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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병태 Oct 24. 2020

[이슈] 관점(觀點)이란 무엇인가?

관점(觀點, viewpoint)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할 때, 그 사람이 보고 생각하는 태도나 방향 또는 처지’를 말한다. 유사한 의미로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자기의 의견이나 생각’을 뜻하는 견해(見解)가 있다. 그런데 두 낱말의 공통점을 보면 ‘보다’라는 뜻의 觀(관) 자와 또 다른 ‘보다’라는 의미의 見(견) 자를 쓴다. 즉, ‘본다’는 것이 전제된 의미이다. 따라서 관점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기 전에 보는 것을 의미한다. 철학적으로는 사고를 특정하게 진술하는 방식이며, 어떤 개인적 견해로부터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생각하는 태도이다. 


예를 들면 TV를 켜면 여당과 야당이 싸우는 모습을 거의 매일 보게 되는데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보이는 장면이다. 뿐만 아니라 똑같은 사안에 대하여 각 미디어들이 내는 논평이 판이하게 다른 경우도 관점에 대한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하나의 사실을 바라보는데 왜 다르게 보는 것일까? 하나의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관점이란, 결국 무엇이 옳은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물과 사건에 대해 보이는 대로 또는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관점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의 차이는 매우 다양하다. 영국의 퍼플 페더(Purple Feather)에서 만든 동영상에 나오는 거지 일화는 매우 흥미롭다. 앞을 못 보는 거지가 동냥을 하는 동안 거지 앞에 “나는 시각 장애인입니다. 도와주세요.”라는 문구가 쓰인 팻말이 놓여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별로 눈길도 주지 않고 적선도 하지 는다. 그런데 한 여성이 거지 앞을 지나가다 발걸음을 멈추고 표지에 쓰인 문구를 바꿔 주고 난 뒤 조금 전까지 관심을 보이지 않던 행인 중 많은 수의 사람들이 그 거지에게 가엾은 눈길을 보내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 여성은 어떻게 문구를 바꿨을까? “아름다운 날이네요. 나는 그걸 볼 수 없답니다”라고 문구를 바꾸었다. 문구 하나 바꿨을 뿐인데 결과는 많이 다르게 나타났다. 


누군가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했다. 그러나 눈과 직결된 마음 또는 생각은 알 길이 없다. 그런데 이런‘관점’은 개인을 만들고, 단체를 만들며, 사회의 공동체를 만들고, 국가의 정신을 만들며, 세계적인 이슈를 만든다. 그러므로 어떻게 보느냐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역사상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과학자 아이작 뉴턴(Sir Isaac Newton )[1]의 만유인력도 보는 관점이 달랐기 때문에 발견된 것이다. 뉴턴이 젊은 시절, 집 뜰에서 사과 하나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러자 그는

'왜 사과가 똑바로 아래로 떨어질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왜 휘어지거나 옆으로 또는 위로 가지 않는 것일까라는 의심을 품고 사과가 가지에서 떨어질 때 밑으로 떨어지는 것은 어떤 힘이 잡아당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지구에는 잡아당기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둥근 지구가 계속하여 자전하는 데 물이 지구 표면에서 떠나지 않는 것을 설명할 수 없다. 그런 이치는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도는 것도 마찬가지이고 따라서 지구와 태양을 포함한 모든 우주의 별들은 끌어당기는 힘이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뉴턴은 이를 '만유인력'이라 이름 붙였다. 이런 위대한 발견도 처음에는 사소한 궁금증과 의문에서 시작된 것이다. 1982년에 발표된 '깨진 유리창(Broken Windows)[2]'에서는 건물 유리창 하나를 깨진 채로 그대로 두면 지나가는 행인들은 관리를 포기한 걸로 간주하고 다른 유리창에도 돌을 던져서 유리창을 모조리 깨트리는 행동을 하게 되고,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고 하였다.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아주 작은 힘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깨진 유리창 하나가 기업의 이미지도 바꿀 수 있다.  100-1=0이라는 숫자에서 의미하는 것처럼 한 고객의 작은 불만이 인터넷이나 소셜 네트워크로 아주 빨리 전달되는 요즘 깨진 유리창 하나는 아주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다. 반대로, 100+1=200이라는 숫자처럼 고객을 위해 하나하나 모든 일에 세세히 신경 쓴다면 사람들은 작은 것에서 감동을 얻고 하나 이상의 열정적인 후원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서양 동화 중 ‘핑크 대왕 퍼시(Percy the Pink)’도 관점의 중요성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사례이다.  핑크색을 광적으로 좋아한 퍼시 임금은 자신의 옷을 포함한 모든 소유물을 핑크색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심지어 매일 먹는 음식도 핑크색 일색이었다. 그러나 핑크 대왕은 이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성 밖에 백성들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들을 전부 핑크색으로 바꾸는 법을 제정했다. 왕의 일방적인 지시에 일부는 반발했지만 백성들은 어쩔 수 없이 옷과 그릇, 가구 등을 모두 핑크색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핑크 대왕은 그것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개인 소유물이 아닌 나라의 모든 나무와 풀, 꽃, 동물까지도 핑크색으로 염색하도록 명령했다. 대규모 군대가 동원되어 산과 들로 다니면서 모든 사물들을 핑크색으로 염색하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드디어 세상의 모든 것이 핑크색으로 변한 듯 보였다. 그러나 단 한 곳 핑크로 바꾸지 못한 곳이 있었으니 바로 하늘이었다.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가진 퍼시 왕은 하늘도 핑크색으로 바꾸고 싶었다. 그렇지만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 며칠 동안 끙끙대다가 자기의 스승에게 하늘을 핑크로 바꿀 방법을 찾아내도록 명령했다. 밤낮으로 고민하던 스승은 마침내 하늘을 핑크색으로 바꿀 방법을 찾아내고 임금을 찾아갔다. 임금을 찾아간 스승은 ‘내가 이미 하늘을 핑크색으로 바꿔 놓았으니 준비한 안경을 끼고 하늘을 보라’고 했다. 핑크 대왕 반신반의하면서 스승의 말에 따라 안경을 끼고 하늘을 올려다봤더니 구름과 하늘이 온통 핑크색으로 변해 있었다. 왕은 크게 기뻐하며 그날 이후 매일 핑크 안경을 끼고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는 동화다. 보는 관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동화다. 아무리 아니라고 하여도 핑크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는 사람은 온 세상을 핑크라고 주장할 것이다. 이 동화가 시사하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자기가 바라보면 관점 이외에 또 다른 관점도 있다는 것이다.   


관점의 또 다른 기능은 시대에 따라 보는 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마케팅’이란 관점을 예로 들면, 학자에 따라 다르지만 마케팅은 크게 4.0단계까지 관점이 바뀌었다. 마케팅 1.0은 공급자 즉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의 입장이었고, 마케팅 2.0은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었으며, 마케팅 3.0은 사회 지향적 개념 즉 사회공헌적인 의미를 가미한 관점으로 바뀌었다. 최근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3]에 의하여 발표된 마케팅 4.0은 인터넷 시대, 즉 초연결 시대의 마케팅은 ‘고객이 곧 마케터다’라는 개념을 통하여 고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마케팅의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고객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관점이 왜 중요할까? 다르다는 것 때문에 중요하다. 따라서 창의적이거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때는 지금까지 없었던 또 다른 관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관점은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일 다른 관점이 없고 모든 사람들이 바라보는 관점이 똑같다면 어떻겠는가? 세상은 정말로 지루하고 단조로울 뿐만 아니라 발전도 없을 것이다. 누구나 똑 같이 본다는 것은 누구나 똑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회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사람은 보는 것도 각자 다르게 볼 수 있고 하물며 똑같은 것을 보고도 그 사람의 경험과 지식수준과 출생지와 언어와 문화에 따라 다르게 생각하기 때문에 다이내믹한 세상이 펼쳐지고 발전과 진화가 일어나게 된다. 끊임없이 다른 것을 바라보고 당연하다고 하는 것을 당연하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볼 때 새로운 시각은 무궁무진하게 창출될 수 있으며, 무한(無限)의 세계인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관점을 달리 한 생각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1] 아이작 뉴턴(Sir Isaac Newton) 은 코페르니쿠스로부터 촉발된 17세기 과학혁명(Scientific evolution)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1687년에 출판된 『프린키피아』(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를 통해 근대 역학과 근대 천문학을 확립했다. 그는 지구와 사과 사이에, 지구와 달 사이에, 태양과 목성 사이에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인력이 작용한다는 점을 밝히고, 이것과 자신의 3가지 운동법칙, 즉 관성의 법칙, 힘과 가속도의 법칙, 작용-반작용의 법칙을 결합해서 행성의 타원 운동은 물론 지상계와 천상계의 여러 운동들을 수학적으로 설명했다. 뉴턴은 1660년대부터 빛과 색깔에 대한 독창적이고 근대적인 이론을 주창했고, 이를 1704년에 『광학』에 집대성했다. 코페르니쿠스로부터 1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과학의 여러 분야에서 일어났던 다양한 변화들은 뉴턴이라는 하나의 수렴점을 거쳐 근대 과학이라는 통일된 체계로 태어났던 것이다.


[2]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은 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 3월에 공동 발표한 깨진 유리창(Fixing Broken Windows: you suck Restoring Order and Reducing rime in Our Communities)이라는 글에 처음으로 소개된 사회 무질서에 관한 이론이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으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3]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는 노스웨스턴 대학 켈로그 경영대학원 석좌교수.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케팅의 대가이자 세계적인 경영사상가다. 2001년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비즈니스 구루에 잭 웰치, 피터 드러커, 빌 게이츠에 이어 4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2003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거장 50’에 선정되었다. 시카고 대학과 MIT에서 각각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박사 과정 이후에도 하버드 대학에서 수학을 공부하고 시카고 대학에서 행동과학을 연구했다.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12개나 받았으며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를 비롯한 주요 저널에 100편이 넘는 논문을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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