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6> 내 인생 로드맵에서 난 어디에 있는가
이제는 국민 아재가 된 GOD가 2001년 낸 4집에는 ‘길’이라는 곡이 수록되어 있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사람들은 길이 다 정해져 있는지
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는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또 걸어가고 있네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무엇이 내게 정말 기쁨을 주는지 돈인지 명예인지
아니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인지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아직도 답을 내릴 수가 없네...”
생각해보면 한 사람의 살아가는 시간은 정말 길다. 70~80년이란 시간은 수없이 많은 변화가 있다. 그때 자신이 어디에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당장 수조원을 자산을 가졌다 할지라도 내일 전용 헬리콥터나 비행기가 추락해 죽을 수 있다. 그 자산은 백만원 가진 사람이 타인을 위해 기부한 50만원의 가치만도 못하다.
생각해보면 우리 세대는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평화로운 세대다. 한국이 가난에서 벗어나는 시기에 유년기를 보냈고, 대학에 들어가자 학생운동은 대강 마무리되어 별로 할 일도 없었고, 사회에 나갈 때, IMF 관리체제라는 상황이 왔지만 잘 극복되어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 살았다. 선배세대처럼 열사의 나라 사우디를 가거나, 월남의 정글을 헤매지 않아도 된 세대다.
우리 역사에서 이런 세대는 드물다. 앞으로 살아갈 30년 정도의 시간은 한국이 고령화 등으로 적지 않게 곤란을 겪겠지만, 다 늙은 상황에서 몸 하나만 열심히 보전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큰 고민도 할 필요가 없다.
사람이 자신의 삶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게 자신이 살아가는 큰 맥락 속에서 자신의 위치가 어디고, 어떻게 살아가는 게 옳을 지를 판단하는 것은 너무 중요하다. 그 시기에 너무 무리를 하면 결국 그게 화가 되어서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통찰력에서도 말한 내용이지만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디에 위치하고 어떻게 대비하는 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자신의 위치를 보는 가장 큰 지혜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데 있다. 사람들은 평생을 일할 수 있게 보이지만,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 정치가 등 정년이 없는 특수직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50대에 들어서면서 일선에서 나와야 한다. 60세가 되면 대부분 퇴직한다. 그런데 자기 앞에는 30년 정도의 삶이 남아있다. 물론 절반은 나름대로 건강하겠지만, 나머지는 아픈 몸을 이끌고 살아야 한다. 길에서 만나는 팔순의 노인의 모습을 상상하면 간단하다. 길을 가다가 앞에서 천천히 걷는 노인의 모습이 자신이 만나야 하는 미래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미래도 충분히 예감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가진 강점이 미래에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예측하면 된다. 지금처럼 G8국가를 넘어서 G5, G3로 간다면 더 말할 나위없이 좋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세상의 과실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확하게 예측 가능한 것도 있다. 일단 올해 43.3세인 우리나라의 평균 연령이 20년 후인 2041년에는 51.세로 증가한다. 현재 60만명인 20살 인구는 2041년에는 28만명 정도로 절반 이상 줄어든다. 먼 미래라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 대학을 취업하고 졸업하는 교사 지망생들이나 공무원 지망생들에게는 남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결국 인구의 변화는 모든 사회 변화의 근원이 된다. 이런 상황을 가장 잘 분석해주는 분이 서울대 조영태 교수다. <인구 미래 공존> 등의 책을 통해 변화하는 인구 구조를 읽어야만 미래에 다가올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래를 읽는 것은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보는데 중요하다. 우리 인구의 변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초저출산에 의한 젊은 층의 소멸도 있지만 1인 가구의 감소도 증가세도 있다. 결국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결혼을 하는 사람이 준다는 것이고, 고령층의 경우 배우자가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럽게 1인 가구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주택시장의 경우 3~4명이 거주하기에 적합한 중형 아파트 중심으로 되어 있다. 미래 수요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거기에 개인 자산의 대부분은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등 주택인 경우가 많다. 가용자산도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1차 베이비부머는 물론이고, 2차 베이비부머도 자산이 가진 주택을 바탕으로 주택연금 등을 활용해 노년생활을 보낼 수 있다. 문제는 향후에도 우리 아파트의 가격이 유지되거나 오를 수 있는가다.
아파트의 신규 수요는 필연적으로 감소할 수 밖에 없다. 공급을 떠나, 수요가 급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보다 20년 정도 빠르게 이런 인구 변화를 겪고 있는 일본에서 나타난다. 다행히 한국은 여전히 경제 발전의 동력이 작동하고 있어서, 급속한 부동산 시장의 붕괴는 나타나지 않지만, 상황에 따라 일본이 갖는 문제를 그대로 되풀이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자신의 인생 로드맵을 그려놓고, 대비해가야 한다. 가령 1969년생인 필자는 2029년 60세가 되고, 2039년 70세가 된다. 최소한 70세가 됐을 때 세상의 흐름을 상정하고, 대비하는 삶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70세까지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를 생각한다. 약간의 연금 수익이 있겠지만, 과연 그때 제대로 연금이 지탱해줄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은 한다. 결국 무슨 상황이 벌어지든 내가 자존감 있게 살 수 있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70살까지 할 수 있는 일 몇가지가 있다. 중국 여행 가이드는 가능한 일이다. 10년 동안 중국에 거주했고, 13권의 중국 관련서를 썼고, 2004년부터 코로나 시기까지 중국 전문 여행사를 했다. 어느 누구보다 중국을 여행하면서 중국을 잘 설명할 수 있다. 또 그 나이까지 강의도 가능하다. 중국은 물론이고, 글쓰기나 책쓰기, 홍보, 투자유치, 관광관련, 세대문제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이 있고, 다양한 강의를 해왔으니, 어디라도 부르면 달려가서 강의를 할 수 있다. 얼마나 수익이 될지 모르지만 글쓰기도 가능하다. 갈수록 책이 팔리는 숫자는 줄겠지만, 여력이 되는 한 다양한 글쓰기와 책쓰기가 가능하다. 역시 나이 제한 없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럼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 특히 30~40대처럼 한참 일하는 연령대라면 자신의 앞 시대에 대한 로드맵을 그리는 게 필수다. 지난 수년간 가장 확실한 변화는 4차산업혁명과 로봇의 발전으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일이 한계가 있었지만 갈수록 빨라질 수 있다. 이는 회계나 법률처럼 전문적인 영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케팅이나 텔리마케터 같은 일은 인공지능이 가장 빠르게 대체하는 이로 꼽힌다. 교사나 공무원의 일도 과연 대체 불가능한 일인지 되물어야 한다.
이제 여러 가지 일을 같이 한ㄴ N잡러는 보편적인 언어가 됐다. 나는 앞 책에서도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인간을 돌보는 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물론 인간을 돌보는 일도 로봇이 더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로봇이 인간의 감정을 대체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사실 인간이 인간을 만나는 일은 수많은 감정으로 인해 가장 피곤한 일이다. 그런데 그런 피곤이 인간을 유지하는 힘이기도 하다. 매일 맛있는 음식이 나오면 물릴 것이다. 매일 안전한 곳에 있다면, 그 안전의 가치를 모르고, 위험을 찾는 게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다. 정치적 안정기를 참지 못하고, 히틀러 같은 독재자를 찾고, 트럼프처럼 특이한 정치가를 부르는 게 정치의 속성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30~40대 젊은 층은 변화하는 미래에 대한 자신의 로드맵을 고민해야 한다. 한참 일할 때인 50대 전후에 자신은 어떤 모습일지, 노년층인 70대 자신은 어떤 모습으로 살 지를 고민해야 한다. 물론 고민으로만 끝내서는 안된다. 그에 맞는 학습을 해야 한다.
미래트렌드를 읽는데 고심할 필요가 있다. 책을 통해서 일수 있고, 유튜브나 TED 같은 강의 프로그램을 둘러봐서 그런 지식을 가져야만 자신을 바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모든 문제에 앞서서 한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건강이다. 나 자신과 지인들의 패턴을 보면 사람들은 50살을 전후에 작은 문제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오십 중반에 이 문제를 대강 극복하고, 70살을 넘어서 다시 문제들이 나타난다. 때문에 오십대 초반에 몸을 잘 만들지 못하면 평생 위험한 몸을 갖고 살 수 있다. 따라서 그때 적정한 치료나 건강유지 방식을 찾아야 한다. 나도 50대부터 무릎에 문제가 생겼다. 키에 비해 좀 많은 몸무게가 원인이라는 것을 부인하기 힘들다. 하지만 10킬로그램 정도의 감량이 쉽지 않다. 가장 큰 것은 내 생활의 상당 부분이 음주랑 연결되는데, 이걸 멈추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더 큰 원인은 내 의지박약이다. 그런데 확실한 것은 어떻든 현명하게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GOD의 멤버인 박준형은 나랑 같은 나이이고, 윤계상 등은 열 살 정도 어리다. ‘길’이란 노래가 나온 지 20년이 지났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그들은 지금도 그 노래를 부르면서 자신의 길을 보고 있을 것 같다. 그들은 그 노래에서 자신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 돈인지, 명예인지, 사랑하는 사람들인지를 묻는다. 내가 알기로 그들은 나름대로 좋은 평판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아마도 그런 고민을 그때부터 했기 때문에 지금 그 모습이 있는 것은 아닌가도 생각한다.
생각하건데 이들은 앞으로 20년~30년도 생각하면서 로드맵을 그려갈 것으로 보인다. 이제 노트를 한권 구매해 자신의 인생 로드맵을 한번 설계해볼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