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당구대회
나는 고등학교 동창회장을 4년 동안 역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어려운 시기에 회장을 맡았던 터라, 계획했던 행사들을 원래대로 진행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1919년에 설립된 모교의 백주년 행사를 2019년에 진행했고, 졸업 40주년 기념행사도 42주년이 되어서야 치를 수 있었다. 다행히 두 개의 큰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후, 후임 회장에게 자리를 물려주었다.
후임 회장은 더욱 활발한 동창회 활동을 선언했고, 각종 동호회 활성화에 앞장섰다. 덕분에 우리는 골프, 스크린 골프, 산악회, 바둑 모임, 그리고 당구회까지 다양한 취미 활동을 함께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당구 모임은 매주 일요일, 강남의 뱅뱅 당구장에서 모여 친목을 다지고 있다. 단순한 취미를 넘어 하나의 전통이 되었고, 해마다 열리는 당구 대회는 동창들 사이에서 가장 큰 행사 중 하나가 되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2월 23일, 당구 대회가 개최되었다.
3구 개인전과 단체전, 그리고 4구 단체전이 진행되었으며, 나는 고3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와 함께 4구 단체전에 도전했다.
대회는 열기로 가득했다.
쓰리쿠션을 잘 치는 친구들이 많아 3구 게임은 경쟁이 치열했다. 오전에는 3구 개인전이 열렸는데, 22명이 참가해 예선전과 본선을 거쳐 실력자가 가려졌다. 결국 핸디 23을 가진 친구가 우승을 차지했다. 오후에는 3구 단체전이 이어졌고, 핸디 44인 팀이 영광의 주인공이 되었다.
내가 참여한 4구 단체전은 박진감이 넘쳤다. 6팀이 풀리그 방식으로 경기를 치르며 승부를 겨뤘다. 나와 친구의 핸디 합은 300이었는데, 가장 높은 핸디(250+150)를 보유한 400 팀이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마지막까지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는 점에서 큰 만족감을 느꼈다.
대회가 끝난 후, 인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미나리 삼겹살을 곁들인 만찬을 즐겼다. 우승과 패배를 떠나 오랜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야말로 가장 값진 것이었다.
몇몇 친구들은 식사 후에도 다시 당구장으로 향했고, 나 역시 분한 마음을 풀고자 우승팀과 한번 더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역시나 실력 차이는 분명했다. 다시 한번 패배를 맛보았지만, 그 과정이 즐거웠기에 아쉬움보다는 만족감이 더 컸다.
이제는 60을 넘긴 세대다. 하지만 여전히 모이면 소년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 친구들은 인생에서 배우자와 함께 가장 소중한 존재다. 누군가 "언제 어디로 나와!”라고 부르면 이유 불문하고 나가는 것이 진정한 친구가 아닐까.
함께 당구를 치며 경쟁도 하고, 삶의 이야기를 나누며 우정을 쌓아가는 이 시간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들 중 하나다.
내년 당구 대회에서는 반드시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또 한 번 이 모임이 주는 기쁨을 가슴에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