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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고양이가 병원을 무서워하는 이유

Misophonia (청각과민증)과 고양이 혈액검사


" 커튼 설치요? 도대체 누가 비용을 낼 거죠?


신문지를 붙이면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환자 케어를 한단 말이에요? "

입원실 밖으로 보이는 모든 풍경과 소리들이 낯설고 무서운 반려동물 친구들

어차피 커튼으로 가리던 안 가리던, 동물 쪽은 종 특이성 때문에 환자가 편안하게 쉬는지의 여부나 약물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ABR이나 I/O check 외에도 완벽하게 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습니다.  


동물의 행동심리와 관련 산업의 편의성이 상반되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안녕하세요^^ 동물행동복지학 박사 노예원입니다.


저는 10여 년 전 즈음 동물 병원 ICU(환자 집중 치료실)에 커튼이나, 하다못해 신문지라도 좀 붙이자고 주장했지만.. 그때는 다들 고개를 저었습니다.


당시엔 동물에게 환자가 아닌 환축, 견주, 또는 장난감 '애'자를 쓴 애완동물이란 단어가 통용되던 시절이지요..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 환자들을 케어하려면 밖에서 훤히 뚫린 유리로 보아도 놓치는 부분들이 많은데, 하물며 그것조차 가리는 커튼은 더더욱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했을 겁니다.


하지만 현재는 수도권 동물병원을 비롯해 지방에서도 입원실에 커튼을 달았다며 적극적인 홍보를 하는 병원들이 많아지는 추세에요. 


2016년에 미국 수의학 박사분들에 의해 피어프리 개념이 제창되면서 더 이상 신체 질병과 심리적 스트레스를 분리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생겨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많은 보호자 분들이 이젠 동물 친구들의 '심리'에도 더 관심을 가지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에요.


드디어 말 못 하는 동물 친구들의 스트레스와 회복속도 연관성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지는 것 같아 감격스럽네요. ^^




맞아요. 아픈 동물들,

특히 고양이들은 청각이 무척 예민해서 투명한 유리 입원실에선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를 행동생리학에서는 Misophonia (청각과민증 or selective sound sensitivity syndrome)라고 하는데요,


쉽게 말해 ' 층간소음 ' 생각하시면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우실 거예요.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는.. 가벼운 짜증부터 나중엔 폭력에 살인충동까지 불러일으켜 이웃 간 심각한 분쟁으로 번지는 바람에 이미 뉴스에서도 많이 보도가 되었습니다.


특정 소리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넘어서서 공격, 자해, 자살 충동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로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하지만 아직까지 그 정확한 기전을 밝히지 못해 많은 학자들이 연구 중인 분야입니다.


하물며 동물 쪽은 더더욱 밝혀지지 않은 기전과 증상들이 있겠지요. 그래서 저희 같은 전공자들이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개인적으로 지금도 시아버지를 모시고 살면서 본업에, 봉사활동까지 병행하느라 최근엔 병원 신세를 질 정도로 무리를 해버렸네요.. ^^;

(며느리 간병일기 참조)

아이고.. 나이도 있는데 이제 몸 좀 사리며 일해야겠죠? ㅜㅜ


분명한 건, 이는 귀가 아닌 뇌에서 일어나는 문제라 증상을 알면서도 쉽게 컨트롤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가볍게는 이런 증상들이 있고요,

- Anxious (불안)

- Uncomfortable (불편)

- The urge to flee (회피 충동)

- Fear (두려움)

- Emotional distress (정서적 고통)


이후 자극에 대한 반응이 심화되면

- Rage (격노)

- Hatred (증오)

- Panic (공포, 공황)

- Disgust (혐오)와 같은 증상들을 보입니다.


사람의 경우 강박장애나 PTSD, 불안 장애 등과 구별이 어렵고, 동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동물의 경우 실무 경험 풍부한 행동학 박사급 전문가가 아니면 오진할 가능성도 매우 높아서 함부로 진단해서도 안됩니다.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으니 당연히 피부 발진, 가려움(소양감)부터 소화장애, 배설장애, 폭력적 행동 발현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사람도, 동물도 이 질환을 가진 개체일수록 질병의 회복속도와도 직결되는 문제이니 주의해야 하는데요, 과거엔 오픈된 입원실 유리를 커튼으로 가리면 환축 체크가 안된다는 합리적인 이유로 훤히 창으로 보이게 설계를 해두었으니..


물론 제가 케어하는 입장이라도 이렇게 서로를 훤히 볼 수 있는 쪽이 훨씬 쉽고 좋겠지만,

아파서 통증을 겪는 동물들에게 이런 불안, 공포, 스트레스를 추가로 주는 상황은 양질의 수면을 방해하는 상황임은 분명합니다.


어쨌든 저는 지금 동물변호사로서 동물 의뢰인들의 입장을 최대한 성실하게 대변해야 하니 이렇게 발언하는 것이고요.



무엇보다 수면은 백혈구의 회복 속도에도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약은 안 먹어도 영양가 있는 음식과 수면만큼은 필수이니 커튼으로 조금이니마 소음을 차단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시각 스트레스 차단은 덤이고요. ^^ 


이런 시청각 스트레스는 생리적인 회복 반응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건 이미 많은 연구들을 통해 접할 수 있습니다.

( 생리적 스트레스 반응성과 회복은 중요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높은 반응성은 적응적 또는 부적응적 반응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해석하기가 모호하나 회복이 더딘 것은 부적응적 반응을 반영한다는 것이 여러 내분비 및 면역 바이오마커의 결합된 분석으로 드러났다. 이는 스트레스를 생리적 지표로 나타내는 주요한 연구 결과 중 하나이다. )




사람은 병실에 커튼이라도 쳐서 시야는 차단하고 소음도 조금이나마 차단이 가능한데 동물 입원실은 둘 다 안되니 정말 오랜 시간 안타까운 부분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산업이란 게 인간 위주로 진행되기 마련이다 보니 진짜 우리 동물들이 원하는 것과 사람들의 편의성이 이렇게 배치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용품, 케어방법, 처치방법, 교육방법, 호스피스 방법 등)


참고로 케어가 힘들어 망설여지는 병원이 있다면, 저렇게 풀로 커튼을 치지 않고 2/3만 쳐도 훨씬 편안하게 쉴 수 있으니 참고하셔요~


사실, 너무 커튼으로 다 가려도 완벽한 케어를 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으니까요.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는 법입니다..


그래도 동물 병원 고를 때 '커튼'이 있는지의 여부도 잘 살펴보시고요.

사람으로 치면 방에 방문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입원실이기 때문에 이보단 약하긴 하지만 그래도 방문이 있는 쪽이 훨씬 안정감을 주지요. ^^




미소포니아 문제 외에도 아래 영상과 같은 과정 후에 진행되는 혈액검사 결과가 얼마나 정확할지는..

아마 의학계열에 몸 담고 계신 분들이면 한눈에 아실 것 같은데요, 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이렇게 검사하면 우려되는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 OT PT 급상승.

- 이 상태에서 IV 잡았다간 바늘 부러지는 수가 있고,

- 카테터 삽관은 더더욱 불가함.

- 바이탈 사인, 간 수치, 안압 등 평소보다 높게 측정됨.

- 여기서 네블라이저 같은 기계에 집어넣거나 억지로 갖다 댄다면..?



래서 동물친구들이 병원을 무서워하는 겁니다.


1) 병원 가기 전 이동장 꺼내올 때부터 스트레스받음


2) 병원 가는 동안 차 타는 것에 스트레스받음


3) 병원 도착해서 맡는 화학 냄새에 스트레스받음


4) 병원 도착해서 보는 낯선 풍경에 스트레스받음


5) 병원 도착해서 듣는 환자들의 비명소리에 스트레스받음 (고양이 청각은 개미 지나가는 소리도 듣는다고 적힌 문헌도 있습니다.)


6) 병원 진찰실에서 느끼는 낯선 이들의 손길에 극도로 스트레스받음


7) 병원에 10분 있었다? 동물들의 입장에선 6~70분 동안 스트레스받은 겁니다.


하물며 1~6까지 보통 최소 1시간 이상이죠?


네, 그럼 개와 고양이는 최소 6~7시간 이상 스트레스받았습니다.


2시간 걸렸으면 최소 12~14시간 이상이고요.

아.. 저라면 미칠 것 같겠네요.


더군다나 개, 고양이는

- 진찰과 치료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 채

- 아무도 그 이유를 말해주지 않고,

- 심지어 언제 끝나는지 시간제한도 해주지 않은 채 말이지요.. 대박입니다.


미소포니아는 저 7가지 중에 하나일 뿐이고요.


남자가 여자친구 쇼핑이 언제 끝나는지 모른 채 끌려다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생존과 직결된 공포, 그 잡채입니다.


진찰하는 사람도 무섭고, 개와 고양이도 무섭고.. 모두 다 무서운 상황ㄷㄷ


(고무장갑 끼고 보정했다 장갑 다 찢어지고 팔에 빨간 그림들이 쭈욱 그려진 수의테크니션 분들도 여럿 봤습니다. 다들 고생 많으세요..)


개라고 무섭지 않은 게 아니고요, 인간문화에 고양이보다는 더 빨리 적응한 편이라 참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참고로 주사 맞을 때 꼬리 흔든다고 다 좋아서 흔드는 거.. 절대 아닙니다.

그럼 병원 갈 때마다 매번 마취해서 진행할 것인가?


과거에는 간단히 귀세척 하거나 미용 한번 할 때마다 마취, 진정제 투여하고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이렇게 매번 치료나 단순 정기 검사하러 갔다간..

간과 신장에 부담되는 마취 약물투여로 인해 오히려 건강과 수명을 단축시키는 결과가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그게 우리 사람들은 간단한 치료할때마다 마취 시키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지요.)


아래 영상은 제목이 사이코 캣 수잔인데요, 글쎄요.


고양이들이 보기엔 어쩌면 인간들이 사이코로 보이지는 않을까요?


인간의 시각에서 보느냐 vs 고양이의 시각에서 보느냐이 차이일 뿐입니다. 



Ref.


Rian C. M. M. Lensen , Christel P. H. Moons , Claire Diederich. Physiological stress reactivity and recovery related to behavioral traits in dogs (Canis familiaris). n.p.: Plos One, 2019.


Hekman JP, Karas AZ, Sharp CR. Psychogenic stress in hospitalized dogs: Cross species comparisons, implications for health care, and the challenges of evaluation. Animals. 2014; 4: 331–347.


Ott S, Soler L, Moons CPH, Kashiha MA, Bahr C, Vandermeulen J, et al. Different stressors elicit different responses in the salivary biomarkers cortisol, haptoglobin, and chromogranin A in pigs. Res Vet Sci. 2014; 97: 12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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