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당당하다면 삶에 떳떳할 수 있다.
늙은이가 현대사회의 걸림돌인 현실이지만 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떳떳하게 노년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이 사회의 발전에 젊음을 다 바친 처지로서 늘그막에 푸대접과 설움을 받는다는 것은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입니다. 옛날과 같은 경로효친은 누리기 어렵겠지만 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른으로서 떳떳하게 살아갈 수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지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회의 책임이기에 앞서 노인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노년에 이르면 기력이 쇠퇴하여 사회에 일정한 공헌을 하기에는 벅찬 일입니다. 아직 사회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그보다는 우선 사회의 걸림돌을 면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노년이라 하여 마냥 의기소침해서 살아야 한다면 늙은 것이 정말 서러운 일입니다. 겉으로는 무기력한 듯하더라도 노년으로서의 품위와 자존의식까지 버려서야 산 목숨이 아닐 것입니다. 비록 사회의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그동안의 삶에 대한 자부심과 여생에 대한 가치의식을 갖고 당당하게 노년을 누릴 의무와 권리가 있는 것입니다. 다만 그 당당함은 사회와 후손에 대한 요구가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다짐과 소신이어야 할 것입니다.
노년을 누린다는 것은 오래 사는 것에 있지 않고,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게 여생을 보내는 것에 있을 것입니다. 신체적으로도 그렇지만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야 떳떳하게 살 수 있습니다. 心身심신이 건강할 때까지만 산다는 소신만 있다면 사회에 폐가 되는 일이 적을 것이고, 노년은 얼마든지 당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의 발전과 행복을 해치지 않고, 내 본분을 지킬 수 있다는 확신과 각오만 있다면 떳떳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당당함을 구태여 과시하려 든다면 교만, 오만이 될 것입니다. 당당함은 존경을 받고 위엄이 서지만 교만과 오만은 경원과 배척을 당합니다.
노년이 떳떳하기 위해서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사회에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늙고 병들면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으니 그렇게 되기 전에 미리 사회에 공로를 쌓아두어야 합니다. 사회 일선에 있을 때의 노고와 공로에 대한 대가로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마음대로 향유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노령화 사회에서 그러한 이기적인 욕구가 사회에 부담과 장애를 면할 수 없다면 떳떳한 노년이 될 수 없습니다. 후손에 기대어 노년을 즐기려고만 하지 말고, 노년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한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사회와 소통도 되지 않는 거추장스러운 형편에 경로우대를 받아 게걸스럽게 공짜 거리만 찾아다니지 말고, 그럴 기운이 있다면 조그만 일이라도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해야 떳떳할 수 있습니다. 비록 큰 일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사회에 도움이 되고,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주어야 떳떳하게 살 수 있습니다. 길에서 재활용품을 모아야 한다면 딱한 노인이지만 휴지조각이나 쓰레기를 줍는 노인은 품격이 있어 보입니다. 공원이나 경로당에 몰려다니면서 무위도식하느니 늙은이라도 할 일은 없는지 찾아보는 것이 도리일 것입니다. 노인복지관에 가서 노년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길거리 청소도 하고, 학교 앞에서 애들도 지켜주고, 관광지 안내활동도 하고, 얼마간의 전문기술이나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봉사활동할 곳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막대한 노인복지 예산을 후손들에게 양보하는 아량이 있다면 얼마나 으젓하고 떳떳한 노인으로 살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이 사회의 걸림돌을 면하고 당당하게 살 명분이 서지 않겠습니까?
당당한 노년을 지켜주는 것 중에는 재력도 있습니다. 물론 재력이 클수록 노년의 위세도 커집니다. 재벌 회장님처럼- 그러나 그 위세는 자신이 아니라 재물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노년의 권위와 위엄이 당당함이 아니라 재물에서 나온대서야 떳떳한 내 노년이 아닙니다. 생전에 재산을 몽땅 자손에게 물려주는 것은 노년이 궁색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재산을 죽을 때까지 틀켜쥐고 있으면 대우는 받을지 모르지만 떳떳하지 못할뿐더러 자칫 노년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노년에 재산이 많으면 그만큼 걱정도 많이 해야 합니다. 그런 골치를 앓느니 무시당하거나 눈독을 받지 않을 정도만 가지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유산은 당연히 자손 차지라는 고정관념은 자손한테도 좋지 않고, 당당한 노년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재산에 여유가 있다면 그 용도에도 안목을 넓힐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가장 당당한 노년이기 위해서 욕심을 부려본다면 죽음에 대하여 의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살 만큼 살았으니 적어도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소신으로 맞을 수 있어야 성공적인 인생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그것이 이루기 어려운 경지이겠지만 인생의 마지막 장면이 무섭고, 억울하고, 한이 맺히고, 후회스럽다면 슬픈 인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 생각으로는 죽을 때만이라도 당당하고 떳떳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