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 문장, 한 문장을 쓰는 도식법

한 문장 쓰기 _ 1

by 고로케

고대 그리스에서는 문장을 ‘로고스’(logos)라고 했다. 로고스는 보통 ‘이성’을 뜻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로고스가 이성을 뜻하지는 않았다. 브루스 링컨의 《신화 이론화하기》에 따르면 로고스를 간교한 자나 여성, 거짓말이라는 뜻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가 신화의 시대였기 때문이다. 신화는 시인이 운문 형식의 언어로 신들의 행위를 노래한 언어다. 그때는 인간이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음악의 여신인 뮤즈를 대리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신화는 절대적인 진리를 대변하는 신의 언어이고 인간의 언어인 로고스는 유약하고 무책임한 자의 말이 된 것이다.


하지만, 신화가 아닌 철학의 시대가 되면서 신화의 운문이 아닌 인간의 산문, 즉 글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글의 가장 기본 요소가 되는 문장은 다양하다. 시나 소설처럼 문학적 표현력이 좋은 문장도 있고 논리성이 강한 문장도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명제에 관하여》라는 책에서 ‘로고스’라고 불리는 문장은 명제를 나타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명제란 참 또는 거짓으로 구분되는 생각이다. 이 말은 즉, 모든 글이 문장은 아님을 뜻한다. ‘나는 임태환이다.’라는 문장은 참과 거짓이 구분되기 때문에 문장이다. 하지만 ‘나는 너를 왜 사랑할까?’라는 문장은 참과 거짓 판단이 불가해서 문장이라고 할 수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이 만든 삼단논법의 틀을 맞추기 위해서 문장의 유형을 'A는 B다.‘로 만들었다. 이렇게 하려면 모든 동사나 형용사를 명사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간은 아름답다’를 ‘인간은 [아름다운 것]이다.’ ‘꽃은 시든다.’를 ‘꽃은 [시드는 것]이다.’와 같이 변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지만 ‘A는 B이다. B는 C이다. 그래서 A는 C이다.’와 같은 삼단논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정리한 바와 같이 이 세상의 모든 문장의 유형은 ‘A는 B이다’로 정리할 수 있다. A가 주어라면 B는 술어다. 술어는 동사, 형용사, 명사로 이루어져 있다. 과연 모든 문장이 'A는 B이다‘로 가능할까 싶지만 이어지는 문장의 도식적 구조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이해가 될 것이다.


일단 가장 기본적인 문장의 뼈대는 주어와 술어다. 주어와 술어를 제외하고 남는 문장의 요소는 주어 혹은 술어에 붙는 수식어다. 주어에 붙는 수식어는 형용사(형용사구, 형용사절)이고 술어에 붙는 수식어는 부사(부사구, 부사절)이다. 여기서 수식어들은 다양한 기능을 한다. 언제(시간), 어디서(장소), 무엇을(대상), 어떻게(방법), 왜(목적), 무엇으로(수단)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규정어라고 하자. 이것을 바탕으로 아래와 같이 이 구조를 도식화할 수 있다.

꽃게 문장.JPG


김용규 작가는 《생각의 시대》라는 책에서 이 도식에 대해서 ‘문장의 몸체인 기본형(A-B)의 좌우 양쪽에 여러 개의 팔이 달려있어 마치 꽃게의 형상을 연상시킨다.’고 말하며 ‘주어에 수식어나 규정어가 많을 때는 A(주어) 쪽 팔이 많아지고, 술어에 수식어나 규정어가 많을 때는 B(술어) 쪽 팔이 여럿이 된다.’고 했다.실제 예시를 아래와 같이 들어보자.


꽃게 문장2.JPG


위 도식의 문장을 풀어보면 ‘부지런하고 똑똑하고 성실한 태환이 아침에 인터넷 강의로 경제학을 집에서 공부했다’가 된다. 여기서 주어의 수식어는 ‘부지런한’, ‘똑똑한’, ‘성실한’ 3개다. 술어를 수식하는 규정어는 ‘아침에(시간)’, ‘인터넷 강의로(수단),’경제학을(대상), ‘집에서(장소)’ 총 4가지다. 오해 여지없이 이 한 문장은 상대방에게 완벽한 의미를 전달한다.


이 꽃게 문장 도식은 문장의 논리적인 구조를 투명하게 보여준다. 이와 같은 문장의 기본적인 도식을 익힌다면 자신이 전하고 싶은 문장을 응용하여 쓸 수 있다. 처음부터 복잡하게 생각 말자. 가장 기본이 되는 문장 도식에 따라서 생각을 정리하자. 그리고 정리된 생각을 도식에 맞춰서 하나씩 문장으로 풀어나가 보자. 글에서 가장 작은 단위인 한 줄의 문장부터 시작해서 연습하다 보면 글을 쓰는 것이 더 이상 어렵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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