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이 걸린 산 정상은
희끗한 센머리다.
안개를 이고 있는
호수는 잔잔하다.
어부는 말없이 작은 배를
몰아간다.
출렁이면 딸그락 거리고
흔들리면 굴러가는
빈 냄비의 소란으로
정적이 잠깐씩 숨을 쉰다.
무심히 그물을 내리는
아내의 침묵이 무겁다.
지난 저녁
빈 그물을 올리고부터다.
해 질 녘 올리고, 해뜨기 전 내리는
일상의 권태.
보내도 찾아오는 하루들. 그 안의 시간들.
오래전 노를 저을 때부터
하루를 건지고 내렸건만.
어부의 호수는 덧없는 희망만
빈 그물에 올려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