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와 현실 사이
은퇴 후 생활비를 통계와 현실 사이에서 생각해 본다.
은퇴자 생활비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늘 비슷한 수치가 따라붙는다. 부부가 함께 은퇴 후 살아가려면 한 달에 300만 원에서 350만 원 정도면 충분하다는 말이다. 은퇴 재무 설계 자료나 금융사 광고를 보면 마치 공인된 기준처럼 반복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 막상 은퇴해 살아보면, 600만 원에서 700만 원을 써도 부족하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왜 이런 괴리가 생길까?
우선 고정비가 줄지 않는다. 아파트 관리비, 재산세, 대출 원리금은 은퇴했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관리비와 세금은 해마다 오른다. 여기에 모기지 상환까지 끼면 100만 원 훌쩍 넘는 지출이 매달 고정처럼 빠져나간다.
둘째는 의료비다. 젊을 때는 보험료만 내면 끝이라 생각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건강보험이 커버하지 못하는 영역이 늘어난다. 치과 치료, 안과 수술, 각종 비급여 항목은 불시에 큰 비용을 요구한다. 약값과 영양제 구입비만 해도 두 사람이 꾸준히 복용하면 한 달 십만 원은 금세 넘어선다.
셋째는 사회적 교류다. 은퇴 후 오히려 모임이 잦아진다. 친구와의 모임 자리, 친구들과 지인 그리고 친인척의 경조사, 손주를 위한 지출은 통계에는 잘 잡히지 않는다. 여기에 ‘이제는 좀 즐겨보자’ 하는 마음으로 떠나는 여행과 취미 생활까지 더하면 생활비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다.
*은퇴 부부 월 생활비 비교
이상적 생활비 (350만 원) vs 넉넉한 현실 생활비 (700만 원) 차이 및 그 원인 분석
- 주거비 (관리비+세금+대출)
이상: 120만
현실: 150만~200만 (관리비·재산세 상승, 모기지 잔액)
- 식비
이상: 80만
현실: 150만~200만 (외식·외부 모임, 물가 급등)
- 교통·통신비
이상: 40만
현실: 60만~80만 (차량 2대 유지, 유류비, 톨게이트 이용, 버스 및 전철 이용, 스마트폰 구입 및 사용료)
- 의료비
이상: 30만
현실: 70만~100만 (만성질환·치과·비급여 치료, 약값+각종 영양제 구입 증가)
- 여행·문화·취미
이상: 40만
현실: 100만~150만 (국내외 여행,
취미·동호회·문화생활 증가)
- 경조사·사회적 교류
이상: 20만
현실: 50만~70만 (결혼식·조문·친지 왕래·손주 돌봄)
- 기타 생활비 (의류·가전 등)
이상: 20만
현실: 40만~60만 (가전 교체, 집수리, 선물비)
- 예비비/비정기 지출
이상: 포함 안 됨
현실: 50만+α (자녀 지원, 긴급 의료, 자동차 교체 등등)
이상 합계: 약 350만 원
현실 합계: 약 700만 원
이것은 최소 생계 vs 실제 생활 수준의 차이를 나타낸다.
통계가 말하는 350만 원은 사실상 ‘최소한의 생계비’일뿐이다. 집에만 머물고, 외식은 거의 하지 않으며, 여행도 자제하고, 의료비가 크지 않다는 가정하에서만 가능한 수치다.
그러나 현실의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우리는 사람과 어울리며 살아야 하고, 가끔은 여행으로 활기를 찾아야 하며, 건강은 늘 돌발 변수를 안고 있다.
그래서 은퇴 생활비의 본질은 “얼마가 필요하냐”가 아니다. 그것은 언제나 모자랄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삶의 수준을 선택하고, 어디까지를 감당하며 살겠느냐 하는 문제다.
당신은 은퇴 후 어떤 수준의 삶을 꿈꾸고 있는가.
매달 350만 원으로 살아낼 단정한 삶일까, 아니면 700만 원도 모자란 넉넉하고 풍성한 삶일까?
정답은 통계 속에 있지 않고, 각자의 선택과 태도 속에 있다.
*이미지: 구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