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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홈나이 Jul 13. 2021

풍요로울 준비

홀로 여행을 다니다 보면, 주로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게 된다. 여행에 목마른 자들의 마음의 고향. 그곳에선 처음 만난 사람들 여럿이 모여 앉아 맥주 한 캔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예를 들면 오늘은 어디를 다녀왔는지부터 각자의 삶의 방향 같은 가볍거나 무거운 주제들.


게스트하우스에 묵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떠날 때가 되면,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된다. 과연 나는 여행자들에게 어떠한 모습으로 기억될까?


태국이라는 나라에 심취해 있을 때는 한 해에도 몇 번씩 방문하곤 했다. 특별히 좋아하는 순간이 있었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이른 아침. 람부뜨리 거리 어느 길거리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파인애플 볶음밥에 맥주 한 병을 주문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멍 때리는 순간이었다.


카오산로드를 조금 빗겨 난 람부뜨리 거리의 풍요로운 아침 햇살과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자, 수많은 여행객들은 이른 아침부터 길거리로 나온다. 배낭여행객들의 천국답게 다양한 나라에서 온 여행객들이 한대모여 저마다의 방식으로 아침을 즐기는 장관이 연출된다.


어느 날엔 한 노신사가 내 뒤에 앉았다. 내 기억으론 북유럽 어디쯤이 고향이셨던 것 같다. 나와 비슷하게 아침식사와 맥주 한 병을 주문하셨다. 주문이 끝나자마자 옆에 앉아있던 여성 두 분에게 인사를 건넨다. 'Where are you from?'


가벼운 아이스브레이킹에 연이어서 다음 주제로 본인의 삶을 소개하기 시작한다. 'Where are you in'과 'Where are you from'은 엄연히 다른 물음이라는 심오한 주제로부터.


그렇게 시작된 질문으로 그 신사는 자신의 일 평생 살아온 삶을 이야기하기 시작하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의 귀를 끌여 당겼다. 그의 연대기를 어깨너머로 엿듣던 나는, 한 편의 소설과 같던 그분의 풍요로웠던 일생에 경외를 느낄 수밖에.


여행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에게 소중히 간직했던 나의 경험들을 하나둘씩 풀어내곤 한다. 대학원에 다니게 된 계기, 베트남에 살았던 얘기, 힘든 여행을 했던 얘기 혹은 죽기 전까지 이루고 싶은 나의 꿈 이야기 등.


여행객들에게 나는 어떠한 모습으로 기억될까? 작은 바람이 있다면, 수많은 경험들로 삶의 스토리가 풍요로운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본다. 그러기 위해 나는 오늘도 새로운 경험들로 가득 채울 마음의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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