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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bler Nov 21. 2020

E.T를 닮은 당신_요즘 어떤 운동하세요?

20세기에 배우고 21세기에 살기_04

예전에 인류의 미래 모습은 1982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E.T.의 주인공 외계인과 비슷할 것이라는 우스개 짤을 본 적이 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중독된 인류의 모습은 눈은 커지고 튀어나오며, 목은 앞으로 길어진 거북목이 될 것이며, 걷지 않고 앉아만 있다 보니 배는 나오고 처지고 다리는 퇴화하고 팔과 손가락만 길어질 테니, 이는 E.T.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 모습이 세대를 넘어가기도 전에 현실 아닌 현실이 되어버렸다. 

회사의 대부분의 직원들이 거북목, 디스크, 위하수 등등의 질병 아닌 질병, 신체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타이핑하는 손가락은 현란하지만, 어깨는 굽고 무릎과 고관절은 굳어만 간다. 


예전의 스포츠는 사교가 주목적이었다. 하나의 스포츠를 시작하려면 도구와 수업료를 생각하고,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시간과 비용의 여유가 있어야 했다. 폴로를 하려면 말 한 마리 정도는 구할 수 있어야 하고, 테니스를 치려면 풀착장에 수많은 매너를 숙지해야 하고, 골프는 혼자 이동하기도 어려운 가방세트와 최소 반나절 이상의 시간, 일반 노동자의 일당 이상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그룹에 포함되어야 스포츠 이상의  것을 공유하는 사회집단이 형성되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배우고 친선을 도모했다.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동이 달리기 아니면 축구라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가 비즈니스화 되면서 벌어지는 상황은 별개로 한다. 지금 이야기는 일반인들의 스포츠 이야기이다) 

 

얼마 전 30대부터 60대까지 모인 회식자리에서 각자 하는 운동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20-30대는 필라테스, 요가, 짐을 다닌다고 했고,

40-50대는 필라테스/피트니스 센터를 다니거나 골프 치다 손목 허리 때문에 추나 치료 병행한다가 반반이었고

60대는 물리치료를 다닌다고 했다.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확실한 것은 사교 목적은 아니라는 것이다. 

요즘 유행이나 취향, 건강상태에 따른 선택이거니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모두 삐걱대는 관절들이 문제였다. 5-60대의 치료나 필라테스나 가서 하는 스트레칭은 비슷했다. 안 쓰는 관절과 근육을 쓰게 하는 것. 


 우리는 학교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똑같은 사무실에서 모니터 보고 앉아있고, 이동할 때에는 차에 앉아있고, 집에 가면 티브이 보며 앉아있다가 (혹은 누워있다가) 잠드는 생활을 적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 한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모두 이티의 모습이 되어가는 중이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2020년, 코로나 19의 사태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본의 아니게 생활 패턴이 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제야, 생활습관과 몸의 쓰임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경험하는 중이다. 편안한 옷과 자세로 소화불량과 다리 부종은 조금 나아졌지만, 왜 집에만 있는데 실내 슬리퍼가 필요한지 이해하게 되었고, 책상 높이와 다른 구형 싱크대 높이가 거슬리는 중이다. 필라테스는 쉬고 있지만, 작년보다 눈이 빠질 듯 아프다거나, 목이 뻣뻣하다거나 하는 횟수는 꽤 줄었다. 대신 21세기에도 여전한 주부들의 허리 및 손목 혹사에 대해서도 실감하고 있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양가 엄마들은 콧방귀를 뀌신다. 그 정도 가지고 뭘. 


네. E.T.는 안되시겠지만 꼬부랑 할머니에는 이유가 있었어요. 


물론 회사 업무를 하는데에 혼자의 재택이 무조건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혹은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사람은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본능이 있으니까. 아무도 안 보는 집은 본능에 충실하기 너무 좋은 공간이다. 확실히 물리적인 출근과 등교는 규칙적인 생활에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집의 가재도구들은 회사의 그것들과는 너무 다른 용도라 장기간 담당하기엔 적절하지 않음도 실감한다. 


이에 회사는 사무실 가구를 인체공학적 디자인으로 바꾸고, 개인의 팔 높이와 다리 길이에 맞추어 책상과 의자 높이를 확인해 맞춰주고, 바른 자세에 대한 교육과 스탠딩 가변 책상도 도입하는 등의 부지런함을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모양의 모바일 오피스 책상과 의자, 여유로운 공동 공간도 자세를 바꾸는 데에 도움이 된다. 독서실 같은 책상에 주르륵 앉아있는데 한 번씩 기지개를 켜고 허리를 돌리라는 핀잔이나, 중간에 국민체조 틀어서 하는 체조보다는 많이 발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인체공학적 가구들도 코로나는 비껴갈 수 없고, 그래서 최근 홈트와 러닝을 위한 도구와 패션,  재택근무를 위한 가정 오피스 가구들이 인기를 모으는 것을 보면 또 다른 삶의 패턴이 도래함을 느낀다. 

아무리 미와 건강의 기준이 시대마다 달라진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우리 시대의 건강함을 유지하고 싶은 것이니까. 


여기까지 읽었는데 여전히 E.T.를 모르는 세대를 위해 그 모습을 보여주자면 아래와 같다.


   

출처 : 아마존닷컴 상품 이미지


나의 어느 모습이 닮았는가. 


또한 그와 동시에 골프복과 등산복의 평상복 패션 돌풍을 주도했던 부모님 세대가 기력도 쇠하고 코로나까지 겹쳐 우리의 산과 들, 나아가 해외 유명 관광지들에서 모습이 사라졌음에 마음 한구석이 아리기도 하다. 엄마들에게 집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노동의 장소이고 그녀들의 질환을 회복시키기엔 많이 늦은 것 같아서. 산과 들로 다니며 운동하시던 때가 감사했던 거다. 자연스레 지나갈 것을 왜 그리 눈살을 찌푸려댔는지. 그래서 에어로빅 타이즈를 닮은 레깅스 패션도 지나가길 기다리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다음 세대는 왜, 어떤 운동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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