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론자
이 문장은 20년 넘은 내 인지체계를 바꾼 문장이다.
“배운다는 것은 믿는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얼마 전, 17년 차 교육자 분께 매우 이상한 말을 들었다.
뇌가 갑자기 어는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 learn(배우다)와 believe(믿다)가 동의어일 수 있을까?
우리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때 ‘배운 것’을 ‘믿으면서’ 살아간다.
유치원 때부터 나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믿었다.
착하고 바르고 성실하게 살면 백마 탄 왕자를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성인이 된 지금은 라푼젤 스토리를 더 좋아하지만, 여전히 (나의 방식대로) 신데렐라 스토리를 믿는다.
중학교 때는 ’ 사필귀정事必歸正‘ 이란 사자성어를 배웠다.
‘모든 일은 반드시 옳은 이치에 맞게 돌아간다’라는 의미다.
누군가 심하게 남의 험담을 하거나 눈살 찌푸리는 행동을 할 때마다 나는 이 사자성어를 되새겼다.
가끔 억울한 일이 생겨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싶은 일이 생겨도 사필귀정을 되새겼다.
돌이켜보면 난 사필귀정을 믿었던 거다.
‘환경론자’ 하면 어떤 말이 떠오르는가?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마세요’ ‘육식보다 채식을 지향해야 합니다 ‘라고 말하는 어느 환경운동가 모습이 떠오른다.
사실 이는 ‘환경보존론자’라고 말하는 것이 조금 더 정확할 것이다.
‘환경론자’라는 말은 훨씬 더 큰 범주의 이야기다.
‘환경론자’는 환경의 힘을 믿는 사람이다.
예를 들면, 물기가 마른 척박한 토양에서는 선인장 같은 식물이 자란다.
반면, 물기가 촉촉하고 비옥한 토양에서는 벼 같은 식물이 자란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만약, 벼라는 식물이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토양을 촉촉하고 비옥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그러면 벼는 자연스럽게 자랄 수밖에 없다는 것이 ‘환경론자’의 관점이다.
결국 인간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환경이 바뀌어야 한다.
좋은 환경에서는 좋은 인간이 저절로 자라난다.
나는 인생을 잘(well) 살고 싶은 사람 중에 한 명이다.
이러한 욕심 때문에 나 스스로를 괴롭히고, 나라는 ‘사람’ 탓을 해왔다.
나를 둘러싼 환경 때문이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환경론자는 ‘유기적’ 관계의 힘 또한 믿는다.
한 뿌리의 식물이 자라기 위해서는 햇살, 토양, 나무, 바람, 새, 동물, 박테리아, 인간 등..
많은 요소가 유기적으로 영향을 줘야 가능하다.
나라는 인간에게 영향을 주는 유기적인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
나의 가족환경, 친구관계, 직장, 도시, 음식, 주거환경 등… 셀 수도 없이 많다.
나라는 인간은 절대 나 혼자서 살 수 없고,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오늘 이 글을 읽었다면 나를 둘러싼 환경을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나는 어떤 이야기를 믿고 있었던 걸까.
내 주변에 얽히고설킨 실타래들을 조금 풀어보면 나라는 인간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