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을 알아야 운동이 된다
운동을 싫어하는 나지만, 운동을 포기할 수는 없는 나이다.
의욕은 넘치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중년의 몸.
나는 오늘도 운동과 타협하며 나만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운동을 잘하려면 타고난 운동신경이 있어야 한다고들 한다.
반사신경, 습득력, 근육질의 체형까지.
그런 것들이 기본기를 만들어주는 건 맞다.
하지만 중년의 운동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따로 있다.
한라산 등반을 해보니 이제야 조금씩 깨닫는 게 있다.
운동을 잘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내 몸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1. 운동의 첫 번째 적은 '배'다
뱃살은 단순히 보기 싫은 문제가 아니다.
구부리기, 서기, 자세 잡기, 심지어 빠르게 걷기조차 불편하게 만든다.
뱃살이 나오면 허리를 곧게 펴는 것조차 부담스럽고, 금방 숨이 찬다.
지난주 한라산 등반 시에도 나는 뱃살이 부담스러워 헉헉거렸다.
그런데 체계적으로 PT를 받은 아내는 전혀 지치지 않았다.
폐활량도 뱃살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숨이 턱끝까지 차오른 힘든 고비에서 원망스럽기만 한 것은 뱃살이었다.
운동을 시작하자마자 지쳐버리는 건 결국 이 뱃살 때문이다.
2. 하체가 무너지면 모든 운동이 무너진다
걷기, 뛰기, 쪼그려 앉기.
이 모든 기본 동작이 하체에서 시작된다.
허벅지와 종아리, 발목까지, 어느 것 하나 부실하면 나머지도 무너진다.
등산을 하는데 하체가 후들거리면 자세가 망가진다.
스쿼트를 매일 50개씩 해보자.
몸의 중심이 잡히고, 계단 오르기가 편해진다.
작은 변화지만, 가장 확실한 변화가 아닐까.
3. 상체가 약하면 자신감도 무너진다
팔뚝, 어깨, 가슴, 등.
상체 근육이 약하면 무거운 물건 하나 제대로 들어 올릴 수 없다.
운동기구 앞에 서면 겁부터 난다.
무게를 밀고 끌고 당기는 일, 그게 바로 '버티는 힘'이다.
이 버팀이 약하면, 운동은 계속 도망가버린다.
상체의 차이는 쉽게 알 수 있다.
똑같은 사이즈의 셔츠를 입었을 때 옷이 꽉 끼는 사람과 헐렁한 사람을 상상해 보라.
4. 내 몸에 맞는 운동 루틴을 만들자
세상에 운동법은 넘쳐난다.
인터넷, 인스타, 유튜브... 정보의 홍수다.
하지만 그중 어떤 것도 내 몸에 정확히 맞지는 않는다.
결국은 내 몸이 원하는 방식으로, 내가 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요즘 나는 이렇게 한다.
첫 20분: 빠르게 걷는다. 몸에 열을 올리고, 준비시킨다. 경사도는 4부터 높여가다 10에 맞추고 속도는 4.5 정도. 좀 미진하다 싶으면 10분 연장.
중간 20분: 기구를 이용해 상체와 하체를 번갈아 자극한다. 이것도 미흡하면 10분 연장.
마지막 20분: 천천히 걷거나 슬로 조깅을 하며 근육을 풀어준다. 경사도를 4 정도로 서서히 낮추고, 빠르고(4.5~5 정도) 천천히(3) 걷기를 5분 단위(4분, 1분)로 반복한다.
예전에는 처음부터 걷기만 40분 하고서 기구를 붙잡았다.
하지만 내 몸의 밸런스를 맞춰가는 게 진짜 운동이라는 걸 지금은 안다.
5. 결론
운동을 잘하는 사람은 따로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운동을 오래 하는 사람은, 자기 몸과 친해진 사람이다.
지금 운동이 힘들고, 몸이 말을 안 듣는다면
그건 당신이 게으른 게 아니라, 당신의 몸이 아직 당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뿐이다.
내 몸을 이해하는 순간부터 운동은 달라진다.
*주: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 시리즈는 일상의 작은 운동 실천을 기록하는 글입니다. 바쁜 삶 속에서도 나만의 방식으로 몸을 돌보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