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방콕을 여행하다 람부뜨리 골목에서 맥주 한 잔 하며 그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여행을 하고 난 뒤에 남는 잔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여행의 경험이 많아질수록 더욱 빨리 옅어지고 더더욱 서두른 시일 내에 마음의 평화를 찾게 된다고. 그렇게 일상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진다고 생각을 했다.
7년은 더 된 시점에 쓴 글이었을 텐데, 최근 여행을 다녀오며 그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다. 아마도 그때는 수많은 경험에 의한 대처 능력이 상승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느끼는 아쉬움 혹은 이율모를 가슴 찡함의 감정은 여전히 그 위치를 유지하지만, 그런 상황에 대해 우리는 ‘아 이미 먹어본 맛이야.’와 같은 대처 법을 취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느끼는 바가 달랐던 것 같다. 물론 경험으로 쌓인 스킬로 인해 일상을 살아가는 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그건 7년 전과 느끼는 바가 다를 게 없다. 다만 가슴속 깊이 울려오는 아쉬움과 애틋함의 잔상이 깊을 뿐이다. 왜일까. 날씨가 좋아서? 도시가 좋아서? 좋은 사람을 만나서? 가족과 함께해서? 언어를 배워서? 쇼핑을 많이 해서? 이유는 모르겠다.
다만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여행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큰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데 역설적이게도 행복하다고 느낀다. 참으로 감정이 복잡한 상황이지만 행복을 느낀다는 건 어쩌면 내가,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징후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행복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내가 죽기 전에도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에 정의를 내려보고자 한다면, 아마도 복잡한 감정을 느끼며 어려워하는 순간 자체가 행복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적절한 순간에 용기 낼 수 있는 자아를 갖고 있다는 것으로 행복을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