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이 이길 수 없는 골리앗이 되는 법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를 하다 보면 99%의 사람들은 골리앗을 멍청이로 알고, 다윗을 용기 있고 현명한 사람으로 안다. 현대사회에서는 다윗을 거대 기업 속에서 틈새를 찾아 화려하게 등극하는 스타트 업에 비교하기도 한다.
그런데 다윗이 골리앗을 어떻게 이겼을까? 성서에 언급된 것을 기반으로 추정해보면 골리앗의 키는 2m 93cm, 몸을 두른 갑옷의 무게는 57kg, 그가 들은 창은 창날만 7kg이 되었다. 그런 골리앗을 군대 갈 나이도 안 된 소년이 이겼으니 이성적으로 따지면 말도 안된다.
당시의 전투는 최고 장수들이 나와 먼저 한번 붙은 후에 전 군대가 나와 싸우거나 아니면 대표 장수끼리의 싸움으로 전쟁의 승패까지 결정할 때도 있었다. 골리앗도 "너희는 한 사람을 택하여 내게로 보내라. 그럴 리 없지만 그가 싸워서 나를 죽이면 우리가 너희의 종이 되겠고, 만일 내가 이겨 그를 죽이면 너희가 우리의 종이 되어 우리를 섬겨야 한다”며 이스라엘에게 도전했다. 이스라엘은 겁에 질려 무려 40일이 지나도록 꼼짝도 못 하고 응전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때 양치기 소년 다윗이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맨몸으로 그것도 물매 돌 다섯 개만으로 골리앗과 싸워보겠다고 나섰고 결과적으로 이겼다고 하니 믿기 힘든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말로 둘의 싸움에서 다윗이 승리하였고, 다윗은 나중에 이스라엘의 왕까지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는 것처럼 골리앗에게는 결정적인 약점은 하나 있었다. 갑옷으로 무장하지 않은 얼굴, 바로 그것이다. 완전 무장한 무려 3미터에 가까운 거구 골리앗에게 갑옷으로 덮이지 않은 유일한 부분이 있었으니 그것은 얼굴이었고, 유일한 약점이었다. 다윗은 골리앗의 급소를 물매 돌로 타격하여 쓰러뜨린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다. 성서 이야기로 유명한 다윗은 미켈란젤로에 의하여 다비드상으로 태어난다. 이탈리아 로마 피렌체 시청 베키오 궁전 앞 시뇨리아 광장에 다비드상이 있다.(이 다비드상이 공개되자 관심도 많고, 일부 사람들은 - 아마도 돌리앗 후손?- 다비드상의 일부분이 훼손되는 바람에 지금 서 있는 다비드상은 모조품이다.) 그런데 미켈란젤로가 26살 때 만들었다고 하는 당대 최고의 조각 다비드 상의 오른손을 잘 살펴보면 돌멩이가 들려 있는 디테일을 볼 수 있다. 골리앗을 쓰러트렸던 핵심역량, 바로 그 돌멩이를 미켈란젤로가 빠트리지 않았던 것이다.
다비드 조각상 오른손에 쥐어져 있는 돌멩이처럼 스타트 업은 골리앗과 같은 기존 대기업과 정면 승부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기 때문에 다윗의 전략을 써야한다. 그런 전략을 사용하여 거대 기업을 쓰러트린 사례는 많다. 예를 들면, 블록버스터를 쓰러트린 넷플릭스, 노키아를 쓰러트린 애플, 거대 호텔 체인을 힘들게 하는 에어비앤비 같은 사례가 그렇다.
그런데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를 오늘날 기업 운영에 잘 되새겨 보면, 그리고 주인공을 스타트업이 아닌 대기업으로 바꿔서 생각해 보면, 세상에 골리앗과 다윗이 여러 개일 수 있다. 그렇다. 골리앗과 다윗은 무수히 많다. 인정하신다면 이번에는 골리앗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이 세상에는 덩치 큰 골리앗이 한두 개가 아니다. 다윗 이야기에 취해 다윗의 역량에만 집중을 했는데, 잘 생각해 보면 실제로 무서운 실력자는 다윗에게 아직 당하지 않고 남아 있는 골리앗 아닐까? 아직 쓰러지지 않은 골리앗들은 이제 학습하기 시작했다. 정신 차린 것이다. 아직 정신 못 차린 골리앗(거대기업)은 지금이라도 정신 차려야 한다. 옆 동네 사는 골리앗이 방심하다가 다윗에게 당한 것을 봤으니까 말이다. 골리앗은 어떻게 변신해야 할까? 두 가지 전략을 취할 수 있다. 우선, 가장 큰 약점인 얼굴 부분을 가려야 한다. 얼굴만 가리면 다윗이 물매 돌로 골리앗을 쓰러트릴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그러니까 업계의 골리앗은 자신의 약점(얼굴이 무엇인지)을 찾고, 이를 개선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이것이 방심하지 않는 골리앗이 되는 첫 번째 방법이다.
두 번째 전략은 민첩해지는 것이다. 아무리 키가 크고 힘이 세다 하더라도 57kg의 갑옷과 창날만 7kg이니 자루까지 합쳐 최소한 15kg, 전체적으로 70kg 이상의 거추장스러운 갑옷을 벗어던져야 한다. 이것은 구태의연한 의사결정 프로세스일 수도 있고, 고정관념일 수도 있다. 이런 무게를 감당하면서 재빠른 다윗을 잡을 수 없다. 물매 돌을 던질 때 피할 수 있고, 요리조리 빠져나갈 다윗을 잡기 위해서는 갑옷을 던지고, 무거운 창도 가벼운 무기로 바꿔 들어야 한다. 프로세스 개선 또는 일부 별동대를 만들어 손쉽게 다윗을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최근 대형 조직들이 디지털 혁신, 즉 다윗의 물매 돌에 한대 맞고 어리둥절하면서 나도 어떻게 하면 저런 물매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다윗을 벤치마킹하려 한다. 아니다. 그것은 잘못 생각한 것이다. 골리앗에게는 이미 다윗을 이길 수 있는 엄청남 잠재력이 있다. 다윗이 던질 물매 돌의 위협을 느낄 것이 아니라 골리앗 스스로의 잠재력을 되찾는 것이 방법이다. 방심하지 않고 민첩한 골리앗이 되면 천하무적이 될 수 있다.
다윗이 절대 이길 수 없는 골리앗, 자신을 잘 되돌아보면 의외로 많은 핵심역량이 내부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 이제 세상 사는 재미없네. 저런 조그만 다윗에게 당하다니..."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나를 쓰러트린 다윗을 잡아 다시는 물매 돌을 못 던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