥수수. 겁나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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