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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나를 함부로 평가하고 판단해요.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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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지

[읽기 전, 안내]

본 칼럼은 커플과 부부의 건강한 관계 맺기를 도와드리기 위해 무엇을 알고 함께 노력해야 하는지를 담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평가하거나 판단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지양합니다.

본 칼럼은 시스젠더 이성애 커플만을 중심으로 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성별정체성, 성적지향성, 애정지향성을 존중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본문에 나오는 인물, 상황 등은 실제가 아니며, 이해를 돕기 위해 창작되었습니다.

본 칼럼은 정서중심치료를 기반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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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so far




상담을 진행하면서 수많은 이야길 듣고 나눈다. 어떤 이야기가 가장 많이 오고 갈까? 통계를 내본 적은 없지만, 망설임 없이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누군가와 내가 맺는 관계. 그리고 거기서 비롯된 생각, 고민, 괴로움. 이것 말고도 정말 수도 없이 많은 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다.



당신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지나쳐 왔다. 지금 남아있는 사람이나 관계를 떠올려 보라고 하면, 사람에 따라 확연히 줄어든 명수에 놀라기도 하고 혹은 더하기보다 빼기가 수월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몇 명이 남아있던, 필자의 질문은 이것이다.



그들 중에 내가 상처를 받았던 경우는 얼마나 있는가? 그리고 하나 더.


그 상처들 중에 상대의 평가나 판단이 담긴 말이나 표현, 행동에 의한 것은 얼마나 있는가?



'나'라는 사람에 대한 평가부터 시작해서, 내가 추구하는 의미와 가치에 대해, 나의 성격... 나를 구성하는 수많은 것들에 대한 것에 대한 평가와 판단은 차고도 넘친다. 그래서 지금은 너무도 무뎌져 버린 사람부터, 여전히 따끔거림을 느끼는 사람, 그리고 매우 예민하게 감지하는 사람까지 있을 것이다.



당연하다. 평가와 판단을 받았는데 어떻게 아무렇지 않은가? (정말 아무렇지 않다는 사람의 말은 믿지 않는다. 사실이 아닐 테니까.) 솔직해지자. 그것으로 받는 영향의 정도 차이가 있을 뿐이지, 정말 단 1초도 어떠한 반응이 없는 사람은 없다. 자극에 반응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다. 아무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렇게 되고 싶은 자신의 희망과 소망을 담아서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이다.



혹시 이 글을 클릭했을 때, 제목을 보고 '상처를 받지 않는 방법' 또는 '그런 사람들을 멀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건 아닐까? 했다면 단단히 오해했다. 하지만 상심하긴 아직 이르다. 그런 방법에 대해서 논하는 콘텐츠는 넘쳐난다. 필자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주제에 대해 떠들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단지...



그 숱한 경험 속에서 당신이 마주했을, 그리고 마음 한편에 지금도 남아있을, 나는 당신의 속상함을 그저 나누고 싶을 뿐이다. 그저 충분히 이해하고 싶을 뿐이다.




.... 왜냐하면,


속상하고 서운한, 그런 상처와 괴로움을 느꼈을 당신에게 필요한 건,

더 잘하고 대비하는 방법이 아니라 우선은 그 마음을 돌봐줄 진심 어린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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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현재

here and now




그 말이 파고든다.

심장이 너무도 크게 뛴다.

떨쳐내기엔 너무도 깊게 박혔다.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그렇게 말하는 거지? 당신이 날 얼마나 안다고? 당신은 나에 대해서 그렇게 말할 자격이 없어. 애초에 나를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지. 그 말을 내뱉기 전에 한 번이라도 내 입장을 이해하려고 떠올려보거나 노력하려고 했나. 아니 그런 적은 없었어. 나도 할 만큼 했어. 당신은 그저 나를 까내리고 싶고, 나를 상처 주기 위한 것일 거야. 내가 그 말로 인해 상처받고 혹은 당신이 바라는 대로 생각하거나 행동하길 바라는 것이겠지. 내가 그동안 마음 졸이며 노력한 것을 상상조차 못 하겠지. 너무도 화가 나는데, 더욱 괴로운 건 그런 당신에게 내가 한마디도 못했다는 거야. 상대하기 싫다는 마음이 치솟다가도, 한마디 하지 않고 이렇게 끊어버리는 건 또 너무 분하고 속상해. 내가 아무 말하지 않았다고, 역시나 본인 생각이 맞았다고 나를 비웃고 있진 않을지, 나를 겁쟁이라며 온갖 비하하는 단어를 붙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도저히 떨쳐지지가 않아.




당신이 괴로운 건, 상대의 말에 힘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당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은 상대의 평가와 판단은 어떠한 힘도 없다.

그저, 당신은 속상하고 고통스러울 뿐이다. 그뿐이다.






으.. 너무 열받아, 너무 괴로워... 이 감정은 진짜다. 평가와 판단은 누구든 괴롭게 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당신이 느끼는 그 감정은 당연하다. 당연한 반응에 대해서 이차적인 평가와 판단은 내려놓자. 만약 그렇게 해왔다면 당신의 괴로움은 단지 상대방의 말과 행동뿐 아니라, 자신에서 비롯된 부가적인 평가와 판단에서 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주 말한다.

"그 사람의 말이 너무도 상처였다."

"그 말을 듣고 떨쳐지지 않는다"



이해한다. 너무도 이해한다.. 당신의 그 괴로움을 공감한다. 그리고 거기서 비롯되는 자신에 대한 염려, 걱정, 후회, 아쉬움 등이 같이 밀려오는 것이겠지. 그래서 또 다른 짐을 만들어서 스스로 올려두고 있는 것이겠지. 필자는 당신의 그 괴로움이 너무도 와닿는다. 그러고 있는 자신을 알아차렸다면... 잠시만, 잠시만.. 나의 괴로움부터 살펴보자. 나의 그 속상함, 고통을 먼저 알아주자.



당신의 상처는 상대의 말과 평가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그 말이 꽃혀 들어오면서 마음 이곳저곳에 자리 잡은 부분들을 건든다. 그러면서 같이 울려오는 것이다. 당신이 부족하고 당신이 나약한 게 아니다. 흔들리는 이 감정과 괴로운 고통은 그 말이 사실이어서 진짜라서가 아니다. 그러니 자신이 먼저 나서서 나의 마음을 난도질하지 않아도 괜찮다. 당신은 여전히 여기에 그 이전 그대로 남아있다.




그런 걸로 상처를 받아? 그것이 아니다.

저 말에 절대 흔들리면 안 돼. 이것이 아니다.

흔들려도 괜찮아. 흔들릴만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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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앞으로

from now




"내가 과거의 경험이 있어서"

"내가 원래 이런 성격이어서"

"내가 많이 예민해서"

"내가 나약해서"



순간적으로 당신은 속상함과 쓰라림의 원인에 몰두한다. 그리고 자신에게서 찾는다.

하지만 틀렸다.



당신이 그 말을 듣고 괴로워하는 그 순간 진정 필요한 건, 돌봄이다. 그 아픔에 대한 토닥임이다. 얼마나 당황했을까. 얼마나 속상했을까.. 상대의 평가와 판단이 맞든 틀리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진정되지 않고 뜨겁게 불타오르는 괴로움을 느꼈을 그 마음을 살펴줄 돌봄이다.



그 말이 맞느니 틀렸느니, 그 말에 휘둘렸든 동의했든 아니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맞으면? 틀리면? 당신이 상처받았다는 속상하다는 그 경험이 없던 일이 되는가? 절대 아니다. 알지 않는가? 당신은 이미 알고 있다.



알았다면, 진정으로 당신의 마음이 필요로 하는 관심과 돌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게 먼저다. 그 이후에 반박을 하던, 다시 찾아가든, 쏘아붙이든, 논리로 눌러버리든.. 그건 당신의 부차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그전에 놀라고 속상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충분히 돌봐주는 것이 먼저이다.



우리는 상처를 받으면 화가 나고, 분하고, 슬프기도 하고, 또 그런 말을 들을까 두렵기도 하다. 하나가 아닌 복합적이고 얽히고설킨 감정들이 솟아 올라온다. 심지어 시간차가 있어서 어느 날은 화가 났다가 그다음 날은 슬프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불안하기도 하다. 그럴 수 있다.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더욱 회복을 더디게 하고, 충분한 돌봄이 없어서 지속되는 괴로움을 상대방의 영향력으로 오해하게 된다. 그러면 더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이 솟구친다. 그건 당신의 속상함과 괴로움을 키워버린다.



상대의 말에, 그리고 당신에 대한 이해와 존중조차 갖추지 않은 그 상대에게 더 이상의 권위를 넘겨주지 말자.


당신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건, 논리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쓰라리고 속상한 그 마음을 돌봐줄 진심 어린 관심이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놀랐을까.. 그럴 수 있어 그 말이 맞는 말이어서가 아니야. 예상하지도 않은 적대적인 냉정한 말을 들었는데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겠어. 속상했겠다.. 아프지, 괴롭지. 그럴만하지, 상대는 의견을 묻거나 너를 살펴주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쏟아낸 거잖아. 그 자체가 얼마나 압박감이 느껴졌겠어. 말이 바로 나오지 않는 게 당연해. 그게 당연한 거야. 그 순간에 되받아치지 않은 것이 아쉽고 후회가 될 수 있지. 그럼 후회되는 그 마음부터 같이 알아주자. 후회될만하잖아. 그토록 속상했는데 당연히 후회되고 떠오르지. 그래도 돼. 한동안 그 장면이 떠오르고 그 말이 맴돌더라도 그 말이 맞아서가 아니야. 그저 그만큼 충격적인 경험이었기에 한동안 그럴 수 있어. 그럼 그럴 때마다 지금처럼 알아차려주는 거야. 밀어내거나 부정하거나 덮는 것이 아니라, 그렇구나 그런 마음이 드는구나. 그래.. 그렇지.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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