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는외근중 #한스는퇴근중 #우리는출근중
늘 반복되는 일상에서 사무실에서만 있기에는 답답하다.
회사 이름과 명함이 아닌, 나 스스로에 대한 존재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빠르게 하던 일을 잊고 오로지 개인으로의 ‘나’로 돌아가는 순간,
늘 반복되는 일상에서 사무실에서만 있기에는 답답하다. 피곤하고 지친 나를 달래기 위한 커피 한 잔, 언제나 늘 무얼 먹을지 고민인 점심시간에나 밖을 나온다. 하지만 그 시간의 목적에 햇살과 공기를 느낄 여유는 많지 않다. 늘 그런 시간은 빨리 흘러간다. 그런 일상 속에서 외근이란 이름 아래 회사를 떠나 다른 곳으로 다닌다. 거래처와의 미팅을 위해, 제안이나 협의를 위해, 중요한 결정이나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외근을 다닌다. 이런 외근의 풍경은 출근의 풍경과는 다르다.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늘은 더욱 높고 푸르며, (외근 목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잠시 회사를 떠나는 길이라 그런지 출근길보다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여기에 외근 목적지로 바로 출근하거나, 혹은 외근 목적지에서 바로 퇴근할 때면 근처 맛집을 검색하거나, 친구들과 약속을 잡기도 한다. 여기에 외근의 목적을 달성하면 회사와 상사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상상하며 마음이 들뜬다. 여기에 업무라는 이름으로 먹는 식사나 음료는, 회사가 나를 위해 사주는 특별한 간식 같기도 했다.
나는 약 10년여 동안 영업과 마케팅, 홍보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고, 거래처와 협의뿐 아니라 콘텐츠 제작과 시장조사, 그리고 미디어와의 미팅 등 다양한 목적으로 외근을 다녔다. 외근을 나가기 직전까지는 발걸음이 무겁기도 했지만, 막상 회사를 떠나 버스나 지하철, 그리고 회사 차를 타고 떠나는 외건길은 나를 가볍게, 그리고 설레게 했다. 당연하게도 일의 연장이었지만, 외근을 떠나는 길과 늘 다니던 풍경과는 조금 다른 환경은 잠시나마 회사라는 공간에서 받는 스트레스에서 잠시나마 해방될 수 있었다. 회사란 공간에서 벗어나서 그런지, 외근을 떠나 만나는 사람들 때문에 그런지, 아니면 익숙한 풍경에서 벗어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외근을 떠날 때의 마음은 가벼웠다. 특히 제3의 공간이나 특별한 공간에서 진행되는 외근은 특히 더 재밌었다. 마음이 맞는 거래처 직원분들과는 업무 외에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회사원으로서가 아닌 한 개인으로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회사 이름과 명함이 아닌 나 스스로에 대한 존재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그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와 같은 마음이지 아닐까,
퇴근의 발걸음은 더 가볍다. 약속이 있어 시간에 딱 맞춰 퇴근을 하든, 눈치를 보며 어렵사리 퇴근을 하든, 야근을 하거나 내일로 일을 미루든 퇴근의 발걸음은 너무나 가볍다. 좋은 결과가 아니어도 좋다. 늘 발걸음은 가볍다. '‘아 모르겠다. 내일 내가 하겠지’ 하면서 마무리하는 순간, 지친 하루를 보낸 직장인에서 ‘나’로 돌아가는 길, 빠르게 하던 일을 잊고 오로지 개인으로의 나로 돌아가는 순간, 자다 일어나 출근하는 출근길보다, 회사에서 겪었던 하루를 돌아보면 아쉽거나 한숨이 나오기도, 뿌듯하거나 나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는 생각이 곁들여지기도 한다. 이런 감정들은 이성을 갖고 일하던 순간에서 빠르게 감성을 되찾으며, 퇴근의 풍경들은 어딘지 모르게 더 아련하다. 태양은 지고 어둠이 떠오른다. 그렇지만 도시의 빛은 지지 않는다. 바로 집으로 향하거나, 누군가를 만나거나, 익숙한 혹은 낯선 식당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집에 들어가기까지, 빛의 미묘한 변화는 마치 직장인에서 나로 돌아옴을 반겨주는 것 같다. 문득 과거의 경험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나간 인연들과 나의 잘못했던 일들, 부끄러운 일 같은 과거가 떠오르기도 하고,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보다 먼 미래를 그려보기도 한다. 출근길과는 다른 빛깔과 도시의 움직임은 이런 감정을 더 부추긴다. 덧붙여 위로도 건넨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고.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아마도 다른 회사원들도 조금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다르다면 어떻게 하면 다를까, 생각해보면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외근과 퇴근은 어쩌면, 잠시나마 도시를 떠나 온전히 ‘나’로 되돌아가는 여행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