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성을 길러야...
뇌보다 빠른 손...
나의 손은 참 빠르다.
그리고 뇌도 빠르다.
문제는, 손이 뇌보다 더 빠르다는 것이다.
나는 항상 생각이 많다.
머릿속은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세상으로 여행을 떠난다.
회사 일, 좋아하는 야구팀의 경기 결과, 환율과 주가 흐름, 거래처의 이메일 처리, 브런치스토리에 쓸 글 주제 선택, 고향 부모님의 안부, 해외에 있는 딸과 결혼을 고민 중인 아들까지.
그 사이사이 형제들의 안부와 동창들의 경조사도 챙겨야 하고, 무엇보다 나 자신의 앞날도 걱정해야 한다.
그 복잡한 생각들 속에서, 손은 또 따로 논다.
뇌가 어떤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손이 먼저 움직인다.
SNS에 글을 올리고, 은행 송금을 하고, 메일을 쓰고, 자료를 작성한다.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하지만 그 빠름이 언제나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연락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메시지를 잘못 보낸 일, 금액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송금한 일, 매수와 매도를 헷갈려 손해를 본 일도 있다. 대부분은 젊은 시절의 일이지만, 그 습관은 여전하다.
운전 중 신호에 멈췄을 때도 마찬가지다.
눈은 앞을 보고 있지만, 생각은 산만하고 손은 어느새 휴대폰 화면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집중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때때로 한숨이 나온다.
손이 빠른 건 민첩함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여러 실수를 통해 배워왔다.
속도보다 중요한 건 방향이라는 걸, 그리고 그 방향은 충분한 생각에서 나온다는 걸 조금씩 깨닫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손은 여전히 뭔가를 하려고 준비되어 있다.
이게 나만의 문제일까?
아니면 현대인의 공통된 습관일까?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시대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 행동이 뇌와 충분히 대화를 나눈 뒤에야 진짜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속도를 줄이는 용기.
그것이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기술인지도 모른다.
*이미지: 네이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