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사진의 의미

첫돌, 한 해를 버텨낸 기적

by 글사랑이 조동표

돌 사진의 의미

- 첫돌, 한 해를 버텨낸 기적


서랍 속 깊은 곳에서 꺼낸 한 장의 흑백사진.

사진 속 아기는 방울 달린 모자를 눌러쓰고 꽃무늬 의자에 기대어 서 있다. 아직 서 있는 것이 서툴고 눈망울은 세상에 막 인사를 건네듯 또렷하다. 그것은 바로 나의 돌 사진, 첫돌을 기념하기 위해 부모님이 남겨둔 귀한 기록이다.


돌잔치가 지금처럼 호텔 연회장에서 열리던 시절은 아니었다. 한 상 가득 음식을 차리고 친척과 이웃을 불러 작은 잔치를 여는 것만으로도 큰일이었을 것이다. 아기가 첫해를 무사히 버텨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적에 가까웠으리라. 어린 생명을 지키기 어려웠던 시대, 돌은 단순한 생일이 아니라 생존의 경계선을 넘어선 축복이었다.


- 사진 한 장이 가진 무게


친구들을 보면, 요즘은 휴대폰 속에 하루에도 수십 장의 아이 사진이 쌓인다고 한다.

하지만 내 어린 시절, 사진은 흔치 않았을 것이다. 필름과 인화지, 사진관 비용까지 모두 부모의 결심이 필요했으리라. 그러니 돌 사진 한 장은 단순한 기념이 아니라, 부모의 정성과 염원이 담긴 결과물이었다.


사진관의 낯선 배경과 의자, 사진사의 익숙한 손길, 그리고 아이를 웃기려 애쓰던 부모의 표정까지 그 순간이 모두 함께 담겨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사진을 볼 때마다 단지 내 얼굴만 보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는 부모의 사랑, 가족의 희망, 시대의 공기가 함께 찍혀 있다.


- 나에게 묻는 돌 사진


시간은 흘러 나는 이제 그 아기의 나이를 육십 배도 넘어섰다. 살아온 길은 예기치 못한 굴곡으로 가득했고, 때로는 후회와 회한도 많았다. 하지만 사진 속 아기를 바라볼 때마다 묘한 질문이 떠오른다.


“네가 걸어온 길은 그때 부모가 바라던 길과 얼마나 닮아 있나?”

“첫돌을 기념하던 그 마음처럼, 지금도 삶을 소중히 여기며 살고 있는가?”


돌 사진 속의 눈빛은 여전히 내게 똑같은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나는 그 물음 앞에서 다시금 마음을 다잡게 된다.


- 돌 사진이 주는 교훈


돌 사진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다. 그것은 나라는 존재의 첫 번째 증거이며, 한 가정의 사랑이자, 그 시대가 남긴 한 장의 역사다. 사진 속 아기는 말을 할 줄 몰랐지만, 그 침묵은 오히려 더 큰 메시지를 남겼다.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이 사진은 당시 전주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사진관'에서 찍었는데, 사진사 말이,

"선생님 아들 사진 잘 나올 겁니다. 이목구비(耳目口鼻)가 또렷또렷하고 눈동자가 총기가 있어 장래 한가락 크게 할 아드님을 두셨네요." 라며 치켜세운 그 말이 새삼스럽다고 하셨다.


나는 과연 아버지의 기대와 사진사의 예언대로 살아왔을까?


삶은 결국 수많은 시작들의 연속이다. 첫돌이 지나 새로운 삶이 열렸듯, 지금 이 순간에도 또 다른 돌을 준비하듯 살아가야 한다.

돌 사진은 내게 그렇게 속삭인다.


“삶은 리허설이 없으니, 오늘 하루를 너의 새로운 첫돌처럼 살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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