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중독자들을 보며
헬스장을 다닌 지 어느덧 다섯 달이 되었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했던 그 공간이 이제는 익숙한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 주중엔 저녁 약속이 없는 날 두 번, 주말엔 한두 번 정도.
운동이 점점 습관이 되어가니, 안 가는 날은 어딘가 허전하다. 마치 하루를 온전히 마무리하지 못한 것 같은 기분.
나는 아직 '운동 중독자'는 아니지만, '헬스장 애호가'라는 말은 어울릴 듯하다.
요즘 날씨는 5월답지 않게 변덕스럽다. 어느 날은 패딩이 걸려 있고, 또 어떤 날은 슬리퍼와 얇은 옷들이 널려 있다. 날씨만큼 헬스장에 오는 사람들도 다양하다. 그런데 그들 중에서도 유독 자주 마주치는 얼굴들이 있다. 나는 그들을 ‘운동 중독자들’이라 부른다.
그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중장년의 남성들이다. 은퇴 후의 여유가 느껴지는, 조용한 안경쟁이들. 어떤 분은 일흔은 훌쩍 넘어 보이는데도 여전히 단단한 근육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마치 헬스장에서 살고 있는 듯하다. 내가 어느 시간대에 가든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걸 보면, 매일매일 헬스장을 찾는 것이 분명하다.
공통점이 있다면, 몸에 지방이 거의 없다는 것. 삐쩍 마른 체형이라도 팔과 다리에 힘줄이 뚜렷하고, 약간 배가 나온 사람도 그 아래로 단단한 근육이 자리 잡고 있다. 하루 이틀로 될 수 없는 몸. 꾸준함이 만든 결과다.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50대 이상의 여성들 가운데도 요가 매트를 깔고 유연함을 가다듬고, 다양한 기구를 이용해 근육을 단련하며, 트레드밀 위에서 40분 이상 걸으며 땀을 흘리는 분들이 있다. 젊은 여성들도 보이는데, 머리를 질끈 묶고 이어폰을 낀 채, 세상과 단절한 채 자신의 운동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꽤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자문하게 된다. 나는 운동 중독자일까? 천만에! 나는 아니다.
내 루틴은 비교적 단순하다. 경사도 10의 인클라인에서 30분간 빠르게(4분) 천천히(1분)를 5분 단위로 걷고, 하체나 상체를 강화하는 기구 몇 개를 이용해 운동한 뒤 나오는 1시간 코스.
하지만 이 1시간 동안 온몸에서 쏟아지는 땀은 단순한 수분이 아니라 스트레스와 무기력을 씻어내는 정화수처럼 느껴진다. 운동을 마친 후의 개운함은 이 루틴을 다시 반복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나는 아직 중독자는 아니지만, 운동 중독자들의 삶에 종종 경의를 표한다.
그들은 몸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매일을 자신에게 진실하게 살아가는 듯 보인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삶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중이다.
오늘도 땀 한 바가지를 흘린 후, 어제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나를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