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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병태 Oct 17. 2019

당당하게 ‘비교’하라!

‘비교’의 아름다움과 지나침의 처절함에 대하여

 ‘사람의 불행과 행복을 좌우하는 것은 비교이다’ (토마스 퓰러)

‘비교는 불행해질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브런치 by 깨움)

‘비교는 불행의 씨앗, 행복은 비교를 모른다.(Redian by 주혜주)

<출처 : KBS 뉴스,  KBS 재난 포털>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하나같이 남들과 비교하지 않을 때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비교’를 터부(Taboo) 시 하는 경우가 많다.' 비교하지 않는 것이 행복 비결'이라고 한다.  그럴 때마다  


과연 그럴까?

나는 비교가 꼭 필요한 거 같은데......

'비교'가 무조건 나쁜 것인가?

'비교'가 좋을 때도 있는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더 나아가 과연 '비교'없이 산다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비교의 의미와 부정적 일면들


비교의 사전적 의미는 '둘 이상의 사물을 견주어 서로 간의 유사점, 차이점, 일반 법칙 따위를 고찰하는 일', '논리 둘 또는 그 이상의 사물이나 현상을 견주어 서로 간의 유사점과 공통점, 차이점 따위를 밝히는 일'이다.  

출처 : 영어책 읽는 선비

비교의 사전적 정의에는 아무런 부정적 비판적 의미가 없다. 오히려 비교를 통해서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창조하고 더 나은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의미와 학문적 추구 논리까지 담고 있다.


그러므로 비교는 나쁨이 아니다. 불행으로 가는 지름길도 아니다.

그런데 왜 많은 학자들과 논평가 및 사회계몽가들은 비교를 불행이라 하는가?


그것은 비교를 통해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현상 중 부정적인 현상 때문이다.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을 나누거나 비교를 통해서 스스로 비참해지거나, 우쭐해지는 교만함으로 나타나는 비교는 위험하다. 그런 일면 때문에 비교를 통해 발생하는 부정적인 사례도 많이 있다.

출처 :네이버포스트

비슷한 소득 수준의 나라들끼리 행복지수를 비교했을 때 엄청나게 차이가 있는 경우, 외모를 중요시 여겨 성형 공화국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성형 실태, 성적 비교를 통해 말도 안 되는 행태가 벌어진 것을 드라마화했던 ‘스카이캐슬’, 예쁘지 않으면 생일 초대도 못 받는다는 초등학생 꼬마의 울음 섞인 하소연, 얼마 전까지만 해도 SKY 아니면 면접도 못 보던 학벌 중심의 대기업 채용 관행(지금은 블라인드 채용 방식으로 사라져가고 있는 관행), 꼭 “민증을 까서” 한 살이라도 많음을 증명하고 자기가 위라고 우기는 남성들의 웃지 못할 서열 정리, ‘N’ 상표의 검은 점퍼가 중고등학생들의 교복처럼 유행하던 해프닝, 평창올림픽을 전후하여 너나 할 것 없이 한벌쯤은 장만해야 하는 검은색 롱 패딩 등등.


남들과 똑같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부정적인 현상, 이것이 비교의 부정적인 일면들이다.


인간은 저마다 잘하는 것이 다르고, 저마다 고유한 색깔을 지니고 살아가기 때문에 비교는 금물이라고 한다. 행복해지기 위해 버려야 할 첫 번째 습관은 남과 비교하는 일이며, 비교는 천사마저도 불행하게 한다고 한다.

출처 : 다음 뉴스

그런데, 사람이 정말로 아무런 비교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비교란 정말로 나쁜 것인가?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성숙해지고 비교 없이 온전히 살아간다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그것은 정말로 깨달음을 얻은 일부 성인이거나 아니면 생활력이나 성장하고 노력하고자 하는 의지가 약한   루저의 변명일 수도 있지 않을까?

 

비교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자.

다르게 봐야 다르게 보이니까^^



비교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타인을 통해 자신을 알 수 있다. 사회 비교를 통해 내가 누구인지 인식할 수 있다.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데 아무런 비교의식 없이 무위(無爲)[1]로 도인처럼 살아가는 것은 일반인에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집단주의 문화권에서 사회 비교는 자기 인식 및 대인관계의 기본적 전제다. 남과 비교를 하지 않고서는 타인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은 물론 자기가 어떤 존재인지 규정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비교 자체를 의심하거나 멀리할 필요 없다. 비교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본능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은 '비교하지 말라'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비교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존재이며, 그것으로 말미암아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무사히 생존해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1919~1989)<출처 :  위키백과>

사회 비교 이론의 창시자 페스팅거(Festinger)[2]도 비교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인간은 끊임없는 사회적 비교의 과정을 통해 몇 가지 생존에 중요한 이점을 얻는다고 하였다.


첫째, 사회적 정보를 획득한다. 인간은 다른 인간들의 행위를 모방하고, 참고함으로써, 삶에 유용한 정보들을 얻는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직업을 가지고 무엇을 먹고 살아가는지, 혹은 무엇을 안전하게 여기고 무엇을 위험하게 여기는지 등에 대해 정보들을 얻고자 끊임없이 타인들을 들여다보고 자기 자신의 삶의 모습과 비교함으로써 성장하는 것이다.


둘째, 소속감을 충족시킨다. 인간은 본디 사회적 동물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림을 통하여 소속감, 유대감, 안정감, 사랑, 우정, 행복 등 정서적인 만족을 얻는다.  인간은 사회적 비교를 통해 자기 자신과 타인들 간 '공통점'과 '차이점'을 잡아내려 한다. 타인들 간의 공통점은 키우고, 차이점을 줄임으로써 내집단과 자기 자신 간의 동질감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교는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다만, 조심해야 할 것은 비교를 통한 부정적인 감정이나 일탈 행위이다. 바른 이성으로 '비교'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일탈적 언행을 통제하고 승화시킴으로써 자신과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비교'는 성장 또는 더 나아지고자 하는 의욕을 촉진시킬 수도 있다.


그리고 비교할 때 남이 아니라 어제의 자기 자신과 비교하면 된다. 어제의 자신과 비교하는 것은 반성이고 성찰이다. 자기에 대해 성찰하다 보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고 수용하게 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면 자기 기준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박 범신씨는 인생이란 작더라도 자기만의 봉우리를 알뜰하게 가꾸고, 다른 이웃 봉우리를 인정하고 함께 있는 것이라 하였다. 박 노해 씨는 비교 때문에 불행해질 수도 있지만, 비교를 통하여 어제의 나보다 더 자유로와지고 더 성숙해질 수 있다고 하였다.


행복은 비교를 모른다.

                             박노해


나의 행복은 비교를 모르는 것
나의 불행은 남과 비교하는 것

남보다 내가 앞섰다고 미소 지을 때
불행은 등 뒤에서 검은 미소를 지으니

이 아득한 우주에 하나뿐인 나는
오직 하나의 비교만이 있을 뿐

어제의 나보다 좋아지고 있는가
어제의 나보다 더 지혜로워지고
어제보다 더 깊어지고 성숙하고 있는가

나의 행복은 하나뿐인 잣대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나의 불행은 세상의 칭찬과 비난에 울고 웃는 것


비교에 대한 유명한 연구가 있다. 메드벡(Medvec)[3]과 동료 연구자들은 1992년 올림픽 중계 자료를 조사하여 메달이 확정되는 게임 종료 순간의 표정을 분석한 연구다.

수영선수 김지수 <출처 : 서울 투데이>

연구 결과, 동메달을 딴 선수들이 은메달을 받은 선수들보다 행복한 표정을 훨씬 많이 짓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비교의 방향에 있다. 은메달을 딴 선수들은 목표했던 금메달을 따지 못했기 때문에(상향 비교) 아쉬움과 실망감 등의 부정적 정서를 경험했고, 동메달을 받은 선수들은 자칫했으면 메달을 따지 못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하향 비교) 오히려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은메달 선수의 실망감이 나쁜 것일까? 상향 비교는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  스포츠 선수가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 다른 선수와의 비교는 선수의 승부욕을 자극해 훗날의 더 큰 행복의 밑거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좋은 비교 대상(라이벌)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기록도 더 좋고 선수 생활도 더 길다. 더 잘하고 싶은 동기가 자극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남들과 비교하여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 그래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기도 하고 자신을 반성하고 더 높은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더 나아지기 위한 노력 과정에 고통은 따를 수 있지만 그 고통이 성취감으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비교가 불행은 아니다.


'비교'가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다면, 인간은 어떻게든 그것을 버렸을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비교'가 있다는 것은 '비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당하게 '비교'하자.  '비교'는 나쁜 것이 아니다.  

'비교'를 통해서 나를 찾자. '비교'는 성장의 촉진제이다.





[1] 무위(無爲, action without intention)는 도교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행동 원리로 일체의 부자연스러운 행위, 인위적 행위가 없음을 뜻하는 노자의 사상이다.


[2] 레온 페스팅거[  Leon Festinger ]  (1919년 ~ 1989년)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이다. 실험적 기법에 의해 사회현상의 기초과정을 분석하였다. 특히 『인지적 불협화 이론』(1957)이 유명하고, 인지와 인지간의 불협화가 태도변용의 요인임을 입증하였다. 『예언이 빗나갈 때』(1956)도 유명한 저서이다.        


[3] Medvec, V. H., Madey, S. F., & Gilovich, T. (1995). When less is more: Counterfactual thinking and satisfaction among Olympic medalist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9, 60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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