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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무임승차

65세가 되어도 요금을 내는 이유

by 글사랑이 조동표

요즘 지하철을 타면 “노인 무임승차”라는 말이 자주 회자됩니다. 하루에도 수백만 명이 오가는 대중교통이니만큼, 그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노인 무임 이용객의 부담이 공공요금 인상과 운영적자 문제로 연결된다는 뉴스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문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나도 65세가 되면 무임으로 다녀야 할까?”


아니요! 저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내가 건강하게 일하고, 움직일 수 있는 날까지는 지하철을 ‘내 돈 내고’ 타겠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첫째, 공공의 책임을 ‘내 몫’만큼은 나누고 싶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복지라는 이름 아래 많은 부담을 미래 세대에게 넘겨주고 있습니다. 은퇴한 노인이 늘고, 일하는 젊은이는 줄어듭니다. 이런 구조에서 무임승차는 단지 ‘혜택’이 아니라 ‘누군가의 몫’을 대신 가져오는 일이기도 합니다.

내가 낼 수 있는데도 굳이 공짜로 타는 것은, 결국 다른 누군가에게 부담을 지우는 일입니다. 나는 그 무게에서 자유롭고 싶지 않습니다.


둘째, 공짜는 마음을 무디게 하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당연한 권리’처럼 여깁니다. 하지만 그건 대개 누군가의 희생이나 기여 위에 세워진 것들입니다. 나는 공짜를 누리는 대신, 내가 이 사회에 아직 기여하고 있다는 자존감을 갖고 싶습니다. 1,550원의 요금이 그 자존감을 지켜주는 셈입니다.


셋째, 내가 걸어온 삶과 앞으로의 노년이 부끄럽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나이 든다는 것이 누군가의 보호만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여전히 함께 책임지는 구성원이 되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나이 65세는 끝이 아닙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과 관계 맺고, 작은 실천으로도 사회를 지탱할 수 있는 시작입니다. 지하철 요금 하나를 기꺼이 낸다는 결심이, 내 노년을 좀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생각합니다.

“나는 아직 낼 수 있다. 그럼, 내자.”

이런 마음으로 지하철에서 교통카드를 태그 할 것입니다.


삑! 하고 나는 소리를 들으며 나의 몫을 내고, 떳떳하게 타겠습니다.



*이미지: 네이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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