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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ler Nov 13. 2020

1999년과 2001년 사이에 무슨 일이?

20세기에 배우고 21세기에 일하기_Intro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반은 (사실 조금 넘는다) 20세기에 살았고, 다른 반은 21세기에 살았다. 

그러고 보니 성장과 학습은 20세기에, 사회생활은 21세기에 한 셈이다. 


일본 점령기와 해방을 맞았던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와 전쟁과 가난, 독재정권을 지나온 부모님들은 우리에게 많은 이름을 붙여주며 그들이 일구어낸 부를 누리는, 세상 편한 세대로 명명했다. 

그런가? 지금의 젊은 이들은 너무나 치열한 입시경쟁과 취업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하고, 살기 어렵다고 하니 그 사이의 우리 세대가 운이 좋았던 걸까. 


회사 선배가 술만 먹으면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녀석과 내가 입사 동기야. 고만고만한 대학을 나와 한 회사에 입사했지. 결혼도 같은 해에 했어. 집안도 평범하고 월급도 빤한 사이. 취업시장이던 선 시장이던 거기서 거기인 스펙이잖아? 대출한도라고 다르겠어? 

결혼도 비슷한 시기에 하고 10년이 지났는데 이제 너무 차이나."

"뭐가요? 뭐 달라진 게 있어요? " 

"내가 신혼집을 일산에 샀는데 그 녀석은 분당에 샀다구!" 

"......."

"그땐 일산이나 분당이나 신도시 아파트 값이 같았거든!" 


그렇다. 부동산 외에는 나와 또래들이 무언가 인생의 결단을 내릴 때에는 대부분 비슷한 선택을 했고 세상은 평온했다. 아니, 평온한 것처럼 보였다. 

수능 전에 입시를 보았고, 해외 자유화 이후에 해외여행도 쉽게 나갔으며 취직하고 난 후에 IMF 위기로 취직 시장이 얼어붙었다. 적령기에 결혼을 했다. 성장하는 회사 안에서 무난하게 승진하고, 출산하고 육아하며 맞벌이 생활을 이어나갔고, 해외근무도 진행되었다. 

나 스스로 생각해도 로또는 없었지만, 크게 애가 닳거나 좌절하는 인생의 쓴 맛을 제대로 본 적도 없었음을 고백해야겠다.

주변에서는 온실 속의 화초라고도 했고, 무슨 운을 타고난 사주팔자라서 그렇게 평탄하게 호의호식하느냐고 하는 이도 있었지만, 주변인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고 대다수는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그래,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지. 


하지만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 들여다보면 비극이라 했던가. 솔직히 책 몇 권 분량이 아닌 인생이 어디 있겠나. 재벌의 고민은 고민이 아니고, 탑스타의 애로는 애로가 아닌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나는 서울 시민 천만명 중에 섞여 있으면 그다지 티도 안나는 1인이고, 내 결정이 우리 사회나 인류의 역사를 바꾼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회는, 인류는 이러한 나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세월을 이겨나간다. 


그리고 그 사이에 세상이 평온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여전히 워킹맘의 워라밸은 위태롭고, 대입 지옥도 취업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2보 전진과 1보 후퇴를 해가며 달라졌다. 대한민국만 변한 것이 아니다. 전 세계 국가들의 관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고, 언제나 변함이 없을 것 같은 땅과 자연환경마저 달라졌다. 


그 와중에 나는 내가 그동안 배운 대로 생활했고, 일했고, 사람들을 만났고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과 보상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 21세기에, 내가 20세기에 배웠던 가치가 그대로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밀레니엄 베이비들이 성인이 되는 지금 나의 고민이, 나의 성취가 그들에게 도움이 될는지. 

나 스스로는 내 인생의 나머지 반을 그동안의 경험과 배움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살아가도 될지 확신이 없다. 지키고 물려주어야 할 가치와 버리고 바꾸어야 할 것에 대해 계속 고민 중이다. 


2020 원더키디는 아직 없지만 이번 주 드론 택시 시험 비행이 서울 하늘을 날았고 내가 나중에 손주를 보러 어디로 무엇을 타고 갈지는 모를 일이다. 

확실한 것은, 20세기에 딴 운전면허는 필요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거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today/article/5972548_325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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