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노송포럼
매월 셋째 수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열리는 고교 동창회, ‘노송포럼’.
이름만 들어도 세월의 향기가 풍기는 이 모임이 이번엔 유난히도 뜨거웠다.
주제는 '자동차의 법률과 보험: 자동차 운행 및 이와 관련된 보험과 법률관계'였다. 주제부터가 남달랐는데, 강연은 ‘득이 되는 법률상식’이었다. 무엇보다 이 강연을 직접 준비한 이는 우리 동기이자 포럼 회장을 맡고 있는 곽세열 변호사였다.
사실, 법이란 단어만 들어도 어깨가 무겁고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곽 변호사의 강의는 달랐다. 딱딱한 법 조항 대신, 우리 일상에서 한두 번쯤은 겪었을 법한 실제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헌법-법률-명령-조례-규칙이라는 법의 체계를 시작으로, 자동차와 관련된 다양한 법률들, 보험의 약관과 특약, 그리고 생생한 사례들까지. 어느 하나 놓칠 수 없었다.
특히 민사와 형사의 차이를 설명할 때는 마치 법정 드라마 한 편을 보는 듯했다. 민사는 다툼의 옳고 그름을 가리는 싸움이라면, 형사는 죄의 유무를 따지는 싸움. ‘구체적 타당성’과 ‘실체적 진실’이라는 키워드가 머릿속에 선명히 박혔다. 증거가 없으면 기소도 못 하고, 무죄가 나올 수 있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도 많았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심야에 무단횡단한 보행자가 사망한 교통사고 사례였다. 운전자에게는 안타깝지만 엄격한 법의 잣대 앞에서 단순한 동정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였다. 음주운전 회피를 위해 술을 추가로 마신 사례, 약물로 측정을 어렵게 만든 사례 등 뉴스에서 스쳐 지나갔던 사건들의 법적 실체를 바로 눈앞에서 들을 수 있었다는 건 큰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자동차 보험 가입 시 꼭 챙겨야 할 특약에 대한 설명. 자동차상해, 무보험차상해, 운전자보험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말이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외제차와의 사고를 대비해 대물배상 한도를 20억 원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팁도 유용했다.
곽 변호사는 강조했다.
“나이가 들수록 더 조심해서 운전해야 합니다. 그리고, 절대로 절대로 음주운전은 하지 마십시오.”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지만, 음주운전만큼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강하게 와닿았다.
사고가 나면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상해 사고면 119나 112, 접촉사고면 보험사. 무엇보다 시급한 사정이 있을 땐 연락처를 남기고 떠나는 최소한의 예의. 그 단순한 행동 하나가 법적 책임의 무게를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웠다.
두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질문이 이어지고, 웃음과 공감이 오갔다. 법률 강의가 이렇게 유익하고 흥미로울 수 있다니. 좋은 친구 하나 잘 둔 덕분에, 귀한 강의를 공짜로 맛있게 잘 들었다.
법은 멀고, 변호사는 비싸다고들 하지만...
곽세열 변호사 같은 친구가 곁에 있다는 건 그 자체로 복이었다.
강의 말미에 박수로 감사를 전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살다 보면, 언제 어디서나 법을 알아야 할 순간은 온다. 그날을 위해 오늘 나는 조금 더 현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