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ujin May 20. 2024

5월 19일의 기록


@오전


- 어제와 오늘은 방탄커피 대신 99% 카카오초콜릿을 혀에 올려놓고 녹여먹으며 일했다. 단단한 판초콜릿을 딱, 부러뜨리는 느낌이 좋아 판초콜릿 몰드를 사다 만들기도 사 먹기도 한다. 아메리카노 반 잔을 곁들이면 집중력을 높이면서도 배고픔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다.

 눈 뜨자마자 혹은 차 안에서 빵을 먹으며 출근한 나날이 6-7년이지만 몇 달 전부터 방탄커피로 그 습관을 대신하는 중. 이제는 방탄커피도 슬슬 줄이다 끊을 생각이고 커피도 장기적으로는 끊고 싶다.


- 손질해 둔 파인애플이 많아 파인애플베이글에 도전했다가 장렬히 실패. 잘게 썰어 넣은 파인애플(생과)에서 수분이 계속 나와 반죽이 끝없이 질어진다. 쌀가루를 추가해 재반죽하고, 질어지면 다시 반죽을 반복하니 결국 과반죽. 완전히 탄력을 잃고 늘어나 성형할 수가 없다. 아까워서 오븐에 넣어 구워봤는데, 오, 맛없어…!



@오후


- 서울에서부터 곧잘 만든 GF.SF.OF 블루베리머핀에 대해 언젠가부터 축축하다는 말이 나와 보송해지도록 테스트하고 있다. 오늘은 냉동블루베리를 전자레인지에 미리 돌려 사용해 보았지만 여전히 수분감이 높다. 여러 방법을 시도한 결과 이제 남은 대안은, 줄여온 코코넛가루의 양을 역으로 늘리는 것 아니면 사용 중인 블루베리 산지를 바꾸는 것. 미국산 블루베리를 사용하다 칠레산을 쓰는데 수분량 차이가 나는걸까?


- 삶의 목표들을 다시 썼다. 최소한 10개는 쓴 다음 추리라고 해서(<결국 해내는 사람들의 원칙>, 앨런피즈&바바리 피즈 지음 참고) 순위를 매겨 마감 시한도 각각 달았다. 목표는 그저 손으로 쓰기만 해도 좋은 기운이 솟는다. 오랜만에 연필을 직접 깎아 두 장 썼는데 구체적으로 몇 장 더 써서 매장과 집에 잘 보이게 둬야지.


-  원료를 업그레이드한 GF.SF.OF 허밍버드케이크를 맛보려 했는데 그러기 전에 손님들에게 모두 팔렸다. 아마 맛잇었겠지만, 기존 레시피와 어느 정도의 맛 차이인지 궁금했는데. 사람들의 촉은 대단해서 어떤 품목이 평소 컨디션보다 조금 덜 맛있게 나오면 어떻게 그걸 느끼는지 잘 팔리지 않고, 조금 더 잘 나오면 순식간에 동나는 경향이 있다.

 다음 주에 다시 만들어야지. 케이크는 보통 금토일에 하지만 평일에 만들면 평일 손님들도 행복하실거야.



@반성


가게 오픈 시각을 30분 뒤로 미루고 평소와 같이 출근해서 약간의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계획대로 흘러가는 하루가 얼마나 부자연스러운지를 생각해보자. 오픈런을 더는 두려워하지 말자. 평화로운 마음으로 모든 손님을 친절하고 공정하게 대하자. 싸늘한 표정의 손님도 좋아하는 친구를 만난듯 반갑게 맞아드리자. 손님들의 모습은 나도 아직 가지고 있는 것들이니까.

명상 수행자인 나는 타인으로부터 먼저 배려받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리고 명상만큼 많은 깨달음을 주는, 세상의 물질적 의무를 수행하는 동안에도 마찬가지로 손님에게 배려받기를 바라지 않는다. 두 가지는 같으니까.



작가의 이전글 나님, 오늘 하루 어땠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