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갱, "황색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
(자화상을 보고 쓴 시입니다. 시와 자화상을 같이 보시길 바랍니다.)
메부리코
물질의 세계는 현실
그림의 세계는 이상
현실과 이상 중 이상을 선택했기 때문에
메부리코처럼 구부러진 인생을 살았네
붉은 항아리로 표현한
버려지고 고립된 고통
희생하면서 인류를 구원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처럼
하늘이 큰일을 맡기려고
역경과 시련을 주었는가
1882년 파리증권거래소가 파탄 나면서 고갱은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로 접어든다. 이후 예술가적 기질 때문에 그의 생애는 평탄치 않았다. 결혼생활도 풍파를 겪었고, 주변 사람과의 충돌도 잦았다. 개성과 주관성을 중시한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가 고갱. 원초적 생명 세계에 대한 동경은 그를 창작에 몰두하게 했다.
출처 : 김형순, "황색 예수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오마이뉴스, 2013.06.19,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77340
우리에게 소설가 서머셋 모옴(W. Somerset Maugham, 1874~1965)의 소설 ‘달과 6펜스’의 모델로 잘 알려진 고갱(Paul Gauguin, 1848~1903)은 생전에 자신의 자화상을 몇 점 남겼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이 바로 이 ‘황색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일 것이다.
고갱의 생김새는 특이한 편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그의 외모나 형색에 적잖게 놀라면서 그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했는데, 사람들의 첫 시선은 대부분 그의 독특한 코로 향했다. 이들은 그의 코가 단순히 ‘휘어진’게 아니라 완전히 ‘구부러진 매부리코’라고 말했다. 크고 확실하게 틀어진 매부리코는 주변 사람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주기 충분했다. 여기에 그의 두툼한 눈꺼풀도 시선을 끄는 요소였다. 즉 고갱은 매력적이고 잘생기진 않았으나, 독특한 그의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나 표정은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반면 그는 내성적이고 소심했던 다른 화가들에 비해 사교적이었으며, 언변도 훌륭했다. 혹자는 그는 “한창 토론의 열기에 빠져들어 짙은 푸른색의 두 눈이 빛나면서 얼굴이 환해지면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무척 멋있는 얼굴이 된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황색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에는 세 개의 얼굴이 존재하는데, 먼저 중앙에 거대하게 위치한 고갱의 얼굴은 무겁고 긴장된 표정으로 관객을 응시한다. 당시 그는 화가로서 인정받지 못했으며, 화상들조차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지 못했다. 더욱이 아내마저 그를 버리고 아이들과 떠난 직후였고, 고갱은 외부와 철저히 고립된 상태였다. 따라서 그의 시선은 그가 처한 시련의 무게가 표현되어 있으며,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예술에 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화면의 왼쪽에는 이전에 퐁타방에서 그린 작품 ‘황색의 그리스도’를 배치했다. ‘황색의 그리스도’는 그의 대표작이자 고갱이 심취해있던 원시주의를 가장 완벽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고갱은 원시적인 화려함과 가톨릭의 의식, 힌두교의 몽상, 고딕적인 이미지, 환영과 모호한 상징성 등을 통합한 종합주의를 탄생시키는데, 이 작품은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했다. ‘황색의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에서 그리스도의 의미는 서양의 전통으로서 고통의 승화를 나타내는 그리스도의 이미지를 자신의 고난과 희생으로 동일시하는 것이다. 그리스도는 시련의 고갱을 따뜻하게 감싸 안음으로서, 화가로서의 운명을 감내하는 화가 자신을 그리스도가 보호하고 있음을 상징하고 있다.
마지막 세 번째 얼굴은 화면의 오른쪽에 고갱이 파리에서 제작한 사람의 얼굴이 표현돼 있는 항아리에서 볼 수 있다. 고갱은 찡그린 얼굴의 원초적인 느낌이 생생한 이 항아리의 얼굴에 대해 ‘야성적인 자화상’이라고 표현했다. 지옥 불에 그을린 듯한 이 붉은 얼굴은 고갱 내면의 야생성을 표현한 것으로, 그리스도의 강렬한 노란 색감과 대비를 이루고 있다. 그리스도가 그의 희생을 나타낸다면, 항아리의 얼굴은 버려지고 고립된 그의 고통을 표현했다. 결국 이 작품은 고갱의 세 가지 얼굴을 표현한 자화상으로, 화면 안에서 화가는 자신의 다양한 인격적 측면을 보여주고자 했다.
출처 : 김미선, "[명화탐방기] ⑬ 화가의 자화상: 삶의 번뇌, 숨겨진 자아의 뒷모습", 전북대학교 신문방송사, 2018.09.13, https://www.jbpresscenter.com/news/articleView.html?idxno=7357
어머니의 죽음 이후, 주식 중개인이 된 그는 취미로 그림수집과 그림 그리기를 하면서 30대 중반까지 윤택하고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했다. 그러나 전 유럽을 강타한 경제공황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는데, 아마추어 화가에서 전업 화가가 된 것이었다.
이때부터 고갱의 고단한 삶은 시작되는데, 첫째로 고갱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한 아내가 자식들을 데리고 그의 곁을 떠나버렸다. 홀로 남겨진 고갱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방랑의 생활을 하다가 결국은 지상낙원이라 믿었던 타히티까지 가게 되었다. 하지만 부푼 희망을 안고 도착한 타히티는 그가 상상하던 원시적인 순수한 자연의 섬이 아니었다. 결국, 타히티에 만족하지 못했던 그는 더 원시적이고 순수한 곳을 찾아 마르키즈로 들어갔고, 거기서 파란만장한 삶을 쓸쓸하게 마무리했다.
고갱은 생전에 몇 점의 자화상을 몇 점 남겼는데, 소개할 자화상은 '황색 그리스도가 있는 자화상'이다. 1891년 타히티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그린 작품으로, 이 자화상에는 3개의 자화상이 함께하고 있다.
화면 중앙에는 심한 메부리코를 한 고갱이 우리를 응시하고 있다.
왼편에는 1889년 브레타뉴의 퐁타방에 있을 때 그곳 트레말로 성당에 있던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그린 <황색 그리스도>가 있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인류를 구원한 예수처럼 아무도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지만, 화가로서의 내 소명을 다하기 위해 인생을 바치겠다는 의도로 넣은 것이다.
오른편의 '그로테스크한 형태의 자화상 항아리'는 자신의 야만성과 꾸밈없고 거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등장한 나무로 조각 작품이다.
따라서 이 그림에는 등장하는 세 가지 얼굴은 화가 자신의 다양한 인격적 측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자신의 예술에 대한 강한 의지와 더불어 예수 그리스도의 보호를 받고 속에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통해 예술의 구원자로서의 자신의 소명을 말하고 있다.
출처 : 정경애, "[정경애 문화읽기] 자화상6-고갱", 중도일보, 2021.10.14, https://m.joongdo.co.kr/view.php?key=20211014010002416
윌리엄 서머싯 몸의 소설 ‘달과 6펜스’에 제목을 설명하는 내용이 없다. ‘달과 6펜스’(The Moon and Sixpence)란 엉뚱한 제목은 어떻게 나왔을까. 평론가들이 내린 유추에 따르면, 서머싯 몸은 또다른 작품 ‘인간의 굴레에서’(Of Human Bondage)에서 주인공 필립을 서술하며 “달을 쫓는데 너무 바빠 발 밑에 떨어진 6펜스도 보지 못한다”고 했다. 몸은 1956년 편지에서 “당신이 땅에 떨어진 6펜스에 집착한다면 하늘을 볼수 없다. 그래서 달을 놓치게 된다.”고 썼다.
‘달과 6펜스’는 스트릭랜드라는 화가가 그림을 그리겠다는 꿈(달)을 쫓아 가는 과정을 그렸다. 스트릭랜드는 아내와 그를 좋아하는 여인, 물질적 여유 등 현실적 문제(6펜스)을 멀리하고 파리로, 남태평양 타히티로 옮겨가며 그림의 세계(달)를 추구한다.
작가는 프랑스 인상파 화가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그렇다고 주인공 스트릭랜드가 바로 폴 고갱은 아니다. 몸은 소설을 쓰기 위해 고갱의 인생을 추적하고 고갱의 동료와 후원자들을 만났으며, 타히티도 방문했다. 그렇게 해서 구체화된 주인공이 완고하고(strick) 이상향(land)를 찾는 스트릭랜드였다. 소설 주인공과 고갱이 닮은 점은 주식중개인이었다는 점, 가정을 버리고 예술에 전념했다는 점, 유럽을 떠나 타히티로 갔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작가는 고갱을 그대로 옮기지 않았다. 소설은 고갱의 전기가 아니다. 스트릭랜드는 영국인이리는 점을 비롯해 몇가지 구체적인 팩트에서 소설 주인공과 현실의 고갱과 차이점을 드러낸다.
스트릭랜드는 서머싯 몸이 고갱을 모델로 창조한 가상의 인물이며, 소설의 포커스는 이상(달)과 현실(6펜스)이라는 양면이 교차하는 흐름으로 전개된다.
출처 : 박차영, "이상을 쫓는 삶의 애환…소설 ‘달과 6펜스’", 아틀라스뉴스, 2022.06.26, http://www.atla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83
“하늘이 어떤 사람에게 큰일을 맡기려 할 때는 5가지의 역경과 시련을 준다. 첫째, 그 사람의 마음을 고통스럽게 하고(苦其心志) 둘째, 그 사람의 육체를 고단하게 하고(勞其筋骨) 셋째, 그 사람의 피부에는 상처를, 몸에는 배고픔과 굶주림을 주고(餓其體膚) 넷째, 그 사람의 처지를 사회적으로 초라하게 하며(窮乏其身行) 다섯째, 하는 일마다 실패를 거듭하게 한다(行拂亂其所爲). 하늘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써 그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어놓고 그 사람의 성질을 참고 견디게 하여 예전에는 해내지 못하던 일을 더욱 잘 할 수 있게 해 주기 위해서이다(所以動心忍性 增益其所不能).”
출처 : 이도환, "[이도환의 고전산책] 이상(理想)과 현실(現實) 사이", 한국4-H신문, 2024.05.30, https://www.4h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34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