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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바보

해외에 사는 딸을 향한 父情

by 글사랑이 조동표

연말연시를 이용해 딸이 일시 귀국했다. 조용했던 집안에 활기가 돈다.


아무리 페이스톡으로 얼굴을 봐왔지만 실제로 곁에 있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한국 체재기간 닷새를 이용해 빼곡한 일정이다. 친구들 만나는 와중에 해외보다 우리나라가 가성비 높고 경쟁력 있는 것들은 다 여기서 해결한다.


치과, 미용실, 의류 구입은 기본이고 장보기 3번에 엄마 도움도 받아 밑반찬도 만들고, 평소에 못 먹었던 얼큰하고 매콤한 음식을 만들어보고 즐긴다.


음식 만들기 좋아하는 딸에게 모녀간 요리비법 전수도 이루어진다. 해외에서는 손에 넣는 재료나 소스, 조미료가 여기랑 다르니 맛이 있기야 하겠느냐만 무엇보다 손맛이 다르리라.


나는 운전기사로 활약하며, 앞으로의 삶에 대해 얘기를 나눠본다. 이제 한국나이로 30살이 되니 자연스럽게 혼사가 화제에 오르지만 본인은 아무런 관심이 없다. 모태솔로인 데다 자기의 일에 더 관심이 많고 이제 손에 익기 시작한 업무가 더 재밌단다.


두 살 위인 오빠도 비슷한 처지이지만 혼사 얘기엔 아들딸 다 무관심이다. 이러니 우리나라가 출산율 최저국가인가? 아빠는 결혼 여부를 떠나서 그저 자식들이 행복하기만 바랄 뿐이다.


자녀들의 삶에 간섭하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자연의 섭리에 충실했으면 한다. 예식장에 딸과 팔짱을 끼고 들어가는 상상을 아직까지는 하지 않았다.


예전의 나는 신년 초 아버지의 결혼 권유에 예스맨이 되었던 기억이 있으나 요즘 젊은이들은 가치관이 다르다. 이쁘고 똑똑하고 좋은 직장이 있다 해도 그냥 본인의 삶이 더 좋단다.


딸이 먹고 싶어 하는 메뉴 덕택에 모처럼 갈치조림도 먹어보고 이태리요리에 차돌박이구이, 김밥과 떡뽂이도 구경했다. 아들과 달리 섬세하게 아빠의 건강도 챙겨주고 안마도 해주고 선물도 사 왔는데, 이제 내일이면 출국이란다. 오늘은 마지막 날인데 뭘 먹여서 보내야 할까 생각하니 아쉬운 이별이 아프다.


하긴 나도 만 18세부터 혼자서 객지생활을 해왔고 자취도 했으니 그 유전자가 어디 가겠는가? 그저 혼자서도 씩씩한 삶을 사는 딸이 귀엽고 이쁠 뿐이다.


기본적으로 밝고 명랑하며 적극적인 성격에 외모도 나를 많이 닮았다. 아무리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이 표현을 실감하고 있는 신년 첫날이었다.


*이미지: 네이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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