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은 1982년에 발표된 이래, 매년 10월의 끝자락에 잊을 수 없는 가을 발라드로 자리 잡았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더 많은 이들이 찾게 되는 이 노래는, 쓸쓸하고 아련한 이별의 정서를 피아노 선율과 여성 코러스가 어우러진 멜로디로 완벽히 그려내고 있다. 이 노래는 가을이 되면 라디오와 방송에서 자주 흘러나오며, "10월의 노래"로 불릴 정도로 가을을 대표하는 곡이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쉽고 간결한 문장이지만 주옥같은 가사로 새겨져 있다.
이 노래는 가수 장범준의 ‘벚꽃엔딩’이 봄의 상징으로 사랑받는 것처럼, 매년 10월이 오면 라디오에서 하루 종일 흘러나와 가을의 정서를 전해준다. 발매 이후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진 계절'은 변함없이 가을을 상징하는 곡으로 남아 있다.
'잊혀진 계절'의 뒷이야기도 흥미롭다. 이 노래는 원래 조영남이 부를 예정이었으나, 다른 사정으로 발표되지 못해 이용이 이 곡을 받아 부르게 되었다. 또한 원래 제목은 ‘9월의 마지막 밤’이었지만 발매가 한 달 연기되면서 ‘10월의 마지막 밤’으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 지금처럼 가을의 끝자락을 대표하는 노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흥미로운 우연이다.
1982년, 이용은 '잊혀진 계절'로 MBC 10대 가수가요제에서 당대 최고 스타였던 조용필을 제치고 가수왕에 오르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국풍81 젊은이의 가요제'에서 '바람이려오'로 금상을 수상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이용은 이듬해 이 노래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노래의 성공 뒤에는 당시 지구레코드의 임정수 사장의 안목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잊혀진 계절’을 피아노 반주와 여성 코러스를 강조한 새로운 편곡으로 탈바꿈시켜, 서정적인 가을 감성을 극대화했다. 피아노 연주에는 글리산도 기법이 적용되어 곡의 우수에 찬 분위기를 더해주었고, 여성 코러스는 가을의 깊은 정서를 더욱 고조시켰다. 이 곡은 이후 국내 가요계에서도 피아노 연주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며, 많은 음악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매년 10월 31일, '잊혀진 계절'은 마치 한국의 가을을 대표하는 의식처럼 하루 종일 라디오와 미디어를 통해 울려 퍼진다. 피아노 선율과 여성 코러스가 어우러진 곡의 여운은 시간이 흘러도 그 시절의 감성을 고스란히 전하며, 여전히 우리 마음속 가을을 물들인다.
세월이 흘러 이용의 목소리에도 변화가 생겼지만, '잊혀진 계절'은 그를 10월의 가수로 남게 했다. 그가 직접 라이브로 부르지 않더라도, 매년 이 노래는 가을이 깊어가는 소리를 대신해 주며 우리의 가슴속에 살아 있다.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떠난 연인을 추억하게 하는 노래가 여전히 우리의 가을을 지켜주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