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Noise
작가에게는 세 가지 세계가 있다.
블랙, 블루, 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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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망가졌으면 좋겠어. 검은 신은 분명 그것을 원했다. 자신의 완벽한 원의 형상이 거세게 파괴되는 것. 그리하여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이르기를, 그리하여 외부의 어떤 것과도 거침없이 결합하여 무한한 형태로의 변주를 이루기를 욕망했다. 완벽하지 않은 다른 모든 것을 흡수하기에 원은 너무도 완벽했기에, 원은 파괴되어야 마땅했다. 그 어떤 방식의 부드러운 평온과 둥근 안정은 제거되어야만 했다. 모든 감각들이 깨어나 뾰족뾰족 예민하게 날이 서고, 그 무엇도 집어삼킬 정도로 공격적이어야 했다. 속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불가사의하며, 위엄 있는 규칙들을 위반할 정도로 대담하고, 특정한 행위를 꾸역꾸역 반복하는 대신 불성실해야 했다. 실망시키고, 실망시키고, 실망시키기! 누군가가 위로 솟구쳐라 명령하면 아래로 질주하고, 공으로 사랑을 구걸하며 왼쪽 뺨을 내어 주면 오른쪽 뺨을 후려치고, 인내하라고 권유하면 그 즉시 분출해 버리기! 누군가가 버리기 전에 내가 먼저 버리고, 배반하기! 누군가가 나의 신성을 찬양하면, 모독을 이끌어 내고 위계를 싹 쓸어버리기! 단 하나의 맥락을 기어코 찾아낸다면, 그것은 오로지 끌어당기기! 네가 뭘 원하는지는 상관없고, 내가 원하는 것만이 중요해. 넌 나를 끌어당기지 못하지만, 나는 널 끌어당길 거야. 기어코 집어삼킬 거야. 그렇게 닥치는 대로 목마른 흡혈귀처럼 주변의 단어와 사상과 사물과 생명을 빨아들이던 검은 신은 처음으로 '질문'이라는 것을 던진다. 내가 안이었던가 밖이었던가? 과연 밖이라는 것이 태초부터 존재했던가? 원은 밖인가 안인가? 파괴된 원은 원인가, 파괴되지 않은 원은 원인인가? 그러다가 검은 신은 음흉한 웃음보를 터뜨린다. 캬아아아. 이것이야말로 내가 바라던 완벽한 혼란이로구나. 비로소 완벽한 파괴의 경지에 도달하였다! 가만, 원의 완벽주의를 파괴하지 않았던가. 다시 허술한 뫼비우스의 완벽주의로 돌아왔던가? 웃자. 하찮은 질문 따위는 비열한 웃음으로 해체하자. 마지막으로 검은 신이 목격한 대상은 바로 거리에 가래침을 뱉는 인사불성의 취객이었다. 아, 인사불성이 아닌가. 취한 게 아닌가. 감히 맨 정신으로 주변의 가여운 눈들은 무시한 채 하루종일 밟히고 짓눌린 고단한 거리에 침을 뱉었단 말인가? 고함치는 취객 아닌 취객. 아무도 없잖아! 네가 집어삼켜서 아무도 없잖아! 감히 나에게 반기를 드는 것인가? 혹은 사실을 고하는 것이라면, 후자라면 더더욱 상다운 벌, 벌다운 상을 내려야겠구나. 마지막으로 집어삼킬 영광의 종은 네가 될지어다. 꿀꺽. 그를 삼킨 검은 신의 다음 업적은 역류하는 짐승들을 아낌없이 토해 내는 일이다. 나는 과거의 얼룩진 유령인가, 암흑에 휩싸인 미래인가? 단 하나 분명한 것은, 현재는 없다는 사실. 웃자. 캬아아아악. 동시에 울려 퍼지는 검은 짐승들의 합창. 퉤. 밤을 뒤엎는 위대하고 불결한 흑색소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