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행에서 배운 리스크 관리와 매몰비용의 교훈
오늘 겨울 산행을 하면서 리스크 관리와 매몰비용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는 경험을 했다. 하산길에 들어서자 눈이 너무 많이 쌓여 있어 계획된 시간 내에 집결지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반대편에서 오는 등산객들에게 예상 소요 시간을 물어보았는데, 첫 번째 그룹은 4시간이 걸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나에게 남은 시간은 2시간뿐이었고, 일반적으로 하산이 등산보다 시간이 덜 걸린다는 생각에 계속 전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곧 만난 또 다른 등산객은 자신은 6시간이 걸렸으며, 눈이 많이 쌓여 있어 러셀(눈길을 헤치며 나아가는 것)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나 역시 비슷한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렇게 되면 해가 져서 고립되거나 조난당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해 주었다. 그 자리에서 되돌아가면 한 시간을 허비하는 셈이라 망설였지만, 결국 그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오르막길을 1km 다시 올라가야 하니 체력이 급격히 소진되고 근육 경련까지 왔지만, 천천히 정상까지 올라간 뒤 다른 하산로를 선택해 거의 뛰다시피 내려갔다. 결국 집결지에 정시에 도착해 간신히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오늘의 결정은 정말 현명했다.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한 셈이다. 복기해 보면, 내 체력과 코스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무리한 결정을 내렸던 것이 문제였다. 겨울 산행에서는 해가 빨리 지기 때문에 오후 3시 이전에 하산을 마쳐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도 원인이었다. 게다가 아침부터 챙겼으나 결국 찾지 못한 헤드랜턴도 없었고, 비상식량도 준비하지 않아 야간 산행이나 조난 상황에서 매우 위험할 뻔했다.
결국, 계획 부족, 준비 미흡, 판단 착오로 인해 감당할 수 없는 리스크에 직면했지만, 매몰비용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히 회귀하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당초 계획을 간신히 맞출 수 있었고, 더 큰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 경험을 통해 직장이나 가정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때, 상황이 잘못되었음을 인지하면 관성에 기대지 말고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같은 안일한 태도로 리스크를 키우지 말고, 신속하고 냉정한 판단으로 대응해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