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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홈나이 Dec 16. 2022

따스한 겨울

아침부터 대설이 예상된다는 알림 문자와 함께 조금은 잠이 덜 깬 몸을 부스스 일으킵니다. 월급쟁이는 그런 세상의 사소한 소식에는 무심한 듯 거울 앞에 서서 밤새 수북하게 자란 수염을 습관처럼 깎아 냅니다. 출근 준비를 마치면 냉장고에서 요구르트를 하나 꺼내어 주머니에 푹 찔러 넣고 차갑게 식어있는 자동차의 시동을 겁니다. 그렇게 또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점심 무렵, 창 밖으로 하얀 눈이 휘날립니다. 왜 기상청을 믿지 않고 차를 가져왔을까 하는 자책으로 창밖을 바라봅니다. 회사 앞 공원에 소도록하게 쌓인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하얀 눈이 쌓인 버스정류장 아래,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는 그날의 크리스마스가 떠오릅니다.


성인이 되기에는 한참 멀었으며 세상 모든 것이 새롭고 첫 경험인, 참으로 순수하고 투명했던 그 시절에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첫사랑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친한 친구 같으면서도 같이 시간을 보내자는 약속을 건넬 때면 떨려서 혼자 수도 없이 연습을 했고, 또 며칠 못 본다는 생각만으로 베개맡에서 눈시울을 붉혔으니까요.


크리스마스에는 스케이트장을 가기로 약속했습니다. 단둘이 가고 싶었지만 그 말을 꺼내기에는 멋쩍은 용기가 없어 같이 서 있던 친구들을 핑계 삼았습니다. 마침 그 해 크리스마스에는 눈이 내렸습니다. 오후 내 스케이트를 즐겼던 우리는 캄캄한 어둠이 찾아오자 동네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러 갔습니다.


나홀로 서있는 가로등이 주변에 쌓인 흰 눈들을 아스라이 비춰주었고, 우리는 버스 정류장 아래서 옹기종기 모여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마 그때였을 겁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거나 혹은 얼어서 하나의 조각으로 남길 바랬던 것 같습니다. 무심결에 나온 "춥다"라는 저의 말 한마디에 추위에 떨고 있는 저를 따스하게 안아 품어주던 그 친구의 따스함, 수줍은 그 용기, 순결했던 우리의 마음.


매 해 한 번씩, 어김없이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준비를 하지만, 어떠한 크리스마스도 아무것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기에 아름다웠던 그날을 잊게 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참으로 따스한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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