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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룡하 Dec 15. 2024

헤르만 헤세 "데미안"

알을 깨다

그가 부화 직후 새끼 기러기를 들어 올린 순간, 새끼가 그를 보더니 어미에게 넘겨주려는 순간 소리를 질러대며 그의 곁을 떠나지 않으려고 했다. 로렌츠가 '각인 효과'를 발견한 것이 바로 이 순간이다.


'각인'(Imprinting)은 탄생 후 처음으로 보게 된 대상에 대한 애착을 말하며, 특정한 시점에 특정한 형태를 띠고 나타난 자극과 더불어 시작된다. 인간 아기 역시 태어난 직후 반복적으로 얼굴을 마주한 부모에게 평생 지속하는 각인을 형성한다.


출처 : 한진리, EPN 교육정책뉴스, '로렌츠'(Lorenz)가 말하는 첫눈에 빠지는 '각인'이란?, 2019.05.15, https://www.edupo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685


각인 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데미안에 나오는 싱클레어는 밝은 세상에서 태어나 밝은 세상을 각인했을 것이다. 하지만 후에 방황을 하게 된다.


각인 효과는 나로 하여금 데미안에 나오는 유명한 글귀를 떠올리게 한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누구든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여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나에게 각인된 것은 결핍으로 인한 불행이었다. 이는 나의 알이었던 행복에 대한 집착과 연결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미 그 옛날에 자기중심적 행복을 헤도니아(hedonia), 자기 삶의 의미를 찾아 소명을 완수하는 가운데 느끼는 행복을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로 구분했다. 에우다이모니아는 그리스어로 ‘행복’이란 뜻이지만 어원을 보면 ‘좋은’이란 뜻의 ‘에우’(eu)와 영혼이란 뜻의 ‘다이몬’(daimon)이 합쳐진 ‘좋은 영혼’이란 의미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해 실현하되 인류의 공통 목표인 도덕성을 갖추는 것이 에우다이모니아에 이르는 길이라고 봤다. 선한 인간으로 살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성취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란 뜻이다. 행복 심리학자로 유명한 마틴 셀리그먼은 ‘에우다이모니아: 좋은 삶’이란 글에서 “자신이 지닌 최고의 힘이 무엇인지 깨달아 자신보다 더 크다고 믿는 무엇인가를 위해 그 힘을 활용하는 것”이 에우다이모니아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에서 에우다이모니아에는 반드시 희생이 수반된다. 지금은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장기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기꺼이 견디는 것이 에우다이모니아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편안한 삶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양보하고 자녀를 키우는 것,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힘든 훈련을 참아내는 것, 회사를 키우기 위해 밤잠을 줄여가며 일하는 것이 모두 장기적인 성취를 위해 단기적인 안락을 희생하는 것이다.


출처 : 권성희, 머니투데이, 행복한 것보다 선하게 사는 것이 건강에 더 좋다, 2017.06.10,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7060914170625550


태어나기 위해선 알을 깨야만 한다. 나는 불행과 결핍에 대한 보상 심리로 행복을 원했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알이었다. 보상 심리로 행복을 원한다는 것을 안 나는 이 알을 깨기 위해 노력했다.


이 알을 깨는 과정은 고통스러웠다. 매일 운동 독서 반복하는 삶을 살았고 근육통에 시달려도 그냥 했다.

하지만 이 알에서 깨고 나와 에우다이모니아를 중심에 둔 삶을 살기 시작했다.




이제야 난 방황을 끝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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