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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마음

나눔으로 완성되는 삶

by 글사랑이 조동표

나는 아직 할아버지가 아니다.

자녀들이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기에, 손주를 품에 안아본 적도 없다.

그래서 아버지의 마음은 알아도, 할아버지의 마음은 아직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여전히 정정하신 아버지를 곁에 두고 있다.

장모님 역시 건강하시다.

그분들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조금씩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인생의 황혼기에 들어선 분들의 마음은, 60대인 나와는 분명 결이 다르다.

가장 크게 느껴지는 건 물질에 대한 태도다.


우리 세대는 아직도 욕망과 욕구를 따라 달린다. 이룰 수 있는 것이라면 놓치고 싶지 않고, 가진 것이라도 지키고 싶다.

하지만 아흔을 바라보시는 아버지와 장모님은 다르시다.

물질에 연연하지 않으신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돈이 자신과 함께 영원할 수 없다는 걸 잘 아시기 때문에, 소유보다 나눔의 가치를 더 높게 여기신다.


자식들에게 일이 생기면, 망설이지 않고 지갑을 여신다.

손주의 입학식, 졸업식, 생일, 결혼식...

그럴 때마다 적지 않은 축의금과 용돈을 선뜻 내어주신다.

그 모습은 어떤 계산도, 고민도 없어 보인다.

그저 주고 싶은 마음,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몸에 배어 있으신 것 같다.


나도 자식이 있고, 자식들을 누구보다 사랑한다.

하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보여주시는 그 ‘아낌없는 마음’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건 단지 가진 것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

삶의 길을 오래 걸으며 체득한, “남기기보다 나누는 것이 편안하다”는 경지에 가까운 마음이다.


아마도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훨씬 많다고 느껴지기에, 이제는 물질적 만족보다 마음의 평온과 정신적 기쁨이 더 중요해지는 것이 아닐까.

내가 미처 바라보지 못한 세계를, 그분들은 조용히 살아내고 계신다.


어느 날 아버지께 여쭤보았다.

“뭐 갖고 싶은 거 없으세요?”

아버지는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이제는 뭐 더 바라는 게 없어. 입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것도, 가지고 싶은 것이 없어... 다 필요 없어.”


그 말이 한참 동안 마음에 남았다.


비슷한 질문을 장모님께 드리니 똑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바라지 않는다는 건, 이미 충분하다는 뜻이 아닐까.

사고 싶은 것이 없다는 건, 채워야 할 빈자리가 없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어쩌면 그것이 인생의 완숙미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직 그 마음을 다 알 수 없지만, 그곳을 향해 가는 길목에 서 있다는 건 분명하다.


그래서 오늘은 나도 한 발 멈춰,

가진 것을 바라보며 감사하고,

베풀 수 있는 것에 마음을 두려 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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