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미아 1장 2화

서초동에서 마감하다

by 글사랑이 조동표

강남역 미아 2

- 서초동에서 마감하다


그는 서초동의 사무실에 혼자 남았다.

사람들이 떠난 공간에는 말이 스며든 흔적만 있었고, 숨소리는 이미 증발해 있었다. 책상은 그대로였고, 의자들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그곳을 채우던 공기만은 사라져 있었다.


유리창 너머의 겨울 하늘은 낮게 드리워져 있었다.

서초의 겨울은 차갑고 무표정했다. 그 풍경은 한 번도 온기를 주지 않았다.


그는 한참 동안 밖을 내려다보았다. 그곳에서 몇 년을 보냈는지 정확한 숫자는 떠오르지 않았다. 기억은 숫자가 아니라 낯익은 장면으로 남아 있었다.

점심때 줄 서던 식당,

퇴근 후 아무 말 없이 걷던 동료들, 길어진 회의와 그 위에 드리운 커피 냄새.

모든 것이 이미 사람 없는 장면으로 굳어 있었다.


필요 없는 서류는 이미 버려졌다. 남아 있는 것은 명함 몇 장, 오래된 수첩, 그리고 쓰지 않는 볼펜뿐이었다. 그렇다고 공간이 그의 일부를 남기지는 않았다. 회사라는 곳은 떠나는 순간 개인의 흔적을 매끈하게 닦아냈다.


휴대전화가 잠시 진동했다. 그의 눈은 화면을 스쳤다. 그리고 곧 다시 조용해졌다.

연락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그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조용함은 생각보다 무겁게 남아 있었다.


그는 자리 위에 서 있었다. 앉지 않았다. 앉으면 다시 그 자리에서 움직이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서 있기로 했다.


사무실 불을 껐다. 엘리베이터 안 거울에 비친 얼굴은 익숙하지만 익숙하다고 말할 수도 없는 얼굴이었다. 중심에 서 있던 얼굴이 아니라 막 그 자리에서 밀려난 얼굴 같았다.


건물 밖 찬 공기가 그의 얼굴을 스쳤다.

그의 발은 무의식적으로 강남역 쪽을 향해 움직였다. 특별한 목적지는 없었다. 다만 늘 그렇게 걸어왔다는 이유만으로 발이 움직였다.


강남역은 여전히 붐비고 있었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졌다. 아무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그 흐름 속에 잠시 서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보다도 어디에도 서 있지 않은 감각이 더 뚜렷했다.


그날 그는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자신이 중심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저 중심을 지나가는 존재였다는 사실을.


그는 강남역 한가운데서, 목적지를 잃은 채 발걸음을 옮겼다.


서초동은 끝이 아니라 길을 잃은 이후의 시작이었다.

직장생활 시작과 끝도 함께한 서초동이었다.


keyword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