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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디 UnD Apr 13. 2024

모두가 뉴욕을 사랑해

뜨겁고 쓸쓸한 그 도시, bittersweet NYC


thumbnail from the video (https://t.ly/Pj05i)


 New york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것.

민트 빛깔 자유의 여신상,

큰소리로 함께 외치고 싶은 Empire state of mind 한 구절 ("뉴~여어어얽!"),

커피와 베이글을 들고 빽빽한 고층 빌딩 숲 사이를 바쁘게 걸어 다니는 사람들,

전광판이 번쩍이는 브로드웨이 타임스퀘어.

허드슨 강과 센트럴 파크,

가본 적 없는 뉴욕 뒷골목의 어느 재즈바,

 

이 중 어느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해도, 뉴욕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낭만을 가득 안고 있을 것 같은 도시다.

어디선가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세계의 중심이 되려는 야망이 있다면 뉴욕으로 가라!

그것이 학업이든, 사업이든, 취직이든 무엇이든지 말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꿈을 안고 살아가는 아메리칸드림의 대표 도시가 뉴욕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의 작은 지방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는 어릴 때부터 항상 더 넓은 어떤 곳으로 나아가 자유롭게 유영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생이 되고 서울에서 지내게 되면서 내 삶의 반경은 일차적으로 크게 확장되었고, 나는 평생의 소원을 이룬 듯한 뿌듯함과 설렘을 느꼈다.

내가 마주했던 대도시 서울은 처음에는 너무 크고, 복잡하고, 불안불안 위태해 보이는 좀 '이상한 곳'이었다. 도시는 어딘지 모르게 좀 쓸쓸해 보였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까지 쓸쓸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때 느낀 기묘하고도 낯선 감각은 통제불가능한 넓은 세계를 내가 진실로 원했던 것인지, 혹은 그 반대인지에 대해서 판단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10년도 넘게 서울 생활을 하고 나서야 어렴풋하게나마 서울이 어떤 곳인지, 여기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어떤지, 나는 어떤 큰 흐름 속에 살아가고 있는지를 깨닫는다.


해외여행을 해보면 다른 나라의 대도시들과 서울이 어느 정도 닮아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편리하고 풍족한, 그러나 조금은 삭막하고 쌀쌀맞은 대도시의 얼굴. 이미 내가 서울살이를 하며 알아온 그 모습이 메트로폴리탄의 전부인 것 같아서 어느 순간부터 대도시 여행은 더 이상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기도 했다. 내 현실과 유사한 경험을 굳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살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뉴욕이 다시 궁금해진 건, 뉴욕에 사는 사람들의 스토리를 접하면서부터다.


 오랜 기간 함께 업무를 해온 G사의 멤버들 중 일부가 뉴욕 오피스에서 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갑자기 상상으로만 그리던 뉴욕 직장인의 삶을 더 현실적으로 느끼기 시작했다.

'나와 같은 시간대에 함께 일하는 사람이 뉴욕이라는 공간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통번역대학원 선배 중 뉴욕에서 서울까지 공부하러 온 (한국말을 아주 잘하는)흑인 학생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나는 "왜 한국에 오셨어요?"라는 질문을 서슴없이 던지곤 했다. 그의 삶의 터전이었던 뉴욕은 어떤 곳이며, 이곳 서울은 대체 그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이탈리아 여행 중 트러플 체험에서 만난 한 커플은 뉴욕의 중심부에 살고 있단다. 음악계에 종사한다던 그들은 비싼 렌트비를 감당하기 힘들다면서도 은은한 뉴요커 냄새를 풍기며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독일 북부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일하던 중학교 때 친구는 뉴욕에 있는 의학 연구소로 이직을 하게 되었단다. 뉴 뉴요커(New newyorker)가 된 내 친구의 삶에는 어떤 일이 펼쳐질까? 이 모든 게 다 너무 궁금해진 거다.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앞을 지나고, 타임스퀘어를 걷고, 와 같은 랜드마크 중심 여행이 아니라 뉴욕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으며,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나 같은 주제들이 내 머릿속에 깊이 들어왔다. 특히, 이탈리아 여행 이후 다른 사람의 삶의 일상 속에 잠깐 들어가는 것이 여행이라는 명제를 마음속에 새기게 되었는데, 뉴욕에서도 그런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떤 곳을 여행하는 것과 그곳에서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일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생활할 때 보이지 않는 그 공간만의 매력적인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 브런치북을 통해 뉴욕 여행 전, 중, 후의 과정을 기록하면서 이방인으로서 뉴욕을 조금 더 친절하게 알아가보고 싶다.


내가 기억하는 한 뉴욕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눈동자에, 말투에, 표정에는 만족감과 자부심이 서려 있었다. '이대 나온 여자'만큼이나 '뉴욕 사는 사람'은 흥미롭고 매력적인 주제임에 틀림없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많은 사람들이 뉴욕을 꽤 사랑하는 것 같다. 앞으로 광활한 온라인 세상에서 손품 발품 팔아 뉴욕을 경험하게 될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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