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국 하와이 여행 준비
사람들이 보통 여행을 준비할 때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은 몇 가지가 있다.
여행 장소를 먼저 경험한 지인의 후기/의견을 요청하거나, 모르는 누군가가 이곳저곳 흩뿌려 놓은 온라인 정보의 바다에서 헤매거나.
개인적으로는 여행지 이름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나오는, 버젓한 여행 책자를 정독하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다.
이 중에서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가용한 시간과, 정보의 신뢰도 등을 머릿속 알고리즘으로 돌려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거나 조합하곤 한다.
신기하게도 하와이 여행을 막상 준비하려고 보니, 주변에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많지는 않았다.
그 이유를 유추해보자면,
1. 절대적으로 하와이 여행을 경험한 사람이 (내 지인 풀에서) 많지 않다.
2. 짧게 압축해서 알려줄 수 있는 여행기가 아니다.
3. 코로나 때문에 최근 정보가 많지 않다.
등등 여러 가지 이유를 떠올려볼 수 있었다.
어찌 되었건 하와이는 꽤나 오랫동안 전 세계 여행자들에게 유명한 여행지로 명성이 있는 곳이지만, 쉽게 갈 수 없는, 만만치 않은 곳인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한 마디로 정말 좋은 곳이거나, 생각보다 여행지로서 다른 곳에 비해 여러 요소의 밸런싱이 좋지 않아 우선순위가 밀려도 상관없는 곳이거나 둘 중 하나인 것이다.
그리고 하와이에 대한 접근성이 높지 않은 또 한 가지 강력한 이유는 하와이 여행에 필요한 비용이 생각보다, 정말, 꽤 많이 비싸다는 것이다.
이 비용에는 하와이로 이동하는 데에 드는 비용, 항공권 가격은 물론이고 하와이에서 지출해야 하는 기본 비용(숙식, 이동, 기본 물가)이 포함되어 있으며, 전부 상당한 수준이다.
여기에서 조금 더 욕심을 내서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고 싶다거나, 고급 리조트나 호텔에 묵고 싶다면 아마 …. 음…. 몇 달 치의 월급에 해당할지도 모르는 추가 예산이 필요할 것이다.
최근에 하와이를 다녀온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요즘 세대들은 유튜브가 포털이라길래 자료를 찾아본 유튜브에서도,
모두 하와이에서 감당해야 하는 “돈 이야기”가 메인 주제였다. 뭐 휴양지이고 관광지이니 당연하게 여기며 그냥 넘길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이 사실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 한 달 살기 이상으로 하와이에서 조금 더 머물려고 했는데, 숙소비가 너무 많이 나와서 조기 귀국했어요. (여행 다녀온 지인 전언)
- 하와이 물가가 너무 살인적인 데다가, 렌트비까지 비싸서 모아놓은 돈을 까먹기만 하고 있네요. (이민자 유투버 전언)
- 우리도 휴가 때 잠깐 갔다 왔는데, 지인 할인으로 그나마 좀 싸게 다녀왔어. 4-5일 정도 짧게 있었어. (미국 거주 친구 전언)
이미 이 시점에서는 남편 몫의 항공권까지 발권한 상태였던 나는 마음속에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그래.. 언제 또 가겠어?”
아, 이런 식의 말은 바로 내가 결혼을 준비하던 시기에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마다 너무나 많이 들었던 것이고 생각이고 질문이다.
인생에 단 한번, 이때가 아니면 언제 하겠느냐며 스튜디오 사진도, 값나가는 예물도, 돈을 돈 같이 생각하지도 않으며 펑펑 썼던 그 시기.
속는 셈 치고, 속아주는 척하며 그렇게 선택했던 많은 옵션들은 나에게 진한 의미를 남기는 것들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들도 있었다.
‘이번이 마지막’,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은 참, 심장을 철렁하게 하면서도 무지한 용기를 내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내면의 합리화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겠다. 이때부터 명품 쇼핑처럼 허영심을 자극하는 이 충동 감을 의식하면서도, 다른 이들이 잘 모르는 미지의 그곳을 내 방식으로 만나보고 경험하고 싶다는 의지가 내 안에서 불타기 시작했다.
사실 파헤쳐보면 여행 정보는 온라인 상에, 또 여행 책자에, 과하다고 할 정도로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일타강사들이 정리해준 기출 예상 집처럼 그저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하는 곳, 맛있다고 하는 곳, 가볼 만한 곳을 요약정리해서 훑는 것이 아니라, 나만 아는 하와이와, 나만 아는 그 시간과 공간, 경험을 담아와야겠다는 조금 다른 목표 의식이 생겼다.
원래도 떠먹여 주는 여행보다는, 하나하나 더듬어 가는 방식을 선호하는 나이기도 해서 어쩌면 새로운 다짐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좋은 여행이란 무엇일지 자문해보게 된다.
여행을 잘한다는 것은 저렴한 가격에 좋은 가치를 누리는 것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은근히 자랑하며 비교우위의 만족감을 누리는 것인지, 다른 이들이 볼 때에는 고급지거나 멋들어지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여행의 시간을 보내는 것인지, 일상에 지쳐있는 사람에게는 그저 맘 몸 편히 쉼을 누리는 것인지,… 각자에게 여행의 모습과 의미는 참 다를 것 같다. 한 마디로 정리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나에게 좋은 여행이란, 그곳이 나를 부를 때 반응하고, 그 과정을 감당하기 위해 노력하고 만족스러운 길을 찾으려 하는 것이다. 이 마음이 여행에 대한 애정이고 준비의 시작이다.
삶과 비슷한 것도 같다. 내가 선택한 것들과 함께 주어지는 많은 환경들을 기대하고, 감내하며, 그 결 속에 숨어있는 기쁨을 발견하는 것.
이걸 자꾸자꾸 경험하기고 싶기에, 살아가고, 또 여행한다.
“하와이, 대체 왜 그리 비싼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여행 준비.
가기 전엔 비싼 하와이, 다녀와서는 값진 하와이 여행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