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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의 죽음과 해원

나의 명복을 빕니다.

by 글사랑이 조동표

지난번 고교 동기생들의 포럼에서 발표된 내용은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군인의 죽음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공동체의 아픔이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이 제대로 된 예우를 받지 못하고,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이들의 진실이 묻혀버린다면, 그 공동체는 정의롭다고 할 수 있을까?


고교 동기가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활동한 위원회는 바로 이러한 의문 속에서 출발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활동하며 1,787건의 진정 사건을 조사했고, 직권조사 73건을 포함하여 총 2,400여 명의 군인 사망 사건을 다뤘다.


위원회의 목적은 단순한 수사에 머무르지 않았다. 군과 유족 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숨겨진 진실을 밝혀 명예를 회복시키며, 무엇보다도 억울한 죽음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군인의 죽음을 둘러싼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해사망, 병사, 사고사, 타살 등으로 분류된 사건들 속에는 수많은 의문과 은폐가 숨어 있다. 군사경찰의 수사 한계, 유족의 입증 책임, 폐쇄적인 군 조직의 특성이 결합하여 진실을 밝히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어왔다. 심지어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할 사망조차 '일반사망'으로 처리되며, 순직 여부를 둘러싼 유족과 국가 간의 갈등이 지속되었다.


위원회가 밝혀낸 사례들은 군이 얼마나 많은 죽음을 책임지지 않으려 했는지를 보여준다. 구타치사를 기도질식으로 조작한 사건, 사망 사실조차 유족에게 알리지 않은 사건, 의문의 사고사를 자해사망으로 둔갑시킨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사례들은 단순한 행정적 실수가 아니라 조직적인 은폐와 조작의 결과였다.


위원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사망 구분 변경을 요청했고, 국방부 장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받아들이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4%의 사건은 변경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더욱이 군복무 중이라도 휴가나 외출 중 발생한 사망 사고에 대해 군과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는 유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었다.


군인의 죽음을 둘러싼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군인들이 후생사업이라는 명목 아래 강제적으로 노동에 동원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사망하는 경우도 많았다. 1950년대에는 약초 채취, 벌목, 숯장사 등을 하다 사망한 사례도 있으며, 1987년에도 군이 송이 채취를 강요한 사례가 보고되었다.


군인의 죽음에는 국가의 책임이 따른다. 억울한 죽음은 존재하지 않아야 하며, 명예로운 죽음이라 해도 안타까운 것은 변함이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군의 폐쇄성과 위계성을 극복하고, 독립적인 조사 기구를 통해 투명한 진상 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군인 사망 사건의 수사는 경찰이 담당하고 있지만, 여전히 군 내부에서 사건을 이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군 지휘 체계의 문제까지 포함하는 '조사'가 필요하다.


군대는 단순히 전투력을 유지하는 조직이 아니다. 군인은 국가의 명령에 따라 목숨을 걸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본적인 인권과 존엄이 보장되어야 한다. 전쟁도, 훈련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인권이 존중되는 군대만이 진정으로 강한 군대가 될 수 있다.


민주적 기본 질서를 수호하는 군대, 그리고 군인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는 공동체가 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다시 한번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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