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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문화에 녹아드는 준비를 하는 것

by 떼오 Mar 0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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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에 대한 선입견 중 하나가 파리 사람들은 영어를 할 줄 알아도 안 한다는 것이다. 이는 선입견이 아니라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다. 그래서 파리여행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은 미리 기본적인 프랑스어 회화를 숙지하고 간다. 적어도 Bonjour [봉쥬흐] 나 Merci [메흐시] 처럼. 


영어를 안 하는 혹은 안 해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영어를 안 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 영어를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영어실력을 들키기 싫어서 그냥 안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영어를 알아도 안 해주는 이유는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프랑스에 평범한 여행보다 길게 체류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나는 프랑스 사람이고, 지금 여기가 프랑스인데 굳이 내가 영어를 할 필요가 있어? 너네가 우리나라 방문한 손님이니깐 프랑스어를 해야지'라는 일종의 평등 마인드이다. 이는 식당에서 서빙하는 직원이 굳이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직원과 손님은 상하관계가 아니라 일종의 평등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처음 프랑스어를 배우기로 결심한 이유는 지금의 아내와 연애를 할 때이다. 내 아내는 첫 유럽여행으로 파리에 갔었고 그 당시 프랑스어와 프랑스 문화에 빠져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아내의 모습이 너무 멋있었고, 또한 아내와 공통 관심사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프랑스어를 배워보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모두가 그러하겠지만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열의에 불타 "가벼운 학습지"의 강의까지 구입하고 첫 달은 열심히 강의를 들으며 공부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W[더블유] 를 [두블르베] 를 읽는다는 것을 알고 프랑스어는 정말 직관적인 언어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실 W 모양을 보면 사실 알파벳 U[유] 가 두 개가 있는 것이 아니고 V[브이] 가 두 개가 있는 모양이다. 프랑스어는 보이는 그대로 V[브이]가 두 개라는 뜻의 [두블르베] 라고 있는 것이다.


나의 열의는 딱 거기까지였다. 발음도 어렵고, 난생처음 접하는 언어를 꾸준하게 배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프랑스어 공부에 손을 놓고 있었는데 아내와 결혼을 하자마자 우리는 프랑스에 가서 살게 된 것이다! (비자는 워킹홀리데이로 받았지만, 6개월여 프랑스라는 나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기로 정했다)


그래서 프랑스로 가기 전 급하게 학원에 등록하고 3개월간 다시 프랑스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실전 프랑스어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학습지에서만 들었던 전형화된 발음과 속도가 아니라 각자 개성이 담긴 억양과 속도로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그나마 여행으로 쌓인 눈칫밥으로 상황을 넘기곤 하였다. 우리는 거의 매일 슈퍼마켓이나 카페에 갔는데 가장 기본적인 대화에서 마저 프랑스어의 높은 장벽에 가로막히곤 하였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Vous voulez ticket? [부 불레 띠케?] 영수증 드릴까요?

Je vais prendre un café, s'il vous plaît? [쥬 베 프헝드흐 앙 카페, 실부쁠레?] 커피 한잔 부탁드립니다.


와 같은 기본적인 문장들도 처음에는 하나도 몰랐다. 하지만 매일 가다 보니 슈퍼마켓에서 자주 쓰는 문장들을 알게 되었고, 처음에는 억양이 익숙해지면서 단어도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정말 기본적인 단어들이긴 하지만. 하지만 이런 과정을 겪다 보니 신이 나기 시작했고, 조금은 과감함(?) 문장들도 도전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한 말을 내가 좋아하는 나라사람들이 알아듣는다는 것이 나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러한 동기부여로 계속 프랑스어를 공부했으면 지금보다 훨씬 좋아졌겠지만, 그렇게 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들이 나에게는 소중한 경험이었고, 크나큰 자시감이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이전에 여행을 다니면서 언어가 되지 않아 아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현지인들의 삶에 녹아들며 그들의 일상을 경험하는 여행을 좋아하는 나로서 언어는 다양한 경험을 하는데 큰 제한이었다. 그때부터 영어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면 영어공부법을 찾아보고, 관련된 서적을 구매하고 공부를 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특히 영어는 기본적으로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조금만 틀리면 자신감이 하락했고 완벽하지 않으면 입 밖으로 꺼내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영어가 늘기는커녕 계속 제자리걸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어는 달랐다. 프랑스어를 잘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영어보다는 적었다. 그래서 내가 조금만 잘하면 약간 있어 보이는(?) 사람이 되었던 것이다. 상대적으로 잘해 보이는 효과가 있어 이것이 나에게 좋았다. 

그 나라의 문화를 좋아하고, 역사를 좋아하고, 자신감이 생기니 못해도 언어를 계속 사용하고 싶어 졌고, 꾸준하게 하게 되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프랑스어는 공부하면 할수록 어렵지만, 너무 매력 있는 언어이다. 억양이 고급스럽고 우아하다. 언어 하나로 그 사람이 풍기는 이미지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나? 한 번은 어느 카페에서 내가 프랑스어로 주문을 했는데 영어로 대답해 주는 것이었다. 나는 그 순간 너무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내가 이 언어를 정말 사랑하고 있구나.'


브런치 글 이미지 4


AI 시대에 외국어공부를 해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들이 많다. 외국어는 단순히 언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다.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일 뿐이다.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문화를 배우고, 거기에 빠져드는 것이다. 한국어로 번역될 수 있는 이 세상은 소수에 불과하다.


아내와 카페에 가는 길에 누가 프랑스어로 주문을 할지 정한다. 이번에는 내가 주문을 하게 되었다. 곁으로는 못마땅해하며 속으로 생각한다. '이번에는 다른 문장으로 주문을 해봐야지. Je vais prendre... Je vais prendre...Je vais prend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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