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마을 할미와 살던 하얀 백구.
할미 따라, 지팡이 따라, 꼬리 흔들며 가던.
한여름 밤, 꿈꾸듯이 하얀 별이 되어
밤하늘 어딘가로 떠나버렸다고.
백구가 보고파서, 하늘을 올려 봤지만,
그 미소가 눈 부셔 까만 눈동자만 보인다고.
눈을 감아도 할미를 보는 눈동자만 보인다고.
할미가 마른 지팡이로 바닥을 탁, 탁 치면.
백구는 안 오고, 푸드덕 새만 날아간다고.
주름진, 무표정 얼굴엔 백구가 숨어 있지만,
미소만 지을 뿐, 나오지를 않는다고.
이른 아침 대문을 나선 할머니를 기다리듯,
백구처럼 길게 늘어진 골목길을 쳐다보지만.
장터에 간 할머니처럼 백구도 오지 않는다고.
백구가 놓고 간 양은 밥그릇은 무릎에 올리고.
어스름 해 떨어질라치면 할미 밥은 안 챙기고,
별이 된 백구를 기다리며 어둠만 재촉하고.
장터서 사온 커다란 뼈다귀 하나 들고서는,
백구야, 이 놈아. 이거 묵자, 이리 오니라. 탁. 탁.
밤하늘 백구 별이 하얗게 긴 꼬리를 흔들면,
죽어야제. 죽어야제.우리 백구 만날라먼.
내 새꾸 볼라카먼, 내가 퍼뜩 가야제.
별처럼 빛나는 할미의 눈물엔 백구가 뛰어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