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5> 판단력을 올리는 힘 통찰
통찰력(洞察力)은 영어로 인사이트(Insight)라고 한다. 영어 단어를 풀어보면 본질을 꿰뚫어 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본질은 무엇일까. 일본 최고의 부자 가운데 하나고 디양한 저술을 남긴 사이토 히토리는 <상위 1% 부자의 통찰력>이란 책을 썼다. 그는 처음에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누군가의 속셈을 알아낼 수 있습니까? 자기 일의 미래를 통찰할 수 있습니까? 세상 뉴스의 이도를 간파할 수 있습니까? 사람의 행동을 감파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다. 그러면서 통찰하지 않은 채로 인생을 살다보면 가난해진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통찰력이 있다면 자신이 둘 곳을 비교적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사실 글을 쓰는 사람으로 가장 큰 걸림돌은 자신이 쓴 내용이 나중에 거짓으로 판명되면 어쩔 것인가하는 일이다.
그 순간 자신의 무지가 탄로나기 때문이다. 2001년부터 나는 3월 말만 되면 그해 올 황사를 예측하는 기사를 썼다. 기상청처럼 슈퍼 컴퓨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관련 공무원들을 전문가들을 인터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닌데, 나는 2007년까지 매년 이 시기가 되면 당시 글을 쓰던 오마이뉴스에 관련 글을 썼다. 당연히 누가 시키는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내 예측은 기상청에서 인정받을 만큼 정확했다. 그래서 ‘황사전문기자’라는 특이한 별칭도 얻었다.
당시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힘은 황사에 대한 내 나름대로 통찰력을 발휘한 것이다. 우선 황사가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황사의 정의는 간단했다. 매년 3월말이 되면 엄청난 강도의 편서풍이 불기 시작한다. 이 바람은 한국에 부는 황사의 70% 가량의 근원지인 중국 네이멍구 마오우쑤, 쿠푸치, 훈찬타커 사막을 지나간다. 사실 바람은 매년 비슷한 강도로 분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앞서 말한 3군데 사막의 상황이다. 만약 이곳에 눈이 많이 내려서 눈으로 덮여 있다면 아무리 강풍이 불어도 황사가 일어나지 않는다. 강수량이 없다해도 3월 중순에 비가 오는 경우가 3년에 한번 정도 꼴로 있어서 그때까지 상황을 봐야 한다. 나는 이 강수시기를 맞추어서 황사 근원지를 직접 찾는 경우가 많았다. 수천킬로미터를 다니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네이멍구와 닝샤 지역 기상청을 방문해 황사 전문가들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특파원 자격도 없으면서 이런 기관을 찾는 것은 무리였지만, 그런 사람들이 없어선지 많은 이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해줬다.
그때 막무가내로 이런 식의 기사를 쓸 수 있었던 것은 내 나름대로 황사라는 기상 현상에 대한 전반을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8년 귀국 후에는 내가 더 이상 황사를 예측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우선 현장에 갈 수 없는 내 상황도 있지만, 3월말이 되도 이전처럼 강한 편서풍이 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판단컨대, 오랜 기간 동안 불던 바람이 멈춘 것은 더 큰 문제였다. 대신에 늦은 가을부터 겨울까지 우리나라를 괴롭힐 미세먼지 문제에 관해 몇 번의 글을 썼다. 그리고 강의를 할 때도 관련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나는 5년후 정도면 중국발 미세먼지는 많이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미세먼지는 중국 화베이지방(베이징, 톈진, 허베이)에서 오는데, 이들도 스스로 미세먼지를 버티기 힘들어 각종 규제를 통해서 오염원을 없앨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근에 겨울철 미세먼지가 사라진 것도 이런 원인이 크다.
사실 어떤 사안을 넓은 구조에서 본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한 면만을 바라보는 것은 그 만큼 위험하다. 큰 흐름 속에 갖히면 작은 것들은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찰력을 갖는 것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지혜다.
통찰력을 갖기 위해서 많은 이들이 다양한 조언을 한다. 선입견을 갖지마라, 문제의 근원적인 것에 접근하라, 모방을 두려워하지 마라, 낯선 것과 친숙한 것을 다른 시각으로 봐라, 판단을 천천히 하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 주기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나는 우리 지식인 가운데 통찰력의 가장 훌륭한 토대를 만들어준 사람으로 조영태 교수를 꼽는다. 조교수는 <인구 미래 공존>이라는 저서를 통해 인구학의 눈으로 미래를 통찰할 수 있는 지식을 잘 전달하는 학자다. 그는 2020년 인구감소가 시작되고, 203년에는 인구절벽이 현실화 된다고 하면서 '정해진 미래'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묻는다. 조교수는 인구가 주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고,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저출산이 아니라 ‘초저출산’이라는 현상을 보라고 말한다. 그냥 느슨하게 줄어든다면 적응할 수 있는 시간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 숫자가 급속히 준다면 상황은 다르다. 필자가 태어나던 시기에는 1년에 100만명 넘게 태어났지만, 2019년 출생자 숫자는 30만9천명이었고, 처음으로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많은 해로 기록됐다. 2020년 출생자는 27만5815명으로 처음으로 30만대가 붕괴됐고, 2021년 출생자 숫자는 24만명대로 추산된다.
사실 인구의 변화는 모든 사회를 뒤흔드는 폭발적인 사안이다. 실제로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에서 인구 만큼 중요한 요소는 없다. 특히 한국처럼 초저출산 국가라면 그 변화를 폭발적인 것이다. 아무리 교사당 학생수를 줄인다고 해도, 한 교사당 10명 이하로 하기는 무리다. 또 학급당 학생수도 20명 이하로 가기에는 문제가 많다. 2019년을 기준으로 본다면 중학교 학급당 학생수는 OECD 평균은 23.3명이고, 한국은 26.1명 수준이다. 이런 상황인데, 중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14살 인구는 현재 44만명인데, 반해 1살의 아이들 숫자는 27만명 가량으로 상당히 줄어든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미래 필요한 교사 숫자는 불문가지다.
특히 지방소멸은 더 말한 나위가 없다. 한 지역의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이 0.5 이하일 때는 소멸 위험이 큰 것으로 파악해 지방소멸 지역으로 본다. 그런데 우리나라 228개 시군구 가운데 소멸 위험지역은 ’19년 5월 93개(40.8%)에서, ’20년 4월 105개(46.1%)로 12곳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에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절반은 소멸 위험지역에 들어간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인구층을 차지하는 1차 베이비부머(1955년~1963년 출생)가 이제 고령층에 들어가고, 2차 베이비부머(1968년~1976년생)가 퇴직에 들어가면 우리 사회 구조는 급격히 변할 수 밖에 없다. 이들이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의 수령자로 변하는 순간, 연금 재정은 빠른 속도로 악화되어 각종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25만선까지 떨어진 출생자 숫자는 빠르게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아이들은 국제화 여파로 한국에 머물기 보다는 더 높은 세상을 향해서 움직이려는 흐름도 빨라질 것이다. 결국 노인세대들은 스스로의 일감을 찾지 못하면, 급속히 빈곤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성장동력도 사라질 것이다.
때문에 지금의 중년층은 70살까지는 현역에 가까운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 실제로 건강 문제도 없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것도 없다. 다만 4차산업혁명으로 제조업에 인력이 줄어들고, 지식산업 현장도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70세까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필자는 과거부터 우리의 미래산업이 농업이나 문화라고 말해왔다. 금년 10월 재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도올 김용옥과 배우 정우성씨가 참여한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 추진위원회’가 발족한 것이다. 3농(농림어업인, 농림어업, 농산어촌)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이들의 길에 가장 중요한 것이 우리 농어촌이 가진 땅심(땅의 힘)을 찾아가는 것이다. 필자는 한국이 네델란드 와게닝겐처럼 농업 특별 지역이 될 수 있다고 언제나 공언했다. 단 네델란드처럼 스마트팜 중심이 아닌 땅심을 살린 최고급 농산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생산한 농축수산물은 생산지가 한국이라는 이유 만으로 큰 가치를 부여받을 수 있다. 같은 인삼이라도 한국에서 만들어지면 고려인삼이 되고, 같은 은행나무라도 한국에서 자라야지 징코민 등 주요성분이 탁월하게 나온다. 더욱이 지난 반세기 동안 급속한 이촌향도로 한국 농촌의 땅의 상당 부분이 오랫동안 경작을 하지 않아, 깨끗한 농지로 변모했다. 농약 성분은 사라지고, 기운이 좋은 이런 땅은 최고의 농산물이나 약재를 만들 수 있고, 이런 지역에서 나온 풀들을 먹고 자란 축산물들은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가질 수 있다.
거기에 농업 관련 로봇들이 만들어지면서 과거처럼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농업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결국 은퇴하는 베이비부머들이 농촌에서 농업이나 축산업 등을 통해서 새로운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면 다양한 가치를 지닌다. 우선 이들이 연금에 의존하지 않고, 수익을 창출하면 고갈 위기에 빠지는 연금 제도 개선의 숨통을 틀 수 있다. 또 소멸위기의 지방들도 인구가 늘면서 또 다른 동력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인구를 깊이보면 다양한 변화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통찰력을 얻을 수 d있다. 물론 통찰력이 작용해야할 곳은 한두곳이 아니다. 세상 모든 일에 이런 통찰력이 발휘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디테일의 매력이다. 그런데 통찰력은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국 경영계에소 멘토 역할로 유명한 왕중추(汪中求) 대표는 한국에서 출간된 <디테일의 힘>에서 “통찰력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으며 오랜 경험을 통해 조금씩 쌓이는 것이다. 디테일한 부분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일이 반복되고 쌓여야 통찰력이 단련되고 향상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디테일의 매력이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