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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ler Dec 11. 2020

대학입시가 뭐길래

20세기에 배우고 21세기에 살기_08

온 국민이 긴장했던 코로나 19 속의 수능이 끝났다.

대학 수학능력시험을 보는 그날 하루는 어느 종교를 믿던, 어느 지역에 살던, 무슨 일을 하던, 온 국민이 한 마음이 된다. 공식적으로 회사 출근을 늦추고, 일정 시간 비행기가 착륙하지 못한다.  

다른 나라 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전 세계 유일무이한 대한민국의 겨울 풍경.


그러나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이 날이 내 인생을 어떻게 이끌어왔고 또 미래의 바탕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이 날만큼은 모든 수험생이 나의 아들딸이자 나의 과거라는 마음으로 그들을 응원한다.

 

본고사/학력고사/수능 어떤 이름이더라도,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이름으로 바뀌더라도 그 날의 무게를 피할 수는 없다. 우리의 교육 시스템이 지나친 입시 경쟁 위주라고 비판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누구도 자유롭지는 못한 채 대물림된다. 

물론 절실히 원하지만 포기해야 하는 사람도 있고, 자의로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입 준비를 '안'하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고 이유가 필요하다.  

어느 연예인은 대학은 공부할 사람이 가야 한다며 입시를 치르지 않겠다는 용감한 결정으로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여느 평범한 19살이 입시를 치르지 않겠다고 한다면, 열에 아홉은 어린 치기라며, 후회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내 아이라면 더더욱. 

시대가 바뀌고 제도도 바뀌었다지만, 예전 소 팔아 서울 유학을 보내는 부모 마음과, 요즘 집 팔아 해외유학 보내는 부모 마음이 무엇이 다르랴. 예전의 명문고와 최근의 특목고 입시가 다를 것이 무어랴.


다양한 종류의 학교들이 신설되고 선택의 폭은 조금씩 넓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나친 교육열과 입시경쟁을 해소하기 위해 교육부도 다양한 시도를 해왔고 계속해 나갈 것이다. 시험제도를 바꿔보기도 하고, 다양한 종류의 학교를 만들기도 했다. 꼭 일류 대학 입학만이 나의 인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니 더 넓은 세상을 보라고도 가르친다. 

일견 맞는 말이다. 실제로, 어린 시절 같은 놀이터에서 놀던 친구들은 개인의 특성과 상황에 맞추어 지금, 특목고, 국제학교, 대안학교, 동네 학교, 해외 진학 등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 런. 데. 말. 입. 니. 다.


이 중에 대학을 보내지 않겠다는 집은 한 군데도 없다. 이 모든 다양한 학교들은 대학 진학을 잘하기 위한 선택지일 뿐이다. 대학만이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이 말이 내 자식 일에 대입되면 입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부 특수 직종을 제외하고 대학 졸업장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고, 같은 상황에서라면 대학 졸업장이 그래도 좀 더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대학 졸업장이 단순한 증명,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안다. 


그래서 대학 졸업장 없이 성공한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지만 그 길이 얼마나 어려운 지 알기에, 그리고 그 성공한 1% 뒤의 99%를 알기에 학부모들은 내가 겪은 입시 경쟁에 다시 한번 아이들을 줄 세운다. 


최근 혁신학교 논란을 뉴스에서 보면서 나의 학창 시절이 생각났다. 소위 뺑뺑이 시절, 신규 공립 고등학교에 배정되자 엄마는 짜증을 냈고, 아빠는 본인만 잘하면 되지 라며 관망하다가 엄마의 직격 포탄을 고스란히 맞았다.


당시 8 학군에 대한 비정상적인 인기와 과열된 입시경쟁으로 신설 학교들은 전인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되었고, 나의 모교 역시 그중 하나였다. 남녀합반으로 전인교육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으며 학생들과 동아리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던 젊은 선생님들은 전교조 설립 멤버가 되었다. 학교를 둘러싼 빼곡한 아파트 단지 여기저기에서 남학생 여학생들이 함께 어울려 다니는 모습이 동네 어르신들 눈에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았던 듯하다. 그리고 1회 졸업생들의 대입 실적은 폭망이었다. 학부모들은 그동안의 불만을 쏟아냈고, 새로 부임한 교장 선생님의 목표는 진학성적이 되었다. 아이들은 혼란스러웠지만, 대입은 현실이었다. 솔직히 진학 못하고 안 한 동아리 선배들의 모습을 따르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지금, 전인교육 학교 대신 혁신학교 도입에 대한 갑론을박을 보면서 수십 년 전의 모습이 데자뷔로 겹쳐진다. 나는 혁신학교를 보내고 싶지 않은 엄마가 되었고, 아이는 과거의 나처럼 시험 안보는 자율 학년제는 좋지만, 좋은 대학은 가고 싶다. 지덕체를 모두 갖추는 전인교육이나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혁신학교가 여전히 환영받지 못하는 것을 단순히 학부모의 이기심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안타까운 부분이 많다.  

정말 우리의 입시에는 신박한 방법이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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