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늘어지는
한낮의 태양.
어느덧 봄의 이별을 알리는
길어져가는 가로수 그늘.
틈틈의, 곳곳의 꽃 향기가
저물고, 세상은 온통
초록의 색채로 번져가고 있다.
길게 늘어진
옥수수수염 자락.
설익은 여름. 덥지도 않은 기온에
여자의 얼굴은 그래도 붉어있고.
솥단지 앞을 무심히 지나치는
한 없는 자동차를 바라보며,
여자의 손끝은 팔리지 않는
옥수수수염 만 만지고 있다.
지난 계절 수확한
옥수수는 아직도 멀끔하지만.
여자의 얼굴 주름은
그때와 다른 깊어진 바람골이라.
여름이 영글어 가는 햇살에
여자의 수심도 여물어 가고
이제 곧 찾아 올 옥수수에
떠나지 않는 옥수수가 애가 탄다.
그래도 한낮의 모양이 깊어지니
기어코 몇몇은 떠나보내리라.
한낮도 모자라면 천막 머리에
불 얹어 이별의 길을 밝혀주리라.
초롱한 별빛이 여자의 머리에 수북이 쌓일 때.
서늘한 바람 따라 잎사귀가 흔들리고,
불빛이 흔들리면. 들락 거리는 자동차들을
바라보며 내일은 한마디 다짐한다.
"100미터 앞 옥수수. 겁나 맛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