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대화가 끊어지는 너와 나. #관계 #갈등 #불안 #침묵
[읽기 전, 안내]
본 칼럼은 커플과 부부의 건강한 관계 맺기를 도와드리기 위해 무엇을 알고 함께 노력해야 하는지를 담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평가하거나 판단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지양합니다.
본 칼럼은 시스젠더 이성애 커플만을 중심으로 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성별정체성, 성적지향성, 애정지향성을 존중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본문에 나오는 인물, 상황 등은 실제가 아니며, 이해를 돕기 위해 창작되었습니다.
본 칼럼은 정서중심치료(Emotion-Focused Therapy)를 기반으로 합니다.
대화가 있어야 한다
대화가 중요하다
그건, 모두가 안다
모두가 알고 있다. 관계에서 대화는 중요하고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을.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가 대화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혹은 자신과 상대의 감정을 마주하고 이해하지 못해서 괴로워하고 있다.
대화는 그렇게 옅어지고 흩어지다가 단절된다.
이를 '해결시켜준다며' 수많은 콘텐츠는 쏟아낸다. 여기저기서 조언은 넘쳐난다. 서로가 이렇게 저렇게 말해야 한다. 두 사람의 유형이 어쩌고저쩌고. 둘 중 하나가 이런저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정말? 그럴까? 그걸로 충분할까?
"저희가 이것만 아니면 다른 건 정말 다 잘 맞거든요? 다른 건 문제가 없어요!" 심리상담에 와서 많은 커플들은 말한다. 정말 놀랍게도 이 표현은 톤이나 말투만 다를 뿐, 똑같이 말한다. 대화가 안 되는 것 외에는 서로 너무 잘 맞고 잘 통한다는 것이다. 상당한 모순.
관계에서 대화가 이어지지 못한다는 의미는, 단순히 두 사람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서, 공통 관심사가 없어서, 너무도 다른 양육 과정에서 자랐기에, 대화의 기술을 몰라서 등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무엇을 머리로 아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사람은 기본적으로 어떤 현상(양상)에 대해서 설명하고 싶어 한다. 그 의문에 뭐라도 갖다가 붙여놔야 마음이 편해진다. 그래서 가장 자신이 납득하기 쉽고 시간과 노고가 덜 드는 것을 가져다 붙인다. 그게 맞았다면 참 좋았을걸. 하지만 틀렸다.
관계에서 발생하는 교감, 연결, 소통은 그리 간단하게 발생하지도, 유지되지도 않는다. 그러니 "나는 성격이 0000 유형이니까. 너는 0000 유형이니까" 같이 과잉 일반화는 잠시 넣어두자. 복잡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당신의 복합적인 관계와 대화를 그렇게 단순화시켜버리면 정말 중요한 핵심을 놓치고 만다. 그리고 핵심은 언제나 그렇듯 쉽게 발견될 만한 곳에 놓여있지 않다. 그래서 깊이 있게 인내심을 가지고 살펴보고 기다려도 보고 마주하기도 해야 한다.
대화가 키워드는 맞다. 다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그럼... '내가 대화를 할 때 어렵고 괴로운 것'에는 뭐가 더 있단 말인가? 무엇을 경험해야 한단 말인가?
#커플 #커플상담 #부부상담 #대화 #단절 #갈등
너와 나의 감정 신호
너와 나의 아픔과 괴로움
마주하고 머물기
'대화가 된다'라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이 질문부터 답해보자. 당신의 대답이 궁금하다. 설마 단순히 입을 떼어 표현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설명하는 건 아니겠지.
필자가 정의하는 (친밀하고 깊은) 관계에서의 대화는 서로의 상태(특히 감정과 정서)를 각자 먼저 알아차리고 이를 상대방에게 충분히 전달하고 상대방의 것을 충분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절대 빠지면 안 되는,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이를 주고받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모르는 척을 한다거나, 어렵다고 도망가거나, 괴롭다고 끊어내는 것이다.
대화가 안 된다는, 갈등이 잦다고 하는 커플의 모습을 살펴보면 위에 말한 대화의 정의하곤 상당히 다르게 지내고 있다. (그렇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리고 이들은 한 가지 큰 착각을 하고 있는데, 대화가 항상 즐겁고 평안해야 정상이라는 착각이다.
건강하고 안전한 관계에서 이뤄지는 대화는 때론 아픔을 나누기도 하고, 취약함을 내보이기도 하며 함께 견디기도 하는 과정이다. 서로가 가진 아픔이 있다면 미리 기겁하고 도망가는 것이 아닌, 같이 붙들고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대화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래서 필자는 커플 상담에서 누가 무슨 잘못을 했고 아니고, 누구한테 더 책임이 있고 한, 짓누르고 비난하는 과정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단, 비윤리적인 사안이 있는 경우에는 명료하게 다룬다)
누가 더 잘하고 더 못하고를 가리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신은 상대를 짓누르고 모욕하고 싸우고 이기기 위해서 상담에 왔는가? 아닐 것이다. 적어도 상담자는 그렇게 믿는다.
기억하자. 당신이 직접 상대에게 하지 못하는 말은 타인도 대신해 줄 수 없다. 대신한다 하더라도 그 말은 힘이 없다. 그래서 오래가지 못한다. 반대로 당신의 말을 등한시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누구의 말이라고 해도 듣지 않는다. "전문가의 말을 들으면" "객관적인 시각에서 듣는다면"이라는 이유를 붙이면서 사람들은 때로 상담자에게 편 가르기를 시전 하지만, 상대의 말 듣지 않고 무시하는 사람은 그 메시지 자체가 설득력이 없어서라기보다, 무시하고 싶은 자신의 상태를 stance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커플상담을 자신의 입지를 옹호하는 무기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이는 너무도 건강하지 않다. 그러지 않길 바란다. 이는 당사자는 물론 관계를 더욱 위태롭게 만든다.
대화가 안 되는 건, 이 관계가 충분히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두 사람 모두 혹은 최소한 한 명이라도 안전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혹은 상대가 충분히 자기 자신을 내보이거나, 상대방의 있는 그대로의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었기 때문이다. 이 준비는 단지 시간이 지나면, 서로가 어느 정도 체념하고 나면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서로가 같이 노력하고 연습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상태이다.
두 사람은 살아온 과정이 다르다. 전혀 같지 않다. 즉, 그 의미는 각자가 경험해 온 취약함도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때 느끼는 감정은 물론 대처해 온 방법이나 그때의 주변 환경과 사람들도 다르다. 안전하다고 마음을 놓고 안심할 수 있는 조건이 저마다 다르다. (거기다가 성격이나 기질, 양육 환경까지 다르다면 얼마나 다르겠는가?!)
Emotion-Focused Therapy 정서중심치료 커플 상담에선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한다.
문제를 찾아서 조언을 주는 것이 아닌, 어디가 서로가 얼마나 다르게 경험했는지, 어떨 때 어떤 조건에서 안심할 수 있는지,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하는지 등... 각자가 있는 그대로 자신을 내보일 수 있도록 안전함을 형성하는 하는 것이 가장 첫 번째이다.
하지만 보통은, 커플 상담을 오래 여러 번 방문하지 않고 한두 번만 받고는 단정 짓거나 더 이상 오지 않는다. 그래서 변화를 경험하기도 전에 끝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들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안정감은 말로만 경험할 수 없다. 상담자는 안정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필자는 어떻게 하면 안정감을 형성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기술이나 방법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상대방을 대하는 마음과 진정으로 어떠한 긴장과 불안이라도 함께 버텨줄 거라는 진심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시간은 물론 여러 번 반복해서 경험하는 것이 필수이다.
상담자 하고도 어느 정도의 신뢰가 형성되고 나면, 그제야 두 사람 간의 안정감을 형성하는 작업을 시작할 준비가 마련된다.
#확인 #인정 #라포 #신뢰 #믿음 #진심
내가 느끼는 것
상대가 느끼는 것
먼저 확인, 이해, 전달하기
이 포스팅 하나로 다 말할 순 없다. 하지만 굵직한 메시를 우선 전달하고자 한다. 최소한의 안정감을 서로가 느끼고 있다면, 그다음은 이 세 가지를 연습할 때가 온 것이다. 실망하지 말자. 이건 정말 기본 중에 기본이다.
심리상담에서는 관계에서의 특정한 주제나 상태에 따라 추가적인 작업이 진행된다. 그건 경우의 수가 너무도 많기에 여기선 넘어가겠다.
내가 느끼는 것을 먼저 확인하고, 이해하고, 전달하기. 내가 어떤 부분이 마음에 걸리고 신경이 쓰이고, 아쉽거나 속상한지, 괴롭고 아픈지를 나의 것만 우선 확인한다. 확인을 하지 않고 내뱉는 표현은 상대방을 도망가게 하거나 마음만 상하게 한다. 그리고 자신이 먼저 이해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상대에게 전달하기부터 시전 한다. 그래서 그 대화는 갈등으로 싸움으로 번져버린다.
자신의 감정이라 할지라도 확인하지 않고 충분히 이해하는 시간을 갖지 않는다면, 건강하지 않고 잘못된 방향으로 뒤틀려 버릴 수 있다. 이를 상대방에게 전달하거나 표현하면, 더 큰 오해와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나중에야 "그때 그런 의도로 말한 게 아니었어"라고 뒤늦은 설명을 하지만 이미 상대방은 기분이 상해버렸다.
여기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감정적인 상태에서 말해서 그래! 역시 감정은 억누르거나 무시해야 해! 감정이 문제야!"라고 여긴다. 결코 아니다! 그건 감정의 탓이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당신이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이해하지 않고 쏟아냈기 때문이다.
감정 자체가 잘못이 아니다. 감정을 다루는 당신의 방식이 잘못인 것이다.
두 사람 각자가 먼저 자신의 것을 확인하고 이해하고 상대방에게 전달한다(탓하거나 비난하는 식이 아니다). 그러고 나서, 상대방의 것을 확인한다. 나의 시간과 방식을 존중받았다면, 상대방의 시간과 방식을 존중해야 할 차례다.
공격하지 않고, 비난하지 않고, 부추기거나 쥐어짜지 말고, 기다려주며 존중하며 상대의 것 또한 우선은 확인한다.
"네 잘못이다. 네가 더 잘해주면 좋을 텐데, 왜 이렇게 말이 없어?" 등의 표현은 갈등을 더욱 부추긴다. 잊지 말고 꼭 기억하자.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연습은 건강한 방식으로, 서로를 보호하면서 존중하는 대화이다. 서로의 신호를 주고받는 연습 중이다. 연습은 완벽할 수 없고, 완벽할 필요도 없다. 시도한다, 해본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그것으로도 지금은 충분하다.
*건강도 그렇지 않은가? slow food가 더 건강하며, 신체 회복에도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나는 이런 상태야,.... 한 감정이 들어. 그때.... 한 생각이 들었어. 지금은.... 한 마음이야"
어떤 표현이든 괜찮다. 그저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고, 상대방을 타박하거나 비난할 의도가 없음을 충분하게 표현한다.
듣는 상대방도 표현 자체보다도 그 사람의 진심과 마음을 궁금해하고 이해하면서 받는다. 지금 당장 모든 것을 완전히 이해할 필요는 없다. 이해가 안 될 수 있고, 표현 중 일부분이 거슬릴 수 있다.
그렇다면 "너는 왜 말을 그렇게 해?!" 라며 비난하거나 "너랑 말해서 뭐 하냐.. 매번 이렇게 똑같은데"라고 단정 짓지 않고 내가 든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면 된다.
*커플 상담에서 이 부분의 작업은 실은 여기에 언급한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그리고 여러 번, 깊이 있게 진행된다. 여기서는 한계가 있기에 짧게 함축한다.
때로 커플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에는, 누구는 회피형이고 누구는 시간이 더 필요하고, 누구는 바로 말해야 하는 성격이고... 등 표현하곤 하는데, 그런 선을 긋고 편을 가르는 건 여기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연습에는 그건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대화는 나와 상대의 신호를 함께 주고받는 것이다. 각자가 느끼는 감정을, 경험해 온 어려움을, 느껴지는 취약한 부분을 함께 버텨주며 존중하며 나누는 경험이다. 당신이 그토록 원하는 안전하고 평안한 관계를 경험하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느끼고 있구나, 상대가 그렇게 바라보고 있구나...
마음이 놓이고, 편안한 대화라는 것이 이거구나..
#안정감 #신뢰 #의지 #교감 #존중
로지 상담심리사 ㅣ Semicolon 심리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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