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 회장의 말처럼 일반적인 생각에서는 이미 벌어지고 있거나 하고 있는 일 이상의 것은 없다. 그래서 한 가지 궁금한 것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어렸을 적 서부영화를 보면서 항상 궁금했던 한 가지는 ‘왜 얼룩말 탄 사람은 없지?’ 하는 거였다. 얼룩무늬 때문에 상대편에게 눈에 잘 띄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가끔씩 눈에 띄는 점박이 말이나 흔히 대장들만 타는 흰말은 왜 타는 거지? 왜 얼룩말은 단 한 마리도 안타는 거지? 혹시 얼룩말은 달리기를 잘 못하나? 그렇다면 제주도 조랑말이나 당나귀처럼 작고 못 달리는 말은 왜 타는 것이지? 얼룩말은 동물의 왕국을 보면 주연급으로 메인 화면을 차지하며 초원을 잘도 달리던데 뭐지? 하는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이 얼룩말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한다.
1. 얼룩말이 보기와 달리 별로인 이유
위키백과에 따르면, 지구 상에 존재하는 얼룩말은 모두 3종이다. 얼룩말은 아프리카 대륙에서만 서식한다. 일반적으로는 대규모 무리를 지어 사는 동물이며, 사육이 시도되고 있으나 말이나 당나귀와는 달리 이제껏 단 한 번도 가축화되지 않았다.
아니 왜?
왜냐하면 얼룩말은 말이나 당나귀와는 달리 성질이 매우 사납고 육식동물을 재미로 죽이기도 하며… (헐. 재미로 죽여?) 얼룩말은 가끔씩 동물원에서 불상사를 일으키기도 하고, 하물며 사람도 재미로 죽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얼룩말은 전체 체형에 비하여 몸보다 머리 부분이 크기 때문에 생각보다 빨리 뛰지 못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미 탈 수 있는 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굳이 얼룩말을 탈 이유가 없었다. 얼룩말은 일반 말보다도 체구도 작고, 더 느리며, 지구력조차 떨어지기 때문에 가축화하거나 타지 않았던 것이다. 얼룩말은 수십수천 마리가 큰 무리를 지어 집단생활을 한다. 큰 무리는 수컷 리더의 통솔 아래 십여 마리의 가족 집단으로 이루어진 복합체이다. 주요 먹이는 풀이며, 고기에서는 아무 맛도 나지도 않고 맛도 좋지가 않으며, 냄새가 매우 심하다.(헐 그렇다면 식량으로도 별로군) 얼룩말은 다른 야생동물과 마찬가지로 점점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
사람들이 얼룩말을 왜 타지 않았는지 그리고 왜 가축화하지 않았는지 요약하면, 성격이 사납고, 빨리 달리지도 못하며, 노력 대비 대체해서 얼룩말 대신 기를 수 있는 가축이 있고, 고기도 맛이 없으니 굳이 가축화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제 왜 얼룩말을 탈 수 없는지 궁금증이 해결되었으니 얼룩말의 가장 큰 신비인 줄무늬에 대해 알아보자
2. 얼룩말 줄무늬의 신비
얼룩말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인 흑백 줄무늬는 인간의 지문처럼 개체마다 가지각색이다. 줄무늬는 털뿐만 아니라 피부에도 진하거나 엷게 나타난다. 종류에 따라 줄무늬의 굵기가 다르고, 또 배의 아랫면과 다리에 줄무늬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
그렇다면 얼룩말의 색깔은 흰색일까 검은색일까?
얼룩말의 원래 몸 색깔은 검은색이다. 얼룩말의 털을 면도기로 밀어보면 검은색 살이 나온다. 즉 얼룩말은 검은색 피부 위에 흰털과 검은 털이 교대로 나와서 얼룩무늬로 보이게끔 되어 있다.
얼룩말 줄무늬 <사진 출처 : 구글 검색>
얼룩말은 왜 줄무늬를 갖게 되었을까?
얼룩말의 줄무늬에 대해서는 자연선택설로 유명한 알프레드 러셀 윌리스와 찰스 다윈이 얼룩말 줄무늬의 기능에 대해 처음 엇갈린 의견을 내놓은 이후로 과학자들에게 이 문제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윌리스는 ‘얼룩말은 줄무늬를 지녀 웃자란 풀 숲에서 위장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고, 이에 다윈은 ‘남아프리카의 넓은 평원에서 얼룩말의 줄무늬는 아무런 보호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반박한 대립 의견 이후 여러 이론이 제기되었지만 정확한 사실은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동안 이루어진 주요 학설 중 유력했던 학설로는 오스트레일리아 퀸즈랜드 대학과 영국 로열 할로웨이 대학의 과학자들을 통해 밝혀진 학설로 얼룩말이 이동할 때 줄무늬가 흡혈 곤충이나 포식자의 시감각에 두 가지 착시 효과를 일으켜 혼란을 일으켜 보호하는 기능을 갖는다는 ‘다즐 위장(Dazzle camouflage)’[1] 학설이 있다.
다즐위장 <사진출처 : 위키백과>
다즐 위장은 실제로 세계 1차 대전 당시 전투함을 위장하는 데 쓰였던 사용된 바 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육안만으로 관측과 사격이 이루어진 시기였기 때문에 다즐 위장으로 선명한 무늬를 그려 넣은 전투함(사진 참조)이 시각적 교란을 일으켜 상대편이 전투함을 향해 정확히 사격하기 어렵게 만들었던 것이다.
최근 연구결과로는 영국 브리스톨 대학의 마틴 하우 교수를 비롯한 연구팀과 캘리포니아 데이비스 대학의 연구자들을 통하여 얼룩말의 줄무늬가 말파리를 쫓는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2]가 나왔다. 이 연구에서 주목한 점은 쇠파리가 많이 서식하는 지역일수록, 얼룩말 몸에 있는 무늬가 더 커졌다는 점에서 착안된 것이다. 그러나 말파리(쇠파리)에 대한 착시 효과가 사자를 비롯한 포식 동물들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는 점에서는 착시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 같다는 한계점을 나타냈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통하여 얼룩말 줄무늬는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줄무늬 웃옷이나 줄무늬 보디페인팅이 벌레들을 쫓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가장 최근 연구로 얼룩말을 연구해온 아마추어 동물연구가 앨리슨 콥(85)이 야생 환경에서는 처음으로 얼룩말의 줄무늬 효과를 관찰한 연구결과를 영국 자연사박물관 학술지인 '자연사 저널(Journal of Natural History)'에 발표한 연구결과로 얼룩말의 줄무늬는 체온조절용이라는 실증적 연구 결과[3]이다. 콥 부부는 얼룩말이 '라테린(latherin)'이라는 단백질을 통해 피부에서 털끝으로 땀을 배출하고, 무늬 사이에서 작은 대류(對流)를 일으켜 배출된 땀을 증발시키며, 검은색 줄무늬 부분의 털을 세워 열 발산을 촉진하는 등 3가지 요소를 복합적으로 활용해 체온을 조절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얼룩말 줄무늬 비밀 <사진출처 : 중앙일보>
이 연구에서는 일반 말도 땀을 배출할 때 라테린을 이용하지만 줄무늬 사이의 온도 차이로 공기 흐름이 발생하고 검은 줄무늬의 털을 세워 체온을 조절하는 것은 얼룩말에게서만 나타나는 특성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검은색과 흰색 줄무늬 부분의 온도 차이로 줄무늬 안과 바로 윗부분에 작은 공기 흐름이 발생하면 털끝에서 땀의 증발이 촉진된 것”이라는 논점을 제시하였으며, “얼룩말이 흰색 무늬 부분은 그대로 둔 채 검은색 털을 세우는 독특한 능력을 통해 체온을 조절하는 것”은 콥 부부에 의하여 처음으로 확인됐다. 콥 부부는 연구를 통하여 "한낮에 검은색과 흰색 줄무늬 사이에 온도 차이가 있을 때 검은 털을 세우면 피부에서 털끝으로 땀을 배출하는 것을 돕고, 반대로 줄무늬 간 온도 차이가 없는 이른 아침에는 세워진 검은 털이 체온 손실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줄무늬로 인한 불안정한 공기 흐름이 물것이 달라붙는 것을 막는 부차적 역할까지 한다"라고 덧붙여 관심을 끌었다.
이 연구결과를 통한 상업적인 시사점은 흰색과 검은색 줄무늬 모양의 외출복을 제작하면 여러 가지 이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과 동시에 얼룩말이 깃털을 세워 체온 조절을 하는 것처럼 옷의 일부분을 이용한 환기 장치를 만든다면 체온 조절이 가능한 외출복을 만들 수 있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3. 얼룩말은 쓸모없는 동물일까?
얼룩말은 TV나 영화 등 그림으로 보기에는 멋있어 보이고, 동물원에서도 어린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개성 있는 동물이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반적인 가축과는 달리 사람들과 친숙하거나 가까이할만한 요인은 전혀 없다. 그렇다면 얼룩말은 쓸모없는 동물인가? 얼룩말을 싸게 탈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아니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일반 말처럼 얼룩말을 탈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 말처럼 훈련시키고 사람과 가가이 두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시간과 공을 들여 훈련시키기에는 효율적이지 않다고 보는 것이 바른 시각일 것이다. 더구나 예전과 달리 공간 이동을 하는 방법이 말 이외에도 훨씬 더 빠르고 더 힘센 이동수단이 많기 때문에 얼룩말을 길들여 사용할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얼룩말을 타는 방법에 집중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얼룩말의 효용가치와 상업적인 시사점을 본다면, 관상용으로 보는 용도 이외에도 얼룩말의 줄무늬에 대한 신비를 통해 그 활용 가치가 상당히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줄무늬가 착시효과를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를 통하여 날파리나 말파리(쇠파리)를 물리치는 방법에도 활용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모기 퇴치 방법의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얼룩말 줄무늬는 1차 세계대전에 활용한 무기산업처럼 위장 엄폐 효과를 내는 군사용 보호장비로도 활용될 수 있다. 최근에 밝혀진 콥 부부의 연구결과처럼 얼룩무늬가 체온을 조절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의류산업에 활용한다면 독특한 얼룩무늬 자체로서의 패션감뿐만 아니라 쿨셔츠로써의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할 수도 있다.
<참고 및 인용>
[1] 다즐 위장’이란 대비가 뚜렷한 두어 가지 색으로 그려진 기하학적인 무늬가 서로 간섭 효과를 일으켜, 관찰자로 하여금 그 크기, 속도, 방향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게 하는 위장
[2] 연합뉴스, 2019. 2. 21일 자
[3] 중앙일보 2019년 6월 19 국제면 “얼룩말 줄무늬에 숨겨진 놀라운 비밀…첫 실증연구 결과는?”기사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