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은'의 시를 읽고
'그곳' - 오 은
거울이 말한다
보이는 것을 다 믿지는 마라
형광등이 말한다
말귀가 어두울수록 글눈이 밝은 법이다
두루마리 화장지가 말한다
술술 풀릴 때를 조심하라
수도꼭지가 말한다
물 쓰듯 쓰다가 물 건너간다
치약이 말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변기가 말한다
끝났다고 생각한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라
오 은의 시 「그곳」은 일상적인 사물들이 마치 조언을 건네는 듯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를 통해 시인은 단순한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며, 삶의 태도나 교훈을 암시하고 있다.
1.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거울)
거울은 겉모습만을 비출 뿐, 그 이면까지 보여주지는 못한다. 즉,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겉으로 드러난 것만 믿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다. 이는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조언으로 읽힐 수도 있다.
2. 이해하려면 글을 읽어야 한다 (형광등)
"말귀가 어두울수록 글눈이 밝은 법이다"라는 표현은, 말보다는 글을 통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형광등이 어두운 곳을 밝히듯, 글이 삶의 이해를 도울 수 있다는 시인의 생각이 반영된 듯하다.
3. 쉽게 풀릴 때가 오히려 위험하다 (두루마리 화장지)
"술술 풀릴 때를 조심하라"는 말은 일이 너무 쉽게 풀릴 때 방심하지 말라는 경고처럼 들린다. 마치 인생이 순탄하게 흘러갈 때 오히려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4. 물 쓰듯 쓰다가 물 건너간다 (수도꼭지)
이 구절은 자원을 낭비하면 결국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물뿐만 아니라 시간, 기회, 인간관계 등도 함부로 다루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암시로 볼 수 있다.
5.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치약)
치약은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낼 수 있는 물건이다. 이는 우리가 어떤 일을 끝냈다고 생각해도, 여전히 가능성이 남아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메시지로 읽을 수도 있다.
6.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 (변기)
변기의 역할은 배설물을 처리하는 것이지만, 그곳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인생에서 어떤 것이 끝났다고 생각할 때, 사실은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시는 단순한 사물들을 통해 삶의 교훈을 전달하면서도, 가볍고 위트 있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물들이 건네는 말들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하게 되는 교훈들과 맞닿아 있으며, 시인은 이를 통해 삶의 태도에 대한 통찰을 전달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이 시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와닿았을까?
시인이 말하는 ‘그곳’은 화장실이라는 공간이지만, 단순한 장소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화장실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공간이고, 그 안에서 무심코 마주하는 물건들이 우리 삶과 닮아 있다는 점을 시인은 놓치지 않았다.
시인은 화장실이라는 현실적인 공간에서 자신을 다짐하고 있는 듯하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 한쪽 면만 보지 말고, 깊이 생각하기
"술술 풀릴 때를 조심하라" → 인생의 균형을 생각하기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노력하기
"끝났다고 생각한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라" → 실패 속에서도 다시 도전하기
결국, 화장실이라는 일상의 공간 속에서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다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단순한 일상이지만, 그 속에서도 성찰하고 다짐하는 자세를 가지자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이미지: 네이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