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 문화, 나만의 거리두기
이번 주에만 두 번의 문상을 가게 되었다. 화요일에는 친한 직장 후배의 부친상이었고, 토요일에는 가장 친한 친구의 부친상이었다. 나는 부모님의 장례를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렀기 때문에 문상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상부상조의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순수하게 친분과 관계를 고려해 문상을 가게 된다. 물론 부고를 받고도 가지 않으면 관계가 어색해질 수도 있지만, 이제는 그런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솔직히, 한 번도 뵌 적 없는 분들의 장례식에 조문을 가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 시간과 비용을 들이면서도 정작 마음이 내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많은 인간관계가 경조사로 인해 억지로 유지되는 것처럼 느껴져서 대부분의 관계를 정리하고 살고 있다. 물론, 결혼식과 장례식에서 서로 돕는 문화가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 왔기 때문이겠지만, 나와는 잘 맞지 않는다.
앞으로 남은 가족의 경조사도 같은 방식으로 치르기로 했다. 딸아이의 결혼식은 가족끼리만 조촐하게 진행할 예정이며, 장인·장모님의 장례식도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처가 식구들과 합의했다. 앞으로도 이런 문화가 점차 확산되지 않을까 싶다. 서구 사회처럼 말이다.
가끔은 내가 너무 개인주의적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깊이 없는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억지로 시간과 돈을 쓰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제발, 청첩장이나 부고장은 정말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돌렸으면 좋겠다.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