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숟가락과 젓가락, 그 사이의 문화

한중일 비교

by 글사랑이 조동표

식당에 들어서면 습관처럼 자리에 앉아 숟가락과 젓가락을 집는다.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표면에 내 얼굴이 흐릿하게 비친다.

이것들은 분명 깨끗하게 씻겨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저것이 방금 전 다른 누군가의 입을 거쳤던 도구라는 사실이 떠오른다.

그 찜찜함은, 아무리 세제가 좋고 물이 뜨거워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이런 불편한 마음을 애초에 만들지 않는다.

식당에서 나오는 젓가락은 대부분 1회용 나무젓가락이다.

한 번 쓰고 나면 바로 버린다.

숟가락은 잘 쓰지 않으니, ‘남이 쓰던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줄어든다.

물론 일본에도 도자기 숟가락과 젓가락이 있지만, 그건 주로 중국요리를 먹을 때나 등장한다.


한국은 다르다. 금속 숟가락과 젓가락은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닌 생활도구다.

불에 강하고 오래 쓰며, 세척도 쉽다.

뜨거운 국물 앞에서도 형태가 변하지 않는다.

경제적이고 환경에도 좋다.

그러나 차갑고 단단한 그 질감은, 따뜻한 나뭇결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무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중국은 또 다른 방식이다. 대나무나 플라스틱 젓가락, 도자기 숟가락을 함께 쓴다.

연회 자리에서는 ‘공용 젓가락’과 ‘개인 젓가락’을 구분하는데, 위생과 예의를 동시에 챙기는 셈이다.


결국 식사도구의 재질과 사용 방식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다.

그 나라 사람들이 무엇을 불편해하고, 무엇을 편안해하는지를 보여주는 문화의 거울이다.

한국은 실용성과 지속 가능성을 택했고, 일본은 위생 심리를, 중국은 체면과 예의를 강조했다.


동아시아 3국 중에 중국의 젓가락이 긴 이유는 음식을 가운데 놓고 개인별로 조금씩 집어서 덜어먹기가 편리한 이유이고,

일본 젓가락이 짧고 끝이 뾰쪽한 이유는 생선 가시를 잘 발라먹기 위해서라는 견해가 있다.

각국의 음식문화와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손에 쥐며 생각한다.

이 도구들이 내 입에 닿기 전, 어떤 사람들의 손을 거쳐왔을까.

그 길을 따라가면, 결국은 우리가 사는 방식과 서로를 대하는 마음이 보인다.



*이미지: 구글 참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